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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선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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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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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10g | 135*205*25mm
ISBN13 9791189680329
ISBN10 11896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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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해야겠다고 다짐했어?” 하고 참고삼아 물었다. 누군가 등이라도 떠밀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어볼 때마다 그들은 “그냥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어” 혹은 “너도 빨리해” 하고 격려를 받았지만 ···. --- p.75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넘쳐서인지 어떤 분이든 일단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부터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리고 드라마에서 보거나 유명한 이야기에서 본 것처럼 특별한 연애일 가능성이 없으면 가령 본인에게 연애 경험이 부족해도 ‘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이 사람은 아니다, 직감이 오지 않는다 하면서요. 그런 데다 남들로부터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으면 또 완강히 부인하죠. 눈이 높다니 말도 안 된다, 그저 이번 상 대가 나와 맞지 않았을 뿐 나는 결코 분에 넘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내가 분에 넘치는 걸 바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안다, 하고요 ···.” --- p.110

“······ 눈에 보이는 신분 차별은 이제 없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에만 중심을 두는 탓에 모두가 오만합니다. 한편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부모의 말에 복종하고 남이 정해 준 대로 따르기 십상이라 ‘나 자신이 없는’ 상태가 되죠. 오만함과 선량함이 모순 없이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신기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 p.112

지금의 가케루는 이렇게 생각했다. 마미와 함께, 이곳에 오고 싶었다, 하고. 실은 나도 당신과 함께 저 흔하디흔한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었구나, 하고. --- p.197

결혼하지 않으면 집을 나갈 수도, 독립도 인정되지 않는 이 장소에 녹아들지 못할 바에야 마미는 차라리 밖으로 나가서, 여기 있는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애’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p.224

이대로 있다가는 이 집에 부속품처럼 끼워 넣어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지 않으면 여기서 영원히 어머니의 규칙에 집어 삼켜진 채 ‘내 집’을 이룰 수 없다. ······ 이대로 있다가는 어머니의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불현듯 가여워졌다. 어머니가. --- p.305

군마에서 결혼해 어머니를 의지하고,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준 것처럼 내 아이의 육아도 도와주길 바랐다.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어렸을 때부터 계속 그렇게 생각했다. ······. 그것이 내가 되고 싶었던 ‘착한 아이’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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