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희는 천재는 아니었지만 어느새 천재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천재를 보고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지요. 그러나 락희가 자신의 그림을 세상에 내놓을 때까지는 그 후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그 작은 천재가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다 공개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여태껏 강호에 존재하지 않았던 절대 고수의 무협 비전처럼, 이 책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인체 드로잉의 새로운 세계를 선사할 것입니다.

‘김락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쯤, 한참『석가의 해부학 노트』의 막바지를 집필하던 시기였다. 내가 의학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마감을 앞두 고 무척 고민이 많았는데,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마블 담당자와의 작업 미팅 자 리에서 김 작가의『판타스틱 4』만화 작업을 보게 되었다. 애써 티는 안 냈지 만, 충격이었다. 한 컷의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는 종종 봤지만, 수많은 컷 안에 사실적인 인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달인은 극도로 드물기 때문이다. 해부학 책 저자로서의 감탄과 동종업계 작가로서의 샘이 동시에 났다. 이 작가의 노하우를 내가 가질 수 있다면!

『김락희의 인체 드로잉』에는 다년간의 강의 경력으로 다져진 친절한 설명이 있습니다. 또한 기초부터 심화 과정이 필요한 사람까지 고민 없이 펼쳐 들 수 있는 다양한 삽화가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인체 드로잉 교재에 반드시 있어야 한 다고 생각하는 ‘입체적 이해를 돕는 삽화’들이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무뚝뚝할 지도 모를 배움 중간 중간에 들어간 귀여운 일러스트들은 이해를 도와줍니다. 가까운 동료의 손에서 이렇게 멋진 교재가 나왔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고 같은 그림쟁이로서 건강한 자극이 될 수 있음에 힘이 납니다.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강사로서 다년간 다져진 노하우가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이 책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자세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 자신을 만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의 그림은 공부가 된다. 굳이 공부하려고 달려들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반드시 도움이 된다. 내가 그랬고, 많은 사람 이 그러리라 생각한다.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 역시 이 말에 아주 크게 공감할 것이다. 그는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