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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사물들

: 류성훈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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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8g | 130*185*13mm
ISBN13 9791197509001
ISBN10 119750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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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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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사물이든, 상대를 외롭게 하는 존재는 더욱 외롭다. 즉 대상이란‘고독의 형상’이다. 의자는 외롭게 기다리는 사람을 오래 그 자리에 있게 한다. 즉, 인칭을 사물화시킨다. 설령 어떤 기다림이 끝나도 의자는 사람을 외로운 객체 그대로 있게 돕는다. 그런 면에서 의자는 사물과 사람 사이에 있고 어떤 사물과 사람보다 외로움에 더 가까운 사물이다. 사람의 외로움이 실체화된다면 의자의 형상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 많은 의자를 놓은 집에서, 그 수만큼 연약한 나는 얼마나 고독했고, 또한 많은 사람을 외롭게 했을까 생각한다. 나는 의자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의자는 내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새롭게 고독하기 위해 앉아 있고, 의자는 오늘도 그것을 기록하고 있다.
--- 「의자」 중에서

선풍기 바람 곁에서 묵은 각질을 잔뜩 붙이고 있던 할머니의 리넨을 떠올리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당해 몇 달을 누운 채 뜨거운 죽을 흘렸던 누더기 같은 내 대학병원 수술바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당신의 옷이 내게 말해주는 것, 내 옷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 있는 방식으로, 세상엔 잊어야 버틸 수 있는 것과 잊지 말아야 더해질 수 있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밀착된 사물은 옷일 테고 그 옷이 의미와 언어의 일부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들은 나를 말하고 있고 내가 허물을 벗은 한참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 「옷」 중에서

문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지금에도, 내가 나의 이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때 진정한 나의 자유가 완성된다는 점은 꽤 무거운 메시지로 남아 있다. 그런 사유를 도장 앞에서 처음으로 해보았다. 아직까지 서랍 속에 남아 있던 플라스틱 막도장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 과거의 이름과 현재 이름의 질량에 대해 상상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게 어른을 미리 준비시켰고, 이름의 무게에 대해 가르쳐주었던 이 딱딱하고 작은 사물은 경첩 속에서 오늘도 수많은 이름과 자유의 중량을 떠받치고 있다.
--- 「도장」 중에서

누가 뭐래도 등불을 밝히는 건 인간과 문명의 상징 그 자체에 가까운 것, 불을 밝힌다는 것은 밤에 대한 우리의 오랜 극복이며 낮의 일부를 남겨두고 또한 방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 또한 그것을 꺼뜨리지 않고 대대손손 밝혀온 우리의 어떤 ‘바라봄’이다. 빛이 있어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행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일을 멈추지 않듯이, 내 영혼을 누군가에게 인상 깊게 읽히고 싶어 글을 쓰듯이, 그럴 수 없는 것을 최대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삶이 가진 불가역적 특징이라고 해본다면, 등불은 참 인간적인 낮일 것이다.
--- 「등(lam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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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면서 생각했다. ‘물건들은 순서에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는 결국 버려진다.’ 그 물건에 얽힌 특별한 감정 같은 것들의 강도에 따라 좀 더 갖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감정도 옅어지며, 그래서 버리고 마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마음속의 공간도 모두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정말 많은 것들을 버려 왔다. 그리고 오늘 류성훈을 읽으며 후회한다. 류성훈의 공간은 한없이 넓으며 또한 끝없이 깊다. 내가 버린 것들에 대한 사념들을 그 덕분에 다시 찾아내며 위로받을 뿐이다.
- 손석희(JTBC 총괄사장)

그리 쉽진 않다. 하지만 맛있어서 계속 읽게 된다. 책을 덮었다가도 아까 그 얘기가 어디에 있었지, 하고 다시 열게 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고맙다. 별 생각 없이 대해왔던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달라 보인다. 류성훈 시인 덕분이다.
- 서경석 (방송인, MBC라디오 여성시대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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