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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들

파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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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56g | 128*188*20mm
ISBN13 9791130641263
ISBN10 113064126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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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인사를 해줄 생각인가 보죠?”
덩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작별 인사죠.”
아무런 동요도 없는 여자의 목소리.
“작별 인사를 하기엔 이 칼은 너무 날카롭군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덩치의 손등에 그대로 칼을 찔러 넣었다. 덩치가 비명을 지르며 다른 손으로 찔린 팔을 움켜잡았다. 재빨리 덩치의 손등에 꽂혀 있는 회칼을 수도로 날렸다. 칼날이 두 동강 났다.
“악수 좀 나누고 오죠.”
그렇게 말하고는 남자들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들을 처리한 후, 다시 여자 앞에 섰다.
“열한 명. 15초. 나쁘지 않네요.”
여자가 손목시계에서 시선을 떼며 말했다.
“이제 초대장을 받을 수 있나요?”
“어쩌면.”
--- 「2. 초대장」 중에서

“잭은 우리 모임이 아닙니다. 하지만 친하기는 하죠.”
장이 말했다.
“잭 런던은 아니란 말씀이군요.”
“아니야. 그 친구는…….”
보리스가 말했다.
“잭 더 리퍼야.”
보리스의 말에 들었던 잔을 놓았다.
“뭐라고?”
“잭 더 리퍼. 하지만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 친구가 예전에 마장동에서 발골을 했거든. 우리가 농담 삼아 붙여준 별명이지.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벌레 하나 못 죽이는 친구야.”
--- 「4. 마을」 중에서

비슈누가 손을 저었다.
“케이.”
더 늦기 전에 출발하라는 뜻이었다. 그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어둠 속으로 달렸다. 총소리가 잦아들더니 이내 멈췄다. 잠시 뒤, 다시 총소리가 울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비슈누 쪽을 보았다. 방탄조끼에 한 발을 맞고 털썩 뒤로 젖혀진 그의 몸은 다시 일어나 총을 쏘고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탄창까지 소비했는지 HK416 소총을 버리고는 글록17 권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탄창을 다 소비하기도 전에 그의 오른팔이 탄환에 맞아 날아갔다. 비슈누는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키곤 수류탄을 쥐었다. 손에 힘이 없는지 수류탄은 안전핀도 뽑기 전에 손에서 빠져나와 땅바닥으로 굴렀다. 비슈누는 수류탄을 맥없이 바라보다 왼손으로 내가 준 마크2를 쥐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탈레반 세 명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탈레반들이 비슈누에게 AK를 겨누었다. 비슈누가 나이프를 휘둘렀지만 턱없이 느렸다. 그들은 잠시 무슨 이야기를 나누더니 비슈누에게 총을 쏘아댔다. 비슈누의 몸이 땅으로 고꾸라졌다가 다시 튀어 오르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총성이 그치자 비슈누의 몸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탈레반 하나가 앞으로 나오더니 쓰러져 있는 비슈누의 머리에 한 방을 쏘았다. 멀리서도 머리의 형체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 「5. 쿠크리」 중에서

“아들이 하나 있었어요. 가문을 이을 만한 애였죠. 하지만 명이 짧았어요.”
부인이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당신도 그 아픔을 잘 알겠죠?”
이해를 구하는 눈빛이었다. 내게는 기분 나쁜 눈빛이었고. 나에 대한 조사를 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당신도 딸을 잃었으니까 어떤 마음일지 잘 알잖아요. 그때 딸이 여덟 살이었나요?”
쓴웃음이 나왔다.
“무슨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딸을 잃은 아빠들은 세상의 모든 딸아이들이 다 자기 딸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만나는 여자애마다 위험에 처하면 섶을 지고 불에라도 뛰어들 거라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너무 잘 알아서 그런 부모의 부탁이라면 목숨을 바쳐 도와줄 거라고?”
내 말에 부인이 고개를 저었다.
--- 「17. 왕국」 중에서

하지만 모두가 무사할 수는 없었다. 총소리가 멈추자 에밀리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왼팔에 한 발, 몸통에 두 발, 오른쪽 정강이에 한 발. 가까운 방으로 에밀리를 끌고 들어갔다. 방탄복 덕분에 몸통의 상처는 치명타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정강이가 문제였다. 아무래도 총알이 정강이뼈를 산산이 부수고 지나간 것 같았다.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보리스가 힐끗 보더니 다시 총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때 화장실 쪽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와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을 들고 숨어 있던 적이 피를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에밀리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총알이 방탄복 플레이트 사이의 옆구리를 관통한 것 같았다. 고통이 극심한지 에밀리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서서히 시야가 멀어져가는 듯했다.
“해서, 해, 서…….”
푹, 에밀리의 고개가 꺾였다.
- 〔25. 전투」 중에서

철컥. 장발의 칼이 칼집에서 빠지는 소리가 났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나도 쿠크리를 집어 들었다.
스르렁. 장발이 칼을 빼고는 칼집을 버린 뒤 중단 자세를 잡았다. 칼끝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는 아직 여섯 걸음 정도가 남아 있었다. 서로가 한 발씩만 내디디면 카타나의 살상 반경 안에 들어갈 것이다. 초근접이라면 단도가 유리하다. 하지만 근접이라면 카타나가 유리하다. 얼마나 빨리 장발의 칼을 피해 품으로 파고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터였다.
--- 「27. 가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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