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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문을 녹이는

검은 문을 녹이는

파란시선-0089이동
김연필 | 파란 | 2021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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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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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66g | 128*208*11mm
ISBN13 9791191897074
ISBN10 1191897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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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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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너의 손등을 간지럽힌다. 네가 잠든 동안. 너의 손등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은 지워지지 않는다. 너의 손에 말을 적으면 너는 조금씩 말을 시작하고. 너의 그림은 조금씩 흔들린다. 나는 흔들리는 너를 안아 본다. 흔들리는 너를 간지럽힌다. 너는 웃고. 그러다 보면 검은 돌들이 우리를 둘러싼다. 손등에 그린 그림은 돌의 그림이다. 손등에 쓴 말은 물의 말이다. 물이 너의 손등을 간지럽히고. 나는 웃는다. 웃음이 자꾸만 돌 속에서 흐르고. 나는 너의 손등에 그린 그림이다, 너의 뺨이다, 물에 적신 너의 어떤 곳이다.?어떤 곳에 어떤 그림 그린다. 너는 계속 웃는다. 나는 계속 우습다. 나는 흔들리는 것들을 본다. 돌아가는 것들을 본다.?우스운 것들에 다가간다. 너의 뺨에는 구멍이 많다. 너에게 물이 스미고.?너는 발화한다. 계속되는 발화 속에서 흔들리며 돌아가는 것을. 너의 손등이 지워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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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어디인지 몰랐잖아요

슬픈 상자는 슬픕니다. 뒤집혀서 슬픕니다. 뒤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나무의 뒷면입니다. 슬픈 상자는 상자만큼 슬픕니다.

슬픈 나무도 있습니다. 슬픈 나무는 뒤집혀서 슬픕니다. 뒤가 어디인지 알 것도 같은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나무가 나무를 올려 주지 않아서. 나무는 나무를 올려 주지 않아서.

나무는 슬픕니다. 나무를 올릴 수 없어서. 나무를 올리면 부러져서. 부러지고 싶은데, 부러지는 게 무서워서. 올라간 나무가 부러워서. 나무는 웁니다. 슬픈 상자처럼 웁니다. 눈물도 흘리지 않고 슬픔도 흘리지 않습니다. 슬픈 나무는 슬퍼서 슬픕니다.

슬픈 나무 위에 슬픈 다람쥐가 올라갑니다. 슬픔의 껍질을 둘러싸고 올라갑니다. 볼에 슬픈 종자가 잔뜩입니다. 모두 슬픈 종자라 슬픕니다. 언제까지 볼에 잔뜩 알갱이를 넣고 올라가야 할까요. 언제까지 볼에 잔뜩 슬픔을 담고 올라가야 할까요. 슬픈 다람쥐는 슬픕니다. 다람쥐라 슬픕니다. 다람쥐지만 슬픕니다.

나는 처음 등장합니다. 상자를 보았습니다. 뒤집어 보았습니다. 뒤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나무의 뒷면입니다. 나무의 뒷면을 모릅니다. 나무를 뒤집고 싶습니다. 슬픈 다람쥐 한 마리를 봤습니다. 나무에서 봤습니다. 줄무늬가 슬픕니다. 꼬리가 슬픕니다. 꼬리를 꼬리꼬리 눌러 봅니다.

슬픈 꼬리 하나가 떨어집니다. 슬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나는 등장하지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는 일인칭이 슬픕니다. 상자도 일인칭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슬픕니다. 오늘은 나무가 슬퍼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는 슬픈 가지입니다. 모두 나를 익히려고 합니다. 생으로 먹으면 아플 것 같아서. 등장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너무 힘든 이미지지만. 슬픈 가지는 슬픕니다. 아무렇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게, 뒤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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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푸른 꽃이 떨어지고 우리는 비탄에 잠겼다

꽃이 떨어지며 떨어진 모든 것들이 우리의 비참을 깨우고, 우리의 비참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다

밤공기를 나눠 마시며 걸어도 조금도 비참해지지 않았다, 푸른 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지고 난 뒤에도 조금도 비참하지 않은 이상한 우리는

우리의 비참 속에서 걷고 있었다 비참에서 나오는 푸른 꽃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우주에서 푸른 꽃이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더 이상 걸어갈 곳이 없어 더는 걸어갈 수 없음을 깨달을 때쯤 우리는 우주 속에서 슬픔을 경험하고

모든 것이 우리 속에 잠겨 간다 모든 것이 떨어진 후에도 우리는 모든 것이 잠기도록 끝없는 물을 내린다 우리는 물로 만든 짐승이다 물이 다 빠지고 나면 우리는 푸른 꽃이 될 것이다 푸른 꽃이 되어 멀리 떠날 것이다

멀리 우주 너머에 너무 아픈 꽃이 있다 꽃나무가 있다 푸른 꽃이 피고 푸른 희망이 피고 푸른 비참과 절망의 씨앗이 자라고

모두 푸르러서 더는 말할 수 없는 꽃잎을 휘날린다 더 많은 위성으로, 성운으로, 빛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마른 수면으로

아프다고 해도 아프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고, 우리는 우리의 멸종을 부르는 날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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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런 거, 안 쓰면 좋겠다고 말했어”(「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난 뒤에」).

시 같은 것은 안 쓴다면 좋겠다. 애당초 시 같은 것을 쓰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인의 본심이다. 그런데도 시인은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쓰지 않는다면 좋겠다는 그 마음마저 시로 쓰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째서일까.
김연필에게 세계란 설명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러므로 말이란 점점 의미를 잃어 갈 뿐이다. “알 수 없는 것들이 알 수 없는 것들이 되어” 갈 뿐인 세계(「비익조」). 문장도 단어도 결국 사라질 뿐인 세계. 그게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의 모습이다.
그리고 김연필의 시는 말의 무력함을 돌파하기 위해, 말의 무력함을 무기로 삼는다.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자꾸 말하고, 더 말하고, 반복해서 말하고, 번복해 가며 말한다. 정확하게 말한다느니 정확하게 사랑한다느니, 그런 것은 이 시인에겐 사치스러운 일일 뿐이다. 시인은 겨우겨우 말하고, 가까스로 사랑한다. 사실 시 같은 것은 안 쓴다면 좋겠지만, 시라도 쓰지 않는다면 이 마비된 세계에서 조금도 버틸 수 없다. 그러니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슬프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기에 아름답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검은 문을 녹이는〉에서는 말을 누적시키고, 마음을 누적시키고, 다시 그것을 번복해 버리는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아마 당신이 이 한 권의 시집을 다 읽는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도 그 처절하고 처연한 세계(없음)의 모습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충분히 예민한 사람이라면 그 처절하고 처연한 말하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고, 또 놀라운 일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시” “슬픔 없는 시, 표정 없는 시” “마음 없는 시, 몸 없는 시”(「시계」), 이 모든 것이 김연필의 시가 도달한 서글프고 아름다운 자리다.
- 황인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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