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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입술

절반의 입술

파란시선-0091이동
이화은 | 파란 | 2021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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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04g | 128*208*9mm
ISBN13 9791191897098
ISBN10 119189709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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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의 화장법

오늘 화장의 컨셉은 고통이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입었던 보라색,
짙은 아이섀도를 눈두덩에 바른다
볼연지는 없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화이트, 창백이다
입술은 아무래도 피의 연상 자목련 쪽
거기에 펄을 살짝 덧칠한다
고통이 반짝여야 한다
한쪽 귀를 긴 머리카락으로 덮었다
예수를 잡으러 온 백인 대장의 귀를 베드로가 잘랐던
그 밤을 기억한다
입은 굳게 다물어야 한다
부활은 아직 개봉 전
“당신 오늘 섹시해 보여요”
말꼬리에서 물씬 죄의 냄새가 풍긴다
어느 시대건 유다는 있는 법
죄는 멜로이고 범죄는 액션이다
어느 쪽을 택할까
심야 극장 앞에서 이마에 바른 재의 기억을 닦는다

----------------------------------------------------------------

살금살금 잃어버린 그 밤 겨울 이야기

친척 오빠들을 따라다니던
겨울
참새 집을 터는 일은 신나는 일이었다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 플래시를 비추면
눈이 부신 참새들이 짹소리 없이 끌려 나왔다

오빠들의 도움으로 조심조심 내 손이 둥지 속으로 들어갔을 때
참새 여러 마리의 중심에 손끝이 닿았을 때
따 · 뜻 · 했 · 다
지독히 따뜻했을 뿐인데
한 움큼 따뜻한 빈손을 움켜쥐고 엉금엉금
사닥다리를 도로 내려왔을 뿐인데
그 밤

내 치마 속으로 가만히 기어드는 손이 있었다
살금살금
눈도 못 뜬 어린 참새를 훔치러 온 손이 있었다
나는 울음을 한입 가득 깨물고
순하고 착한 아이였으므로

오빠들은 죽순처럼 쑥쑥 자라 도시로 떠나고
어느 겨울 미어터진 하늘에서 큰 눈이 쏟아져
참새들이 살던 초가집이 무너지고

참새도 참새 집도 없는 기억 속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
상처도 함께 살면 제 살처럼 정이 드는 법

한 움큼 겨울 햇살이 새털처럼 포근한 날
오늘은 울음을 참던 고 작은 계집아이나 데리고 앉아
우는 법이나 가르쳐야겠다
울음은 참는 게 아니라고, 착한 아이도 우는 거라고

----------------------------------------------------------------

봄은 항상 내일 오지요

한 평 남짓한 구두 수선집
좁은 나무 의자에 낯선 남자와 낯선 여자가 나란히 앉았다
고장 난 신발 외에는 아무런 볼일도 할 말도 없는
그저 그런 남자와 그저 그런 여자

수선집 아저씨가
수선대 위에 신발을 확 뒤집어 올려놓는다
남자도 여자도 짐짓 못 본 척 멀리 창밖을 내다본다

유난히 안쪽으로 쏠린 남자의 속내와
바깥으로 흘러 버린 여자의 행보가
법정에 선 증인처럼 숙연하다

인자한 법조인인 양 아저씨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접착제가 마르는 동안 무언가 들켜 버린 사람들처럼
어색한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는데
접착제와 구두약 냄새로 숨 막히는 좁은 감옥 속에서

감옥이라고 말해도 되나
생각 없는 생각이 잠깐 오가는 사이
새로 깐 바닥을 밟고 남자가 사뿐히 걸어 나가고

내일이 입춘이에요
거스름돈처럼 아저씨가 고친 신발과 함께 불쑥 입춘을 내민다

봄은 왜 꼭 내일 오는 걸까
남자와 구두와 접착제와 입춘이
뒤축의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저 그런 봄이 또 수선집 인연처럼 어색한 얼굴로
잠시 곁에 앉았다 훌쩍 떠나 버릴 테지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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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 시인의 시는 시적 대상과 참 격의 없다. 달래 주고 놀아 주다가 짐짓 나 몰라라 하고, 그러다가 자신의 전 생애를 다 바치려는 듯 공손해지기도 한다. 불화하는 모든 것들과 이다지 내밀하게 사귀는 법을 보여 준다. 시와 시인이 서로를 갖고 노는 것 같은데, 지독히도 서로를 사랑해서 떨어져 있으려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죽을힘을 다해 사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조차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서로의 독(毒)에 중독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독’을 통해 시인은 또 다른 ‘독(獨)’의 세계를 보여 준다. 이를테면 이렇게 가까운데 멀고, 이렇게 먼데 가까운 그런 고유성의 세계일 것이다. 그리하여 독립, 그리하여 고독한 감옥의 부드러움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거침없이 언어의 총을 쏘아 댄다. 하지만 꼭 무엇을 맞추려는 결연함, 그런 거 없다. 그런데 그 총알은 이상하리 만큼 콕콕 가슴에 박혀 든다. 때론 슬프게, 때론 아프게, 때론 능청스럽고 유머스럽게 혹은 그 몇 가지가 동시에 한꺼번에 들이친다. 이런 겹침의 무늬는 시인이 시적 대상인 세계를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불화하는 대상에 대한 이토록 지극한 싸움의 방식, 그런 자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인질 삼고서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그쯤 되어야 독립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직설 속에 숨겨 둔 말들을 꺼내 읽는 즐거움, 그런 즐거움의 ‘독’은 아름답고 치명적이다. 천천히 오래 그 ‘독’의 주술 속에서 행복해질 것이다.
- 이승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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