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와 일반 소상공인은 어떻게 다를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는 로컬 브랜드와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소상공인 기업은 분명 다르다. 대기업이 발굴하려는 소상공인 브랜드는 경쟁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영 기법, 즉 브랜딩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작은 기업이다. 로컬 브랜드는 로컬 차별화를 브랜딩 방식으로 선택해 전국적인 평판을 얻은 지역 기반 기업이다. 로컬 브랜드는 다음 기준을 만족하는지에 따라 평가한다.
1. 지역성과 창의성을 지닌 로컬 브랜드 기업을 차별화된 기업으로 정의한다면, 기업 스스로 로컬 브랜드 기업으로 인식할 수 있는가?
2. 사업에 활용하는 지역 자원은 무엇인가? 자연환경, 특산물, 유휴 공간·건물, 지역 문화, 이야기 소재 등
3. 기업 경영의 어느 부분에 ‘지역성’을 반영하는가? 브랜드·브랜드 스토리, 상품 개발, 마케팅, 건축·인테리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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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로컬 브랜드는 성장 과정에 따라 Local to Local(로컬에서 로컬), Local to Multi-Local(로컬에서 멀티 로컬), Local to National(로컬에서 내셔널), Multi-Local to Multi-Local(멀티 로컬에서 멀티 로컬)로 분류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그곳에서 시장 점유율이 지배적인 기업은 Local to Local, 지역에서 시작해 로컬 모델을 유지하며, 다수의 지역으로 진출한 기업은 Local to Multi-Local, 지역에서 시작해 동일한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 기업은 Local to National, 창업 초기부터 다수 지역에서 로컬 비즈니스를 시작한 기업은 Multi-Local to Multi-Loc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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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미시간주 앤아버 골목에서 처음 문을 연 ‘징거맨 델리카트슨’은 스페셜티 식품과 매장에서 만든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파는 그로서란트다. 특별한 음식과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고,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프랜차이즈 제안을 받는데, 이러한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30년째 앤아버 지역만 고집해왔다. 이제 매년 수천 명이 ‘징거맨 델리카트슨’을 맛보기 위해 앤아버를 방문한다. 매장을 늘리는 양적 성장 전략이 아니라 지역에서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조성하며 성장해온 ‘징거맨 델리카트슨’의 스토리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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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 앤 스트로는 지난 20년간 아이스크림을 통해 동네 커뮤니티를 하나로 모으는 장소를 구상해왔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로컬 커뮤니티 중심지에서 원료를 개발하고, 지역 사람들과 맛을 개발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솔트 앤 스트로 아이스크림의 성공 비결 역시 로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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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마켓은 동네 슈퍼가 레트로 붐을 어떻게 주도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동네에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동네별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 식재료와 상품을 매장에 들인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나가는 곳이 아닌, 야외 테이블에서 간편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한적하게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보마켓은 한남점을 시작으로 이태원, 만리동, 성수동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 동네 문화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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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로컬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로컬 운동은 환경과 로컬 푸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로컬 푸드는 로컬 경제의 주축이기도 하다. 생산자, 소비자, 유통 기업, 시민 단체, 정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로컬 푸드 운동에 참여해야 선진국 수준의 로컬 푸드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로컬 푸드는 로컬 브랜드 창업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인데, 로컬 브랜드는 타 지역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콘텐츠에 기반해 창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국이 작은 나라라고 해도 기후와 지리의 차이로 전국 모든 지역이 고유의 식자재와 식문화를 보유하고 있어 각자의 특색을 살리기도 좋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 로컬 푸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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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하이퍼로컬 시장에서 푸드 큐레이션으로 경쟁하려면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로컬 푸드 브랜드를 기업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테마로 편집해 제안해야 한다. 푸드 로컬 브랜드 MD는 지역의 식문화를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지역의 단위를 동네로 세분화해 큐레이션해야 한다. 로컬 브랜드 MD는 지역의 로컬 푸드, 수제 맥주, 전통주, 디자인 상품 등 동네와 골목 사람들이 즐기는 일상적인 의식주 문화가 담긴 로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발굴하고 입점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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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편집숍을 연 후 재주상회의 사업 분야 확장은 계속되었다. 우선 매장 운영을 위해 자체 브랜드를 개발했다. 편집숍을 운영해보니 지역에 출시되지 않은 상품,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재주상회는 그러한 상품을 직접 개발해 생산했고 생산하지 않는 경우 위탁 방식으로 제작하며 제조업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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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호텔과 디자인 호텔의 트렌드가 시작된 곳. 어디를 가도 천편일률적인 것 말고 ‘그곳, 그 여행지’가 주는 고유한 지역성을 보다 강렬하게, 특별하게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 찾아가는 ‘에이스 호텔’은 1999년 미국 시애틀의 작은 호텔로 시작해 이제는 10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오늘날 크리에이터들이 열광하는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호텔로의 명성, 지역의 생활 문화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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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창업자의 아들이자 지금의 CEO인 야마이 도루가 스노우피크에 입사한다.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은 스스로 만든다’는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받아 츠바메 산조 장인 기술을 담은 최고의 캠프 장비를 개발했다. 도루는 새로운 캠핑용품을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그치지 않았다. 니가타 지역의 산악 스포츠 전통을 이어가며 캠핑 문화를 새롭게 해석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가족과 함께 자연을 사랑하고 즐기는 문화를 기업 이념으로 삼아 아웃도어 시장 자체를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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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연남동에 자리 잡은 어반플레이는 로컬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에 동네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로컬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선보였다.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를 최초로 내건 기업이기도 하다. ‘도시에도 OS Operating System가 필요하다’며 융·복합 기술로 도시 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한 후 감성 도시로 디자인한다. 지역과 동네에 필요한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는 로컬 콘텐츠 기업으로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지, 놀이터를 결합한 공간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자생할 수 있는 작은 도시를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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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벤처, 소셜 벤처, 관광 벤처, 사회적 기업, 문화 기획사, 도시 재생 스타트업, 로컬 식품 브랜드, 로컬 미디어 스타트업 등 2010년 이후 지역에 진출해 활동하는 다양한 유형의 기업이 늘어났다. 기술 발달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이러한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새로 진입한 로컬 기업에 대한 기업 생태계적 논의는 아직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연세대 국제학연구소는 2021년 6월 10일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로컬 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참여한 전문가는 각 분야의 생태계 상황, 정부 지원 사업의 역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이슈와 과제, 유망 로컬 기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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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 소통에 익숙해진 MZ 세대에게 동네는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동네를 내세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네이버와 당근마켓 등은 주민 간 상거래뿐만 아니라 동네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구축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부상한 동네 경제, 동네 가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지역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어떠한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동네 경제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는가, 전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동네를 중심으로 한 창조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포털사이트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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