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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00년 03월 3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98쪽 | 148*210*30mm |
| ISBN13 | 9788974281366 |
| ISBN10 | 8974281368 |
흑진주
엘리자베스 로웰 저 / 오현수 역
|
현대문화센타
|
2000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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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엘리자베스 로웰
미국의 Lifetime Achievement Award 로맨스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실력파이자 아름답고 애절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라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섬세한 심리 묘사와 수려한 풍경 묘사를 자랑하는 로웰의 작품은 잔잔하면서도 뜨거운 열정과 긴장이 감도는 구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품으로는 궁전 시리즈『해뜨는 궁전』,『하얀 궁전』,『오월의 궁전』과『마법의 아침』,『천년의 기다림』,『가을날의 연인』,『황금빛 해변』,『천년의 전설』등이 있다.
▶ 역자 : 오현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는『영원한 동맹』,『배반의 사랑』,『내 마음이 강해야 내 소원도 이루어진다』『성공한 사람들의 비밀노트』,『붉은 아침의 노래』,『하얀 궁전』,『밤의 속삭임』,『겨울날의 불꽃』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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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내일이라도 당장 발 멋고 나설게. 가능한 빨리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
한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머리가 두 개 달린 사람을 대하는 투였다.
'누가 결혼을 한대요?'
'우리. 당신이 아이를 갖자고 했으니까 당연히 결혼해야지.'
부리나케 그녀는 아처에게서 멀리 벗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쪼그렸다.
'난 결혼 말을 거낸 적이 없어요.'
'임신하면....'
'펄코브의 지분을 팔 거예요. 그래서 집을 한 채 사고 다른 양식장에서 진주 감별사로 일하겠어요. 안정적이고 보수도 좋을 뿐더러 내 아이를 키울 시간이 넉넉한 일이에요'
'당신 아이?'
아처는 안팎으로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었다. 쏴아, 얼굴에서 피가 빠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는 어떻게 하고?'
화도 나고, 두렵기도 하고, 운명에 의해 구석으로 몰렸다고나 할지, 아니면 모든 장애물이 사라져 사방팔방으로 뚫린 갈림길에 서 있는 기분이랄지 아무튼 종잡을 수 없는 심정으로 한나는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피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끌어왔던 식으로 내일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정열만을 탐닉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아처와는 미래가 없으니까.
'당신이 불평할 게 뭐가 있죠? 뒤끝 없는 섹스야말로 모든 남자들의 꿈이잖아요'
고통으로 촉발된 분노가 이제 고통을 뛰어넘어 앞뒤 가리지 않고 치솟았다. 아처는 무기력하게 고통의 칼날에 몸을 맡겼지만 이 분노와는 맹렬히 싸웠다. 어휘를 뛰어넘는 본능적인 앎의 단계에서 지금 분노에 패배하면 10년 전 한나를 렌에게 맡겼던 짓보다 더 후회할 행동을 하리란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왜 나와 결혼할 수 없다는 거지? 차근차근히 설명해봐.'
한나는 망ㅇㄴ한 눈으로 아처를 바라보았다. 비정상적이리만큼 팽팽해진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숨을 목에 걸렸다. 저 얼굴을... 모닥불에 손을 집어넣고 있으면서도 아픔을 감추려 노력하는 사람의 것이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고통이 보였다. 격렬한 비탄이 생생하고 사실적을. 왠지 그의 아픔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고 영혼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 가슴 어디선가 시작되었다. 바로 그때 아처가 눈을 떴다. 강철빛의 눈동자. 자비를 모르는 사내의 표상.
'거울을 보면 스스로 그 이유를 알 거에요'
'설명해.'
'..... 당신은 렌과 똑같으니까!'
숨결이 흐느낌처럼 떨리며 한꺼번에 흘러나왔다.
'결혼.'
한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머리가 두 개 달린 사람을 대하는 투였다.
'누가 결혼을 한대요?'
'우리. 당신이 아이를 갖자고 했으니까 당연히 결혼해야지.'
