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교사, 학생 할 것 없이 너무 많은 사람에게 감당하기 힘든 장소가 되어버렸다. 교실에 무질서, 불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교사가 이상적인 교실을 만들어갈 방법을 찾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교사는 그저 이탈하는 학생 없이 문제없는 수준 정도만 유지하는 방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이 책을 든 이유는 두렵고 힘들고 지치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변화가 쉽게 혹은 바로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이상적인 학급 문화가 있는 성장형 교실을 만들고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은 확실히 실현 가능하다. 매일 진을 쏙 빼놓는 아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지금으로서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이야말로 당신이 이 책에서 얻게 될 지식과 통찰을 통해 변화하는 ‘최고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1장 교실의 현실 · 1 이상과 현실」중에서
신뢰하지 않거나 정서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대상을 따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자신이 존중하지 않거나 유대를 맺지 않은 사람의 말에는 흔쾌히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교사가 시간을 들여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학생은 교사를 존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을뿐더러, 교사의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교수 환경에서 애착이 갖는 의미이다. 애착이 있어야만 학생은 교사를 우러러보고 교사의 지도를 기꺼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이론으로는 애착에 관해 이해한다고 해도, 현실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학생과 관계를 맺는 일이 너무나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다 학생과 관계를 맺고 지도하는 일이 이토록 힘들어졌을까? 그 배경에는 예전과 너무나 달라진 ‘문화’가 있고, 아이들이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현상’이 있다.
---「1장 교실의 현실 · 1 이상과 현실」중에서
교사가 성공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려면, 아이가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교수의 비결은 교사가 무엇을 ‘하는가’에 있지 않고, 교사가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있다. 아이가 교사를 존경하는 대상, 지도를 구할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결국 교사가 자연스럽게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아이가 교사에게 애착부터 가져야 한다. 이것은 기술을 더 많이 익히거나 정확한 기술을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수에서 ‘관계’가 차지하는 역할을 이해하는 문제에 해당한다.
학생이 자연스럽게 교사의 지도를 따르게 하려면, 학생이 교사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은 ‘관계’와 연관이 있다. 아이가 교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아이가 자신을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는가? 아이가 교사와 유대를 맺고 있다고 느끼는가? 교사가 어떤 방식을 적용하든, 교사와 학생 간에 이러한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면 학습력 향상과 성장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생이 자신의 애착 욕구를 해결해줄 사람으로 교사를 바라볼 때 진정으로 교사를 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2장 학생에게 필요한 지도자 되기 · 3 교실의 주도권 잡기」중에서
요즘에는 불안한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물어봐야만 필요한 것을 채워줄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불안한 순간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럴 때는 단지 믿을 만한 어른에게 의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불안을 낮춰주고 싶다면, 바로 그 순간에 개입해 주도권을 잡으면 좋다. 교사가 이렇게 할 경우, 아이가 교사의 지도에 오롯이 기댈 기회를 제공해서 아이가 온전히 아이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이 주도적이라기보다는, 아이 중심적이다. 즉, 교사가 발달단계에 따른 아이의 욕구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며, 아이를 돌봐주는 지도자라는 역할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는 불안할 때 지도자의 따스함과 강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하며, 그 속에 있어야만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3장 문제 행동의 이면 바라보기 · 8 불안한 아이」중에서
아이가 주변의 자극적인 요소에 노출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자극이 걸러지지 않고 뇌까지 그대로 전달되다 보면 아이의 충동 조절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과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다 보니, 아이는 선생님, 학업, 주변 학생들처럼 자신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학생이 감당하기 힘든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지 교사가 항상 알아챌 수는 없어도,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학생은 주변 세상을 차단하려는 행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나 귀를 감싸 쥐고 있거나 얼굴이 늘 상기되어 있거나 앉은 자리에서 몸을 흔드는 행위가 그 예이다.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아이에게 자극이 될 만한 요인을 줄여주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형광등 조명이 너무 밝지는 않은지, 아이가 유난히 정신없고 시끄러운 구역에 앉아 있지는 않은지, 아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자극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변화 하나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교실이 힘들고 불편한 곳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보고, 이것이 아이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3장 문제 행동의 이면 바라보기 · 10 방해하는 아이」중에서
우리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바라보는가는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을 ‘나쁜 아이’로 바라보는 아이들은 그러한 역할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교사가 도울 수 있다면, 학생들의 정체성은 좀 더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 아이들은 그저 무엇을 하라거나, 어떤 존재가 돼라는 독려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멋진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려면, 교사는 학생들이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부터 제공해야 한다.
---「4장 정체성 전환하기 · 16 학생들의 부정적인 정체성 전환하기」중에서
‘성장형 교실’을 만들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성장형 교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정서적 안전’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교사가 학급을 이끌며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다. 또한 학생들이 교사가 자신들을 보살피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느낀다는 의미다. 교사의 리더십은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초석 없이는 다른 도구가 뿌리내릴 토대가 생겨나지 않는다. 교사가 학생들과 맺은 관계를 통해 일궈내는 ‘정서적 안전’이야말로 성장형 교실을 구축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정서적 안전을 마련하는 것은 아이들이 불안해 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의 내면이 평온한 상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불안한 상태에서는 외부로부터 어떤 것도 수용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안전하다고 느낄 때 경계심이 낮아지기 때문에 내면에 개방성이 싹틀 여지가 생긴다. 호기심이 많아지고, 질문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실수하는 것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낮아지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목표를 더 높이 잡는 데 익숙해지면서 자기 안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때 학습도 꽃피울 수 있다.
---「5장 성장으로 이끌기 · 18 정서적 안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