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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손의 온기

창백한 손의 온기

김빠 | 동아 | 2021년 07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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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656g | 148*210*25mm
ISBN13 9791163025092
ISBN10 116302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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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뼛거리며 교회에 발을 들이고, 낯선 타인에게도 따스하게 노래를 불러 주는 교인들의 틈에 둘러싸여 환영을 받았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을 듣는데 왜인지 좀 더 외로워졌다.
“내 신은 너야.”
거짓말처럼 외로움이 사라진 건, 제하가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였다. 빛나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강은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빌었다.
파이프 오르간이 울려 퍼지는 공간. 사람들이 모두 눈을 감고 통성 기도 하는 순간, 자신의 손등에 지그시 입 맞추며 미소 짓는 이제하가 행복하기를. 그리고 그의 곁에 그녀의 자리도 조금만 허락해 주기를.
신이 그들에게 벌을 내린 건, 아마도 불경했던 그날의 기도 때문이었을까.

* * *

“말 돌리지 말고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이나 해.”
예강은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간신히 참았다. 어쩌면 우연히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 큰 도시에서, 그와 그녀가 길에서 마주치는 기적 같은 우연이 발생했을 때를 남몰래 상상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데리고 나가려면 얼마를 줘야 하는지, 네 몸값을 직접 말하라고.”
목이 콱 막혀서, 예강이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제하의 손등과 손마디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가 얼룩 한 점 없는 바닥에 뚝뚝 흘러 시커먼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왜 망설여? 얼마를 불러야 할지 감이 안 와서?”
성대를 엉망으로 긁힌 사람처럼 제하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칠게 숨을 내뱉는 그의 흉곽이 거칠게 크기를 늘렸다가 줄이기를 반복했다. 예강은 차라리 그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이 덜 괴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뭐든 생각했던 거에 두 배를 불러. 아니. 열 배를 불러도 좋아. 돈으로 여자 사는 건 숨 쉬는 것만큼이나 익숙하니까.”
제하가 그녀를 보며 얼굴을 괴롭게 일그러뜨리는 순간, 예강의 눈에서 기다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너한텐 돈 못 받지, 제하야.”
제하의 머릿속에서 퓨즈가 탁, 하고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예강이 눈에 눈물을 매달고 웃었다.
“공짜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던 그의 이성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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