부리나케 그녀는 아처에게서 멀리 벗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쪼그렸다.
'난 결혼 말을 거낸 적이 없어요.'
'임신하면....'
'펄코브의 지분을 팔 거예요. 그래서 집을 한 채 사고 다른 양식장에서 진주 감별사로 일하겠어요. 안정적이고 보수도 좋을 뿐더러 내 아이를 키울 시간이 넉넉한 일이에요'
'당신 아이?'
아처는 안팎으로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었다. 쏴아, 얼굴에서 피가 빠지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는 어떻게 하고?'
화도 나고, 두렵기도 하고, 운명에 의해 구석으로 몰렸다고나 할지, 아니면 모든 장애물이 사라져 사방팔방으로 뚫린 갈림길에 서 있는 기분이랄지 아무튼 종잡을 수 없는 심정으로 한나는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피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끌어왔던 식으로 내일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정열만을 탐닉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아처와는 미래가 없으니까.
'당신이 불평할 게 뭐가 있죠? 뒤끝 없는 섹스야말로 모든 남자들의 꿈이잖아요'
고통으로 촉발된 분노가 이제 고통을 뛰어넘어 앞뒤 가리지 않고 치솟았다. 아처는 무기력하게 고통의 칼날에 몸을 맡겼지만 이 분노와는 맹렬히 싸웠다. 어휘를 뛰어넘는 본능적인 앎의 단계에서 지금 분노에 패배하면 10년 전 한나를 렌에게 맡겼던 짓보다 더 후회할 행동을 하리란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왜 나와 결혼할 수 없다는 거지? 차근차근히 설명해봐.'
한나는 망ㅇㄴ한 눈으로 아처를 바라보았다. 비정상적이리만큼 팽팽해진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숨을 목에 걸렸다. 저 얼굴을... 모닥불에 손을 집어넣고 있으면서도 아픔을 감추려 노력하는 사람의 것이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고통이 보였다. 격렬한 비탄이 생생하고 사실적을. 왠지 그의 아픔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고 영혼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 가슴 어디선가 시작되었다. 바로 그때 아처가 눈을 떴다. 강철빛의 눈동자. 자비를 모르는 사내의 표상.
'거울을 보면 스스로 그 이유를 알 거에요'
'설명해.'
'..... 당신은 렌과 똑같으니까!'
숨결이 흐느낌처럼 떨리며 한꺼번에 흘러나왔다.
--- pp.237-239
묵묵히 아처는 분개한 미남 호주인을 건너다보았다. 왜 형이 젊은 종마가 한나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도록 놔뒀을까? 이복동생에겐 형수의 반경 3만 킬로미터 이내의 접근마저 불허했으면서.
'내 인생에서 꺼져, 영원히. 내가 다리 병신이 되었다고 내 아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완전히 오산이야. 접근하면 죽여버리겠어. 네가 아니라 그녀를.'
당시 아처는 약에 취한 말이라고, 불구자가 된 공포와 분노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 자신을 다독거리며 한나를 유혹할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다고 이복형에게 입이 닳도록 설명했다. 그저 형을 돕고 싶을 뿐이라고. 하지만 힘 낭비였다. 아처가 설득하면 할수록 렌은 더 길길이 날뛰었다. 그래서 형의 요청에 따라 완전히 접촉을 끊었다. 7년 동안.
'내 인생에서 꺼져, 영원히. 내가 다리 병신이 되었다고 내 아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완전히 오산이야. 접근하면 죽여버리겠어. 네가 아니라 그녀를.'
당시 아처는 약에 취한 말이라고, 불구자가 된 공포와 분노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 자신을 다독거리며 한나를 유혹할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다고 이복형에게 입이 닳도록 설명했다. 그저 형을 돕고 싶을 뿐이라고. 하지만 힘 낭비였다. 아처가 설득하면 할수록 렌은 더 길길이 날뛰었다. 그래서 형의 요청에 따라 완전히 접촉을 끊었다. 7년 동안.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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