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헤어날 수 없는 사랑

헤어날 수 없는 사랑

황대연 | 북랩 | 2022년 04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562g | 152*225*19mm
ISBN13 9791168362772
ISBN10 116836277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곳곳에는 원추리와 주목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노란색 꽃을 활짝 피운 원추리는 ‘나 여기 있어요.’라며 속삭인다. 마치 앳되고 고운 새색시의 수줍은 미소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가던 길을 잊고 마냥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올해도 피었으니 내년에도, 그리고 내후년에도 그 자리에 피어날 것이다. 그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고목이 되면 더 아름다워지는 나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산다는 주목은 생을 다하고 고목이 되면 아름다움이 더 깊어진다. 사람은 왜 그렇지 못할까? 노인이 되면 아름다움은커녕 대체로 더 추해진다. 물론 봄꽃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도 있지만 말이다. 아마도 인간은 속세에 지치고 젖어버리기 때문이리라.
세속을 벗어나 무위자연의 삶을 누리는 은둔거사와도 같은 주목은 무심하고도 꼿꼿한 자태로 신령스러운 기운을 더해간다.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무구한 세월의 아름다움이다.
하늘은 한없이 청정하고 구름은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간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3년 전, 사진작가인 친구와 함께 이곳에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계절은 겨울이었다. 순백의 눈꽃 세상을 찾은 스키어, 관광객, 등산객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주목에 피어난 상고대와 새하얀 설경은 어느 곳으로 카메라를 대도 멋진 작품이 되었다.
--- p.26

조선시대의 슬픈 역사 속으로 들어가려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신단에 들어선다. 신단은 텅 빈 집처럼 고적만 감돈다. 가까이에 있는 소수서원이나 선비촌에는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이곳은 찾는 이도 없는 듯하다. ‘금성대군지위(錦城大君之位)’라고 쓰인 제단과 비석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비석에 ‘우명조선단종조충신(又明朝鮮端宗朝忠臣)’이라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금성대군을 명나라 속국 조선 단종의 충신이라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러나 차가운 제단과 비석은 아무런 말이 없다. 500여 년의 오랜 세월 동안 이렇게 말없이 서 있었을 것이다.
신단 한쪽에 허름한 초가지붕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본다. 금성대군이 위리안치되었던 현장이다. 밑으로 구덩이를 파고 돌로 벽을 쌓아놓았다. 주변에 탱자나무를 촘촘히 심어 가시울타리를 만들어놓았다. 날개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구덩이 속에서 밖으로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한 평 남짓한 바닥은 축축하다. 누울 수도 앉아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지내셨을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한 많은 세월을 살다 간 금성대군. 금성대군이 사사된 슬픈 역사의 장소에서, 충절이 서려 있는 제단 앞에서 두 손 모아 넋을 기려본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핏줄마저 끊어야만 했던 그 시대. 단종 대왕과 금성대군은 권력에 의하여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 p.53

여름 햇살에 나무들은 더욱 진한 초록빛을 발산한다. 하늘을 향하여 쭉쭉 뻗어 올라간 굴참나무가 능선 길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간다. 청량한 산바람에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한 굽이 오름길을 이어가 천마산에 오르고, 다시 내림 길에 들어선다. 어디선가 ‘철~철’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물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더위가 싹 가시는 듯하다. 잠시 후 계곡에 이른다. 어느새 날머리인 미호천 계곡이다. 이 계곡에 흐르는 물이 바로 삼강봉에서 시작되어 태화강으로 흘러가는 물이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샘물처럼 맑고 깨끗한 게 바닥에 가라앉은 나뭇잎의 잎맥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땀 찬 등산화를 벗고 잠시 몸을 담근다. 얼음물 같이 차가워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축 늘어졌던 몸이 금세 생기를 되찾고, 산행에 쌓인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널리 알려진 곳을 찾아가야만 피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같이 이름 없고 호젓한 곳을 찾아 산행하며 더위를 이기는 길도 있다. 더위를 피하려면 더위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처럼, 더위 속에 들어가 땀을 흠뻑 흘리고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이 맛. 이만한 피서가 또 있을까? 이대로 눌러앉아 여름을 다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77

