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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레몬그라스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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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436g | 140*205*20mm
ISBN13 9788950996185
ISBN10 895099618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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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잃고 싶지 않아.”
“그래서 느닷없이 프러포즈하는 거야? 레옹, 지금껏 나 좋아한다고 한 적 없잖아. 우린 사귄 적도 없고.”
“그런 과정이 중요해? 우리 둘 다 성인이잖아.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도는 잘 알지.” 그의 입가에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운 웃음기가 떠올랐다. --- p.12

고향 땅을 밟자마자 추억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사람들, 사건들, 청춘에 남겨진 그 많은 미완성들. 이미 다 잊었다고, 잊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다.
그림자가 따라다니듯, 추억은 내가 끌고 다니는 무거운 짐의 일부분이 되었다.
애써 잊고 싶었는데 진짜로 잊지는 못했다. --- p.14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그 추억 속에 두고 내린 게 분명해…….
지금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데, 내 청춘 시절은 언제 이렇게 멀어졌을까. --- p.18

유자는 자라면서 점점 잘생겨졌고, 여자애들에게 연애편지나 초콜릿도 많이 받았다. 그렇다는 건, 이 부끄러운 과거가 유자에게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겉으로는 왕자님처럼 말끔한 양쭝유에게 이런 과거가 있는 줄 누가 상상이나 할까! --- p.63

청이가 떠났다. 아무런 작별 인사도 없이, 결말을 앞두고 갑자기 중단되어버린 소설처럼, 내게 수많은 물음표와 끊임없는 말줄임표만 남긴 채…….
몇 년 후에야 문득 깨달았다. 사랑에선 미완성도 하나의 완성이라는 걸.
사람들은 그걸 ‘아쉬움’이라고 부른다. --- p.79

어렸을 때 내가 얘를 유자라고 부른 건, 하얗고 포동포동하니 껍질을 벗긴 유자처럼 귀엽고 보드라워서였다. 초등학교 첫 수업 시간에는 오줌을 싸고, 사생 대회에 나가는데 물감을 안 가져오고, 맨날 내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던 귀찮은 꼬마였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 p.103

“알아? 그럼, 너 진짜 런치 선배 좋아해? 선배랑 사귈 거야? 어느 날 청이가 돌아오면 어떡할 건데? 선배 찰 거야?” 유자는 억지로 나를 돌려세워 자신과 마주 보게 하더니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들을 줄줄 던지며 날 몰아붙였다. --- p.113

“선배, 저 한 번도 선배를 청이 대신으로 여긴 적 없어요. 하지만 선배도 날 좋아한다면 나한테 작업 걸어도 돼요. 내가 만약 넘어가면, 그때 나한테 키스해요.” --- p.124

달빛 아래, 가만히 내려뜬 유자의 눈동자는 검고 깊었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나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초점은 살짝 갈피를 잃은 듯 보였다. 살포시 열린 입에서 나온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로 쏟아졌다. 긴장했는지 온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간 듯했고, 숨 쉴 때마다 검은 셔츠 깃 아래 드러난 아름다운 쇄골이 오르락내리락했다. --- p.130

“누가 누구한테 잔인하게 군 게 아니야. 사람은 살면서 언제고 버리고 버림받는 일을 겪게 돼. 그걸 감당하는 과정에서 더 강해지는 법을 배우는 거야.” --- p.151

고개를 드니 청이가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 밑에는 따뜻한 웃음기가 퍼져 있어, 다정한 그 눈빛에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졌다. 진짜 망했다. 조금도 나답지 않잖아. 내 뻔뻔함이 왜 청이 앞에서는 자꾸 고장 나지? --- p.214

어렴풋이 누군가 나를 안아 올려서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내 얼굴의 눈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래, 나 아직 너 사랑해.”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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