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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도그 하울링

DMZ 도그 하울링

푸른사상 소설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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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4g | 135*200*17mm
ISBN13 9788991918177
ISBN10 899191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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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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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환경 스페셜]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유기견들이 산에 모여 가시덤불 밑에 굴을 파고 살면서, 제법 여럿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떼로 몰려다니며 가축을 사냥하고, 산에서 고라니를 포위 공격하는 산짐승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환경 스페셜]이니까 아마 멸종한 포식동물, 늑대의 역할과 복원을 기대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생태계 균형과 공존의 가치를 얘기하고 싶었을 테니까. 그러나 내게는 그렇게만 비치지 않았다.
그 유기견들을 포획 제거하는 과정에서 강아지들조차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늑대의 푸른 눈빛을 뿜었다. 낙오자의 좌절과 분노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 유기견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낙오자의 메타포로 다가왔다. 그 메타포는 내가 오랫동안 사회를 보는 창이 되었다.
어린 시절, 누이들의 세계 전도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드넓은 세상이 우리 밖에 있었다. 시베리아의 푸른 물결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 드넓은 세상을 달려보고 싶었다. 지도책에는 가는 실선으로 철도가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한반도의 허리에 DMZ가 가로놓여 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제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이제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내 인생과 함께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 밖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 조선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DMZ는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나 피딱지로 붙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낙오자인 줄도 모르고 소외의 그늘에 갇혀 있다. 그래서 나는 유기견들로 견고한 DMZ에 작은 틈을 내고 싶었다. 아직 사람들의 얘기로 쓰기 어려워서 우화로, 유기견들의 얘기로 에둘러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나는 전쟁과 평화의 이중주를 가만가만 들려주고 싶었다.
---「머리말」중에서

허스키가 가슴에 묻어둔 다짐을 내보였다.
“우리는 모두 버려졌잖아. 사람들은 우리가 필요할 때는 귀하게 여기다가 맘이 변하면 아무렇게 버렸어. 버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도살해서 고기로 팔아넘기려 했어. 이제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해. 우리의 본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우리는 원래 늑대야. 늑대 중에서 순한 늑대와 순한 늑대를 끊임없이 교배시켜 우리같이 순둥이를 만든 거라고. 우리는 우리의 본래 모습이 아닌 거야. 버려진 우리는 이제 우리 속에 숨겨진 뼛골을 되찾아야 해. 그 본성을 되찾아야 우리는 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돌보지 않아.”
허스키 옆에는 누렁이와 푸들이 자리 잡고 지지를 보냈다. 허스키의 열변에 감동한 개들이 일제히 목을 뽑고 길게 울음소리를 냈다. 드디어 컹컹 짖어대던 개에서 늑대로 돌아가는 첫걸음을 떼려 했다. 늑대의 하울링을 하려고 애를 썼다.
이름도 바꾸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유기견에서 우리 맘대로 살기로 다짐하고 스스로 왈패라고 이름 지었다. 모두 멋진 이름이라고 반기며 목을 길게 빼고 하울링을 했다. 그러나 하울링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p.86

생태학자가 늑대 복원팀과 다시 만나서 수집한 영상 자료를 보여줬다. 늑대 복원팀은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했다.
“개들이네요. 산에 돌아다니는…… 그런데 수가 엄청나네요.”
생태학자는 그의 말을 바로 받았다.
“맞습니다. 산에 사는 개, 늑대의 친척이기도 하고요.”
복원팀이 즉각 반응했다.
“개가 늑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야생에서 오래 살다 보면 늑대가 될 수는 없어도 늑대 역할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복원팀이 생태학자에게 항변했다.
“우리는 지금 늑대를 원하고 있습니다. 늑대가 개로 진화한 사실은 있지만, 개가 늑대가 됐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야생개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데, 생태계를 함부로 실험장으로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야생개가 늑대와 합류하여 늑대 종자로 포섭된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어려운 늑대 복원보다 야생개가 늑대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게 더 쉽지 않을까요? 급격히 늘어나는 고라니나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 같은 거 말입니다.” --- p.102~103

멧돼지들은 땅굴로 북쪽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멧돼지들은 북한이 아니라 지옥으로라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서 앞이 꽉 막혔다. 땅굴은 길지 않아서 멧돼지들은 독 안에 든 쥐가 되고 말았다. 땅굴로 북쪽으로 달아나려는 계획은 허사였다. DMZ 남쪽 철책선 가까이에 있는 땅굴은 북쪽으로 통하지 않은 짧은 땅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멧돼지들은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에 나섰다. 암퇘지와 수퇘지가 앞장서고, 그 뒤로 십여 마리의 새끼들이 나란히 진용을 짜고 주둥이를 껄떡거리며 진격했다. 땅굴의 폭도 넓지 않아서 멧돼지들이 진용을 짜고 전진하자 왈패들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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