나 역시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걸음을 배웠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본격적인 걷기가 시작된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읍내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하루 왕복 20여 리를 꼬박 걸어 다녔다. 걷고 싶어서 걸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걸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버스가 다녔으나 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보다 더 먼 곳에 사는 애들도 모두 걸어 다니던 시절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진득하게 집에 있지 못했다. 팔자에 역마살이 끼었는지 틈만 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네 명이 늘 붙어 다녀 ‘4인방’으로 불리던 단짝 친구들과 온양온천, 장항, 속리산, 계룡산, 수덕사, 녹도 등으로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 시절 추억 속의 한 장면을 꺼내 본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타는 듯이 무더운 8월의 어느 날이다.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북상하는 태풍을 만나 비를 흠뻑 맞으며 걸었다. 속옷까지 비에 젖어 질퍼덕거렸으나 오히려 시원해서 좋았다. 그러나 밤이 되니 사정은 달라졌다. 벌벌 떨리도록 추웠다. 갈아입을 옷조차 챙기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그날 밤, 천안의 어느 낡은 초가집 사랑마루에서 하룻밤을 보내려니 모기가 ‘윙~윙’대며 달려들었다.
--- p.99

선묘가 공중에 띄웠다는 바위 앞에 선다. 이른바 부석(浮石), 뜬 바위이다. 조선 영조 때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는 “위아래 바위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어 줄을 넣어 당기면 걸림 없이 드나들어 떠 있는 돌임을 알 수 있다.”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떠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전설은 전설일 뿐일까? 뜬 바위의 기적에서 선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내 마음은 중생의 어리석음에 불과한 것일까?
이제 부처님의 세계를 떠나 속세로 돌아가야 한다. 속세의 모든 인연과 욕망을 떨쳐버리고,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처럼, 이대로 부처님 세계에 영원히 머무를 수 없음을 알기에.
부처님의 세계에서는 찰나에 불과할 남녀의 사랑. 그 순간의 정열에 몸을 맡기지 않았던 의상은 참된 구도의 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 길을 끝까지 좇으며 바다를 가르고 바위를 띄웠던 한 여인의 사랑을 감히 누가 가엾다 말할 수 있을까? 누가 어리석다 말할 수 있을까?
속세로 발길을 돌리면서, 그런 부질없는 생각에 젖어본다.
--- p.126

새벽 3시, 산문이 열리고 줄을 서서 등산로에 들어선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오르다 보니 자꾸만 지체된다. 그러다 보니 졸음이 쏟아진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차의 흐름이 좋으면 졸음이 오지 않는데, 차가 막혀 저속으로 가다 보면 졸음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회가 닿는 대로 추월해보지만 쏟아지는 졸음은 어찌해볼 방법이 없다. 참고 또 참아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휴게소에 들어가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이듯, 벤치 있는 곳에 잠시 배낭을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는다. 정말 잠깐 눈을 붙이기만 한 것 같은데, 어느새 달콤하고도 깊은 잠 속에 빠져든 모양이다. 일행들이 벌써 10분이 지났다며 흔들어 깨운다. 눈을 뜨자 올해 첫 얼음이 얼었다는 기상예보대로 온몸에 한기가 몰려온다. 서둘러 패딩을 꺼내 입고 털모자를 쓴다.
배낭을 다시 메고 걸음을 재촉한다. 몇 걸음 걸었을까? 아차, 하는 순간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소리와 함께 두 눈에 번갯불이 일며 정신이 번쩍 든다. 졸음에 다리가 풀리다 보니 스텝이 꼬여 내가 내 발에 걸린 것이다. 얼굴 한쪽이 얼얼하고 쓰라리다. 얼얼함이야 시간이 흐르면 가실 테니, 액땜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리라. 그런데 문득 묘한 생각이 든다. 맥을 못 추게 쏟아지던 졸음부터 어이없는 헛발까지, 누가 꼭 내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다.
--- p.155

