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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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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84g | 140*195*16mm
ISBN13 9791189178550
ISBN10 1189178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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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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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은 늘 발목을 잡는다.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 방법은 없다. 꼬리처럼 따라다니며 평생을 괴롭힌다. 화해와 용서는 추상적인 단어일 뿐이다. 실재하지 않고 실재할 수 없는. 속절없이 당해야만 했던 사람에겐 기회도, 선택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영원히 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 p.46

이날까지 솔직하지 못했다는 게 가은을 내내 괴롭혔다. 이유가 있었다. 규선이 냉동되는 사람들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몇 번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서서히 대화로 풀어나갈 생각이었다. 그때마다 규선은 너무도 단호했다.
--- p.83

음식 냄새가 사람 사는 냄새라고 착각하는 거 같다. 음식 냄새는 그냥 음식 냄새일 뿐이다. 아무도 먹지 않을 음식이라면 더더욱. 엄마는 이 어색한 공기가 시간이 지나면 환기될 거라고 믿었다.
--- p.96

누가 지키고 서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꼼짝도 안 하고 서 있기만 했다. 빗방울에 살갗이 찔려 온몸이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벌을 받는 중이니까.
--- p.99

미리 알아서 뭐 할 건데? 네가 미리 알든 모르든 어차피 전부 일어날 일이야. 기다리다 보면 저절로 다 알게 된다고. 살아만 있다면 말이야. 뭘 바꾸고 싶어 그러는 건가? 머리가 나쁜 거야 순진한 거야? 사람은 미래를 바꿀 수 없어.
--- p.115

아이들을 위해 그런 거였는데. 흔하게 이뤄진다고 해서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삶을 십칠 년이나 멈춘다는 것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원망스러운 적도 있었다.
--- p.146

아버지. 기뻐해야 하는데, 아버지를 냉동시키지 않아도 되고, 지금 당장 수술할 수 있다니까 기뻐서 소리라도 질러야 하는데, 나 너무 무서워. 무서워. 돈 때문에 무서워.
--- p.228

본인이 살아갈 시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에선 당연한 일인 걸까. 대체 소수는 어느 쪽인 걸까. 다수라고 믿는 쪽이 실은 소수였던 게 아닐까.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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