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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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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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
파일/용량 | EPUB(DRM) | 50.75MB ? |
ISBN13 | 9791197559631 |
KC인증 |
발행일 | 2021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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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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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
파일/용량 | EPUB(DRM) | 50.75MB ? |
ISBN13 | 9791197559631 |
KC인증 |
휴식,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이다 - 피로 불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휴식의 기술
9,800원 (0%)
추천의 말 서문 김보라, 영화 「벌새」 감독 들어가며 쓸모없음의 쓸모에 관하여 1장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한 변론 2장 단순한 세계의 유령들 3장 거부의 기술 4장 관심 기울이기 연습 5장 낯선 이들의 생태계 6장 생각의 토대 복원하기 나오며 명백한 해체 감사의 말 해제 최태윤, 예술가 주 |
<주목하지 않을 권리>라는 책과 결을 같이 하는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도 또 작지도 않다. 이 책의 서문을 쓴 김보라 감독의 글에서부터 인상적인 대목이 나온다. 쓰시마 유코의 단편소설 <엄마의 장소>를 언급하며 거기엔 평생 일기를 써온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메모나 기록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소소한 일상을 매일 같이 쓴 그 일기장에는 '공백'이 있다. 필자의 아버지가 내연 관계의 여자와 동반자살한 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동생의 죽음 후가 바로 그 공백이다. 몇 차례의 그런 공백 후 일기는 다시 계속된다.
공백은 그렇게 공백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엄마는 왜 쓸 말이 없었을 것이며 왜 할 말이 없었을 것인가. 쓸 말도 할 말도 많았을 것이고 설령 너무도 엄청난 일에 아무 할 말도 쓸 말도 잃었다 해도 그에 대한 감정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인데 엄마는 그대로 공백으로 둔 채 자신의 일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헌데 그런 공백을 결코 허용치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날이 갈수록 현대 사회에는 더 많아지는 모습이다. 허용치 않더라도 그럼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면 될 텐데 그마저도 허용치 못해서 덧붙이거나 잘라내거나 하는 식으로 왜곡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SNS가 있다. 이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일침에 가까운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니네 그라믄 안 돼" 하는 식으로다 훈계조로 하는 게 아니라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꽤 매력적인 문체로 서술한다. 적소에 등장하는 명사들의 인용구는 감칠맛을 더한다.
이를테면 <보물섬>의 작가 스티븐슨은 이미 1877년에 '바쁨'을 가리켜 '활력 부족의 증상'이라 정의하며 "바쁨은 관습적인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삶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기운 없고 진부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까지 했단다. 개인적으로도 바쁘게 사는 것이 곧 열심히 사는 것이라 심한 착각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다행히 20대 초반에 비교적 이른 나이(라고 믿고 싶은)에 그 착각을 인지해서 지금은 뭔가 바쁘다는 느낌이 들면 오히려 경계를 하게 된다. 이쯤 되면 바빠서 책을 안 읽거나 못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안 읽거나 못 읽기 때문에 바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얼마나 진리인지도 새삼 느껴진다.
세네카의 경우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과거를 돌아보다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공포를 묘사한다는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건 "1시간 동안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다가 막 정신을 차린 사람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그냥 넋 놓고 가만히 있어라는 건 물론 아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거나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서 우선 멈추고 그것들을 하고 있는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냉정히 돌이켜 보라는 것. 이는 법정 스님이 설파한 무소유가 단지 아무 것도 그 무엇도 가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것들을 우선 버리고 필요하다 싶은 것들마저도 버릴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오는 이른바 '텅 빈 충만'과도 닮아 있고 닿아 있다.
오늘도 열심히 인스타를 비롯해 이런저런 활동들에 '바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픈 책이다.
덧. '그래 뭐 다 좋은데 그런 너는 정작 지금 뭐 하고 있느냐' 반문하는 이들에겐 할 말 없음이다. 역시 뭘 쓰든 뭘 하든 김수영 시인의 말마따나 "내 발 밑이 두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