아버지가 한약을 지어주시면 어머니는 약탕에 푹 달여 베주머니에 짜서 대접에 담아 오셨다. 한 모금 마시고 쓰다고 얼굴을 찌푸리면 사탕 하나를 까 입안에 쏙 넣어주셨다. 사탕 먹는 게 좋아 쓰디쓴 한약 먹기를 은근히 기다리고는 했다.
한의사가 자신했던 대로 5주 동안 산에 가지 않다 보니 하체 근육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했다. 다리 힘이 떨어지고 온몸이 근질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답답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는지 확인해 볼 겸해서 대체로 평탄한 서울 둘레길을 걸어봤다. 무릎보호대를 착용했음에도 통증이 심하고 퉁퉁 부어올랐다. 더딘 치료에 마음이 갑갑해서 견딜 수 없었다.
다시 모 정형외과에 갔다. 인대가 찢겼다고 하는 것은 어디서나 같았다. 무릎에 물이 찼다며 주사기로 누런 물을 뽑아냈다. 통증완화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열흘 정도 치료 받자 통증도 사라지고 다 나은 듯했다. 산으로 달려가 걸으니 또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풀리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절름발이 걸음으로 산행을 계속했다. 풀리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어 평지 걷기에도 힘들어졌다. 다시금 무릎에서 물을 빼내야만 했다.
--- p.182

산행 준비를 하며 산을 바라보니,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리 험하게 보이지 않아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시작은 예상대로 좋았다. 임도를 타고 편안하게 300여m를 나아가자 웬걸, 잡초와 가시덤불이 우거져 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잡초와 가시덤불은 겨울이 시작되면서 사그라들어 어렵지 않게 스틱으로 헤치며 나아갈 수 있었다.
만약 한여름에 왔더라면 이곳을 통과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억지로 헤치고 나아가다 등산복이 찢기거나 찔리고 긁혀 여기저기 상처가 났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엄두가 나지 않아 다른 길을 찾아 빙 돌아갔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 사그라든 가시덤불을 보며, 모든 일에는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다는 우주만물의 이치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정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하산 길에 들어선다. 하산 길은 경사가 심하지는 않으나 제법 가파른 편이다. 그러나 바위를 타고 넘어야 한다거나 낭떠러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등산로 옆 나무에 밧줄이 매여 있기에 가팔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등산로에 낙엽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텁게 깔려 있는데, 밧줄이 없었더라면 어느 곳이 등산로인지 알 수조차 없다. 겨울 산에 낙엽이 없는 산이야 어디 있겠느냐만 이토록 많이 쌓인 산은 처음이다.
그런데도 ‘이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자만심은 단 세 걸음 만에 깨지고 말았다.
--- p.206

전망이 툭 트인 곳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른다. 무심코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뭔가 시커먼 게 산 사면에 가득 깔려있다.
인삼 재배지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어서 인삼밭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자세히 보니, 태양광발전 패널이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친환경 발전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이다.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전국 어느 산을 가든 눈에 띄는 게 태양광 패널이다. 이거 때문에 길이 끊겨 빙 돌아가야만 했던 적도 있다.
태양광발전의 최대 생산 전력은 1제곱미터당 50와트이며, 원자력발전은 1제곱미터당 6,000와트라고 한다. 태양광발전은 넓은 면적이 필요하고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무는 미세먼지만 차단시키는 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여 대기를 정화시킨다. 그런데 이걸 설치하려면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내야만 한다. 그것도 마구잡이로 모조리. 그런데도 친환경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의 시인이자 환경운동가인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는 〈야생의 실천〉에서 마구잡이 벌목에 대하여 이같이 말하고 있다.
“벌목, 어떤 것은 어린이들이었고 어떤 것은 때가 지난 노인들이었다.”
--- p.235

