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주필은 말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역할을 ‘마니 풀리테’와 성급하게 동일시할 시점은 아니다. 수사와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뭐라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주목할 포인트는 있다. 지난 1년을 장식한 철판 깐 스캔들과 게이트를 계기로 한국 정치의 쟁점이 또 한 번 재설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의 쟁점은 지난 7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자유당 시절엔 권위주의 보수 여당이냐 자유주의 보수 야당이냐가 쟁점이었다. 3·4·5공화국 때는 근대화·산업화·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이 초점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보수·진보·우파·좌파의 쟁점이 생겼다.”
--- p.23
감사원은 또 정부 재정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정부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확장 재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 원장은 신년사에서 “국가 재정이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되도록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재보선을 앞두고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정책 등이 적절했는지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 p.34
앞서 주장했듯이,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과거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스토리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첫째, 우리와 같은 역사의 시간을 보낸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6.25 이후의 베이비붐 세대적 경험, 전쟁의 참화로 줄어든 인구, 줄어든 자녀, 특히 전쟁에 나가 산화한 많은 젊은 청년들을 기억하며, ‘제 입에 먹을 거 하늘로부터 가지고 나온다’는 믿음으로 용기있게 자녀를 낳았던 경험의 세대, 그리고 1년에 120만이 넘는 인구가 증가하는 놀라운 인적 자원의 시대를 경험한 사람.
둘째, 아무리 많은 인구가 넘쳐난다 할지라도 각자 원칙에 충실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며,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조自助의 정신을 공유한 세대적 경험.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자조(自助)가 자조(自嘲)로 바뀌어 어느새 ‘천국 같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옥 같은 조선’으로 변해 버린 희망을 버린 세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어른이 어른 노릇을 하게 한 경험이 필요하다. 평등과 자유가 왜곡되고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않는 이 무지막지한 사상의 유희(遊?) 속에서 꿋꿋하게 올바른 것을 올바르게 이끌고 갈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철인정치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상식의 정치는 통하도록 인문학과 종교, 그리고 예술이 선도했던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다섯째, 후일 대통령에 당선되어 청와대의 안방을 차지하더라도 구중궁궐 속의 십상시정치가 아니라 현안이 있으면 광화문광장에 나와 국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토론을 하며, 법률과 상식의 미달로 치유되지 않는 현장이 있으면 누구보다 발 빠르게 달려가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집안의 아버지 같은 그런 리더였으면 좋겠다.
--- p.88
판사와 감사원장 같은 직으로만 투영해 본다면 인간미라곤 없을 것 같은 게 그의 모습이다. 하지만 ‘인간 최재형’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월간 조선은 전해준다. 그러면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오랫동안 교류한 지인(知人)들의 입을 통해 전해 온 말들을 종합해 보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가리켜 ‘신(神)이 내린 인간’이라는 극찬을 전해준다. 그의 실존을 더듬어보고 전해주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원칙주의자이지만 훈훈한 인간미가 넘치는 평범한 바로 그 사람, 대쪽과 강철과 같은 내정함이 있으나 그 안에 생명과 온기를 지닌 우리들의 아버지요, 누군가의 아들인 그 사람을 만나보기 원한다.
--- p.116
“입양을 마치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불쌍한 한 아이의 인생반전극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이 얼마나 맞는 말인가. 한 사람의 생명, 인생을 무슨 드라마처럼, 인생의 유희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것은 한 사람이 이 땅에 와서 어떤 영향을 주고 떠나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전 원장은 그당시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아이에게 그가 놓칠 수도 있었던 평범한 가정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입양에 대한 그의 평소 신념을 엿볼 수 있는 정말 고귀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입양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내 자식보다 키우기 힘든 것이 입양자녀란 것을. 혹시라도 잘못되면 혹여나 내가 아이의 인생에 끼어들어 망친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고, 또 잘 되어도 여느 자식처럼 노후에 무엇인가를 의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생을 판사로 법조인으로 살아왔고, 그렇게 정년을 마칠 생각으로 살아온 분에게 너무 몰상식한 댓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p.129
최 원장의 아버지인 최영섭 대령은 우리 해군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6·25전쟁 발발 직후 우리 해군이 북한군을 상대로 벌인 전투에서 승리한 ‘대한해협 해전’의 실질적인 주역(主役)이어서다. 이 해전은 6·25전쟁 최초의 해전이자 첫 승전(勝戰)이었다. 당시 최영섭 대령은 백두산함의 갑판사관 겸 항해사·포술사였다. 제2함대 소속이었던 ‘백두산함’은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한 유일한 전투함이었다. 이 해전에서 ‘백두산함’은 부산 동북쪽 해상에서 무장 병력 600여 명을 태우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1,000t급 북한군 무장 수송선을 5시간에 걸친 추격과 교전 끝에 격침시켰다.
이 전투의 승리로 6·25전쟁 초기 북한군의 후방 공격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이후 179만 명의 유엔군과 막대한 양의 전쟁 물자가 부산항을 통해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는데, 이는 6·25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 p.136
국가유공자에 절실한 기독교인이요. 누구보다 앞장 서서 나라를 지켜온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아들에 대한 자랑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왠지 소름이 돋는다. “모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교만하거나 우쭐하지도 않으면서 늘 자신의 일을 척척해 내는 아들이 내심 고맙기만 했다.”고 까지 한다. 집안의 내력을 들어 보면 3대째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신앙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중요 키워드가 기독교라 말한다. 최 원장은 누가 보아도 독실한 신앙의 소유자다. 흔히 말하는 무늬만 신앙인이 아닌 속부터 예수로 가득한 사람, 작은 예수,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힘없는 다리를 대신하는 지팡이가 되어준 사람 기독교의 박애정신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이해하고 그의 인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 p.166
누군가 윤석열은 별은 별인데 별똥별이란 말로 그의 우유부단함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죽하면 이재명이 “윤석열이란 상품은 요란한 포장지만 보았지, 아직까지 내용물이 무엇인지 보지 못했다.”는 말로 조롱했을까.
조롱해도 측근이라는 사람이 한 마디할 뿐, 좀처럼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우유부단의 리더다. 계속적으로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의견을 표명하다보니 어디선가 최측근이라는 사람,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사람들이 또 나서 대신 발언을 한다. 어떤 경우에도 나올 수 있는 비난을 피해 보자는 겁쟁이의 모습이 그에게서 어른거린다. 물론 기우이길 바란다.
--- p.244
아무튼 이 파격적인 정치판의 지각변동에 맞추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2030세대. MZ세대의 민심을 잘 읽어서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 인물은 결국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그는 올곧으며 가슴이 따뜻하며, 합리적인 보수기 때문이다. 확 바뀐 민심을 잘 꿰뚫어 지역·진영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고 크나큰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접어든 세상의 변화에 우리나라도 다시 한 번 웅비해야 한다.
정치권의 대선주자들 중 ‘장내’에 있는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과 함께 ‘장외’에 있는 대선주자인 윤석열, 최재형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서 도탄(?)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려내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