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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는다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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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56g | 135*210*12mm
ISBN13 9791197414282
ISBN10 119741428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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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맛있는 것을 먹고, 나 혼자 푸른 하늘을 보고 ‘예쁘다’ 삼키는 일, 비 오는 날 창이 큰 카페에 앉아 책을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나 혼자 씹는 일, 땀이 날 때까지 나 혼자 달리는 일. 살아 있으려고, 살고 싶어서 해내는 그 일들을 반복하고 있으면 나는 점차 얇고 투명해진다.
--- p.15 「혼자 걷기」 중에서

봄이면 나는 기필코 슬픕니다. 슬퍼서 무언가를 가지고 싶습니다. 가장 몸에 붙이고 싶었던 것은 당신의 숨결이었는데, 그 일에 실패하여 나는 목이 마릅니다. 배가 고픕니다. 물풍선의 볼을 누르면 엉덩이가 튀어나오고 마는 것처럼, 넘실거리는 욕망들은 억누를수록 솟아오를 뿐입니다. 나는 마시고, 또 먹고, 읽고, 보고, 아름다운 옷가지들을 넘치도록 사서 피부에 걸쳐봅니다.
당신만이 부족합니다.
--- p.49 「물풍선」 중에서

달님, 사랑하게 해주세요.
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생기게 해주세요.
--- p.59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 정월대보름」 중에서

(나) “그게 슬픈 것 같아요. 지금의 삶은 임시라는 생각? 계약직인 일터도 월세방도, 이곳은 더 나은 곳에 가기 전의 잠시일 뿐이라는 생각요.”
(선배) “정상에 가기 전의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건 슬픈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거잖아. 그리고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을걸.”
--- p.63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 베이스캠프」 중에서

매일 밤과 아침의 마음을 묻던 한 사람과 멀어졌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온 세상은 텅 빌 수 있다.
--- p.66 「혼자서 아름다움을 견디는 일, 연결」 중에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매일 기념일을 만들게 돼. 오늘은 함께 여름의 첫 수박을 자른 날. 우리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젖은 머리칼을 말리며 수박의 속살에 입술을 대었지. 늘 먹던 수박인데도 당신 눈을 보며 과즙을 삼켰더니 이상하게 야릇한 기분이 되었어.
--- p.100 「수박 기념일」 중에서

내가 스스로 뿌리내리지 않고 당신이란 큰 나무 곁에 그저 기대어만 산다면, 나는 아마도 스스로를 좋아할 수 없게 되겠지. 그런 나를 당신도 여전히 사랑하게 될까? 이 질문은 불안이나 비관이 아니야. 나는 다만 더 나은 사람으로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 더 열심히려 해. 읽고 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야. 당신 안에서 얻은 안정과 에너지를 꼭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당신이 좋은 만큼, 더욱더 행복에 취해 주저앉지 않아야겠다 싶어.
--- p.101 「수박 기념일」 중에서

내가 감정의 밑바닥을 다 보여도 그것도 너 자신이니 괜찮다는 당신. 목이 쉬도록 울었으니 시원하겠다 잘했다는 당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기대하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무시로 섭섭한 게 당연하다는 당신. 이런 내 모습에 당신이 질려버릴까 겁난다는 내게, 어떻게 사랑 앞에 떼쓰지 않고 어엿한 어른의 모습으로 멀쩡하게 있을 수 있겠냐 되묻는 당신. 모든 마음을 다해 자신에게 뛰어들어줘서 고맙다는 당신. 당신, 당신, 우는 나를 품어주는 당신아. 당신 하나만 있으면, 당신 손잡고 걸으면, 나는 더는 아무것도 필요하지가 않아.
--- p.105 「걷고 싶다」 중에서

새근새근,
내가 찾던 온 세상이 내 곁에서 잠들어 있다.
--- p.112 「새근새근」 중에서

늘 외로움이 그칠 날만을 기다렸으면서, 이제는 그 서늘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건 참 우습지.
사랑을 하면 특별해질 줄 알았는데, 나는 비로소 보통의 존재가 된 것 같다.
--- p.116 「가을」 중에서

평온한 오늘을 살고 있다. 내일도 살아 있고 싶다. 따스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싶고, 점심은 매콤한 국물로 먹고 싶다. 당신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고, 자동차 사고 따위 없이 무사히 출근해 내 몫의 일을 핑계 없이 해내고 싶다. 퇴근길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폭력이나 살해를 당하고 싶지 않고, 집에 돌아가면 보일러가 고장 나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습기를 틀어두고, 당신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나간 내 삶이, 누군가를 다시 살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 p.156~157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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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모두가 이 관계에서 충만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사랑이 충만해지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벼려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사랑은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열심히 가꾸고 수선해 드러내 보인 덕분에 충분히 아늑하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그 알알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삶이” 되듯이, 사랑도 그렇게 작은 것들을 하나씩 모아 가꾸어나가라고 권한다.
- 이지은 (출판편집자,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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