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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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358g | 118*188*17mm |
ISBN13 | 9788994750842 |
ISBN10 | 8994750843 |
출간일 | 2021년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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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358g | 118*188*17mm |
ISBN13 | 9788994750842 |
ISBN10 | 8994750843 |
어차피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삶이 흘러가진 않으니, 우리는 연두와 함께할 오늘 오후 정도만 예상하기로 했다. 연두는 푹신한 방석에 누워 잠이 들고 나는 그 옆에 앉아 하랄트의 책을 들춰 보고, 까는 거실 소파에 앉아 포르투갈 신문의 인터넷판을 읽을 것이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연두는 닭고기와 약을 먹을 것이다. 예상 가능한 평화로운 오후. - 본문 중에서 『오늘 오후는 평화로울 것이다』는 현재 노견을 키우고 있거나 혹은 키웠던 반려인에게 따뜻한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 또한 책의 독자들 모두가 현재를 사는 반려견들처럼, 책을 읽는 동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길 희망한다. |
요즘 심심할 때 하는 일이 유튜브 개 영상 보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개, 거북이, 병아리, 메추리, 토끼 등 동물을 키워봤고,
반려동물의 죽음이나 아픔이 얼마나 마음에 한처럼 맺히고 오래 아픈지도 경험해봤다.
그래서 개와 거북이를 보내면서 다시는 무언가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건만,
조카의 달팽이를 떠맡아주게 되면서 다시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달팽이 4마리를 키우면서 적잖은 위안과 사랑,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달팽이는 겁이 많고 눈과 목소리도 없고..
건조한 인간 손으로 쉽사리 만질 수도 없어 소통이 어렵기에...
개처럼 영민하고 충성스럽고 인간에게 한 없이 다감한 존재,
인간과 다른 특성을 가진 동물에 대한 로망이 또 다시 간절히 자리잡게 되었다.
그 로망은 점점 커져서 유기견 입양 정보를 틈틈이 살피는가 하면..
개의 영상, 영화, 만화를 넘어서 이젠 개에 관한 책까지 열심히 찾아 읽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펫 로스, 늙고 아픈 개를 떠나 보내야 하는 슬픔과 상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노견과의 여행의 순간을 찬찬히 기록하여, 개와 동반자, 자신의 마음을 쓰다듬고 다독인다.
늙고 질병으로 고생하는 자신의 개를 보며 하루 하루 가슴 아픈 사람들에게
너만이 겪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내 경우엔 이래서 행복했거든 하고
따스히 손 내밀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히 개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유럽 여행 에세이,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에서의 여행과 생활을 엿보는 기회로 삼아봐도 좋을 것 같다.
저자의 개는 외관상 슈나우저 또는 테리어 종이 섞인 계열로 보이는데,
중간 중간 사진이 있어서 아..연두는 이렇게 생겼구나~
정말 예쁘구나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예절 교육이 딱히 필요 없을 만큼 선비 타입인 연두와의
소소하고 세세한 추억~
저자의 마음과 숨결이 오롯이 담겨 진솔하게 낭만적인 책이다.
마음과 기억으로 써내려간..순수한 감성으로 완성한 글 같다~
아픈 노견을 관리해주는 노하우, 유럽 연합 국가에서 반려 동물을 데리고
여행하거나 키우는 팁도 전해 들을 수 있으니 일석 이조일 듯!
개와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어야만 하는, 반려견의 늙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조금 더 특별한 게 있다면 저자는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포르투갈인과 국제결혼했다. 노견의 마지막 한 달을 자동차 여행으로 마무리했다. 노견의 이름은 연두다. 유기견 입양소에서 6살 된 연두를 데려와 6년 반 동안 같이 살았다고 한다.
일기장을 읽는 듯 문체가 서정적이다. 그녀의 개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주 가까운 지인들의 안부를 읽는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떠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물건들을 챙겨야 하는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반려동물 여권과 수의사 소견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을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여정을 곁들여 읽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주로 미술관이나 여행지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 이야기였다.
종종 삽입되어 있는 사진 속 연두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아프고 늙은 친구 같지 않아 보여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 한편 마지막을 예고하는 먹먹한 글들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 연두가 점점 기세가 약해지면서 욕창도 생기고 뛰어다니기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두 자신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싶기도 하고 그런 상태를 알아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나의 남편은 우리의 개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나 아파'라는 표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나를 위한 기능적인 것을 바랐는데, 개를 생각한다면 남편의 생각이 옳았다. 그래서 조금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연두가 늙어가는 과정을 읽다 보니 저런 에피소드가 생각나 주절거려보았다.
안락사의 올바른 때를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필자는 아직 우리 개의 끝을 생각하기엔 이르지만 언젠가 닥쳐올 큰 고민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개가 아파하는데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편안하게 보내줘야 할지, 또 그때는 언제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체크리스트를 얻을 수 있었고, 100% 적절한 시기는 없으며 당신의 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기 때문에 직감을 믿으라는 조언을 새겨들었다.
늙은 개를 돌보는 마음, 언젠가 내가 겪어야 할 감정들을 잘 표현해 준 글들이었다.
저자의 시선으로 점점 활기를 잃고 힘들어하는 연두를 보며 나 또한 같이 마음이 먹먹해졌다. 점점 다가오는 연두와의 이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기에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를 천천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 찾아올 죽음이고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았다. 가족 중에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가 마주할 죽음에 앞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 개인적으로도 뜻깊게 읽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