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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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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15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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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92g | 132*224*8mm
ISBN13 9788954681827
ISBN10 895468182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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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그림자를 깔고 누운 자는 자신이다

누구나 자신의 발자국을 밟고 서는 자는 자신이다,
그렇지만

너무 늦게까지 자지는 마
어둠은
꿈이 현실 속으로 잠입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국경수비대 같은 것인데,
잠든 채 아침이 오면
위험해

그렇지만, 내 꿈속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 「오르골」 중에서


우리는 철없이 죽음을 당겨쓰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제에 남아 있는 내가 느껴집니다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은 날들의 사랑이

사랑이 끝난 오늘도 만져집니다
--- 「겨울의 미래」 중에서


생각나지 않는 곳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생각나지 않는 말들이 저 혼자 달려가 고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나지 않는 일들 속에서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골목과 창문이 끝없이 밤을 선물로 보내는 곳에서
나는 우연한 행인으로 지나가다

안쪽을 바라본다
--- 「블랙아웃」 중에서


그날,
물이 하늘을 날아보려고 구름이라는 이름을 얻는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차갑고 어두운 바다에 잠기고픈 구름이 비라는 이름을 가진다는 걸 알아버려서
나는 이름을 바꾸었다,

다른 곳으로 가보려고.

이곳의 비가 저곳의 눈인 것처럼, 구름이라고 하면 물은 하늘에서 사라진다.
비라고 하면 물은 빗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눈이라고 하면 비는 겨울 속으로

사라지고,
다른 곳으로 가면 다른 곳은 사라지겠지. 이름을 부르면 나는 이름 속으로 사라지고
사라지고 나면 어떤 이름으로 잊혀져도 좋은데,
--- 「슈게이징」 중에서


처음 말을 배울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말을 배우는 사람처럼 쓰고 싶은데 처음 눈을 봤을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눈을 본 사람처럼 놀라고 싶은데 처음 배운 말과 처음 본 눈 그때 나는 아 하고 말했을 것이다 아직 살아보지 못한 자의 기억은 무엇일까 태아의 꿈처럼 나에게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을 알 수 없는 채로 말하기 위해 아이는 우는지도 모른다 모국어로 우는지도 모른다 모국어가 없었다면 아무도 울 수 없었을 것이다
--- 「그림자역」 중에서


흐른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있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일들이 있어서

나는 나지, 말하지 않으면 나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내가 가지 않은 곳을 갔다 오고
우산을 들고 있다고 중얼거리지 않으면 감쪽같이 우산은 사라져
--- 「예술영화」 중에서


침대의 잘못은 자신이 입구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데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걱정을 만든다. 죄를 빼고 나면,

사랑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착한 사람이다.
--- 「다인실 다인꿈」 중에서


어쩌면 우리가 본 것은 빗소리이거나
비라는 말,

아아 오오 입을 벌리고
더 깊은 몸속으로 사라지는 어둠을 끄집어내려고 말을 하고 말을 하고……

갑자기 침묵이 흐를 것이다

어쩌면 내가 들은 것은…… 내가 밟고 선 내 그림자의 비명이거나
비명의 파란 눈,
우리의 이야기처럼 길게 쏟아지는 수돗물을 멍하니 쳐다
보는 밤과 초인종 소리를 얇게 펴낸 것처럼 아침이 지나간다
--- 「유령 상자」 중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자신에게로 향하다보면, 점점 뾰족해지다가 뾰족한 끝에서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다. 선풍기 뭉게구름 선풍기 뭉게구름, 아무 뜻 없이 선풍기 앞에서 뭉게구름을 떠올리다가 선풍기뭉게구름선풍기뭉게구름, 중얼거린 일조차 잊은 채 밥때를 맞는 것처럼,

구름은 제가 구름으로 불리는 걸 몰라서 비를 내린다.
--- 「꼭짓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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