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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 양장 ] 배수아 컬렉션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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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22g | 127*194*25mm
ISBN13 9788954680431
ISBN10 895468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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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내가 원하는 것처럼은 하나도 돼주지를 않았으니까. 부모의 사랑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학교에서는 성적도 좋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다는 늘 그런 식이다. 그리고 자라서는 불안한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기웃거리고, 남자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기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리면서 연한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신 다음에 밤의 카페를 나오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어느 날의 한적한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에서 눈앞을 지나간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가 된다.
---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중에서

나는 그때 스물다섯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정말 싫은 나이였다. 나는 열다섯 살처럼 생기발랄하지도 않았고 서른다섯 살의 오후처럼 지쳐 있지도 않았다. 나는 내일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어 항상 불안하였다.
---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중에서

오빠, 네가 아무리 우리 앞에서 잘난 척하고 닭을 잡아도 다리는 네 거고 생전 자기 양말 한번 안 빨면서 큰소리쳐도 너는 내가 집 나가는 걸 못 막는다.
---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중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날 저녁의 조용하면서도 지독한 흐느낌 같은 어둠의 그림이 종종 생각나곤 하였다. 언제까지나 결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어머니는 영원히 거기에 앉아 땅콩을 까고 있을 것 같고 이모는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장소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느낌이 그토록 강렬하였던, 나의 집이다.
--- 「엘리제를 위하여」 중에서

그녀는 이제 알았다. 선영의 생에서는 결국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햇빛이 창백한 불꽃처럼 페이브먼트와 선영의 검은 머리칼에서 타올랐다.
택시가 왔고 선영은 미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그렇게 그들의 생이 흘러갔다.
--- 「아멜리의 파스텔 그림」 중에서

“영원한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해.”
포니테일의 여자아이는 화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말하였다.
“그런 게 영화에만 존재하는 걸까. 왜 영화는 사람들이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거잖아. 모두들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거야. 사랑이 영원하기를, 청춘이 계속 아름답기를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잊지 말기를. 그렇지 않아?”
나는 탁자 위의 인디언 레드의 지붕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영원이라는 말은 너무 낯설어. 난 그게 뭔지 몰라. 나에게는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 「인디언 레드의 지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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