그런데 책 속의 글자들이 꿈틀거리면서 뒤죽박죽되는가 싶더니 하나씩 허공으로 사라지고 백지만 남는다. 머리는 실타래가 뒤엉켜 있는 것처럼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멍 때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단편소설을 읽어보는 수밖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장수 고양이의 비밀』과 『일인칭 단수』,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주문했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부랴부랴 국내 몇몇 작가의 산문집을 추가로 주문했다.
하루걸러 한 번씩 담당자가 찾아오고, 날마다 담당자와 AI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발열, 기침, 가래 등 이상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는지 묻는다. AI의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는 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 어리둥절했다. 중년 여성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에 자연스럽기까지 하여 사람이라고 해도 그냥 넘어갈 뻔했다. 담당자로부터 ‘인공지능 콜’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
자가 격리를 하면서 밀접한 사람은 유일하게 관내 코로나상황실 담당자이다. 마스크로 완전무장하여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대략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2명이 집으로 찾아와 내 담당자라고 했다. 이들이 왔을 때 현관문을 열어주며 들어오라 고 하니, 정색을 하며 문 앞에 선 채로 설명했다. 이들이 올 때마다 나는 현관문 밖으로 딱 한 발자국 나가는 특혜를 누렸다.
--- p.262

실제로 졸며 운전하는 사람이 꽤 많은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안전운전을 위해 설치한 각종 경고문을 자주 만난다.
“깜박 졸음, 번쩍 저승.” “졸음운전 모든 걸 잃습니다.” “졸면 죽는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운전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그렇게 해서라도 졸음을 쫒아주기 위한 고육지책인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한결 부드러운 표현도 보인다.
“봄바람은 차 안으로, 졸음은 차 밖으로” “안전띠 딸깍! 행복을 붙잡는 소리” “꿈꾸며 달리지 말고 꿈을 향해 달려요.”
얼마나 좋은 표현인가. 이같이 순화된 표현을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물론 누군가는 직설적이고 위협적인 표어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이씨’라고 외친 여성 대원도 그런 생각으로 안 쓰던 말까지 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미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에겐 죽음의 경고도, 욕설도 별 효과가 없다. 졸음을 없애는 건 휴식뿐이다. 고속도로의 표어는 졸기 전에 보라고 있는 것이다. 졸기 전에 미리 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굳이 불편한 표현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 p.288

망일지맥 종주산행에 나섰다. 산의 높이라야 고작 이삼백 미터에 불과하지만, 금북정맥에서 분기한 어엿한 지맥 산줄기이다.
지맥 분기점에서 연화산과 허봉산을 지나 한동안 나아가 무명봉에 올라섰다. 봉우리 자그마한 공터에는 누군가 쌓아 올린 근사한 돌탑이 있고, 그 옆에 몇 개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기구들이 흙이 묻어있고 주변에 잡초가 무성한 걸 보면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던가? 두보(杜甫)의 시「곡강(曲江)」에 나오는 말이다. 일흔 살까지 사는 사람은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이다. 그때는 그랬다. 두보가 이 시를 지은 때는 그의 나이 47세 때, 서기 758년이다. 그로부터 세월은 흐르고 또 흘렀다. 이제 사람의 수명은 점점 늘어 백세시대가 열렸다.
의학적으로도 인간은 12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천재지변이 닥치지 않는 한 건강관리만 잘하면 누구나 장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백세시대를 맞아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곳곳에 운동기구를 설치해놓았다. 운동기구라고 해봐야 요즘 젊은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주로 노인이 이용하는 간단한 기구들이다. 이런 운동기구는 산은 물론 공원이나 마을회관, 하천 변 등 자투리땅만 있으면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백세시대에 걸맞게 노인들의 건강을 위하여 설치했을 터, 효자가 따로 없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환갑만 살아도 큰 경사로 여겨 잔치를 벌이고, 뒷방노인네가 되어 뒷짐 지고 어슬렁거리며 지냈다. 요즘에는 환갑이나 칠순 때 잔치하는 사람도 없고 경로당에 가는 사람도 없다. 경로당보다는 산이나 공원을 찾아 운동기구를 붙들고 ‘으쌰~으쌰’한다. 일흔 살을 넘어서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노익장을 과시하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나도 운동기구를 찾아 ‘으쌰~으쌰’나 해야겠다. 하지만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사느냐가 아닐까?
--- p.304-305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