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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656쪽 | 782g | 140*200*35mm
ISBN13 9791160272932
ISBN10 116027293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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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계획을 시작하는 이 느낌보다 열등하다. 내가 기다렸던 주말로 이어지는 금요일 밤과 같다.
베개를 목 아래에 받쳐보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비록 방 안은 컴컴하고 나는 가만히 누워 있지만, 이 밤이 어쩐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몸이 확장되고, 둥둥 뜨고, 날아다니는 것 같다. 신경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고, 심장이 뛰며 피가 솟구친다. 아드레날린이 내 몸속을 질주하면서 모든 뉴런들이 발사되는 것 같다.
지글지글! 쾅! 펑!
내 자체가 비디오 게임이다.
나를 최고로 흥분시킨다. 나는 온라인을 통해 소시오패스들은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가 덜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소시오패스의 뇌를 찍은 열화상 MRI를 보면, 편도체 자리가 붉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타오르는 일반인들과 달리 영원히 한밤중인 것처럼 검은색이고 차갑다.
지금은 내 편도체도 붉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 p.80~81

“말해봐. 르네 생각을 많이 하니? 머릿속에 온통 그 애 생각뿐이야?”
“네, 하지만…….” 맥스는 고통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이상하고 기괴하죠. 그 생각들이 절 괴롭혀요.”
“강박적인 관념들이 즐거운 경우는 드물단다. 사실 그게 바로 강박의 정의야. 원하지 않는 거슬리는 생각들.”
“잘 모르겠어요.”
에릭은 메모를 했다. 르네에 대한 집착. “어떤 생각을 하지?”
“제가 그 애를 다치게 할 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요. 직접 어떻게 한다는 게 아니라 돌발적으로 말이에요. 전 절대로 그 애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고의로 그럴 일은 없어요.” 맥스는 주저하다가, 또다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르네는 정말 멋지고 대단해요. 착하고 다정하죠. 그 애에게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요.”
에릭은 메모를 했다.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을 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강박장애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야.”
--- p.102

“이만 끊을게.” 에릭은 전화를 끊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보이는 빈자리에 차를 세웠다. 알록달록한 간판에 ‘스월드 피스’라고 쓰여 있었다. 르네 베빌라쿠아가 일하는 곳이었다. 에릭은 르네가 맥스의 유일한 생명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맥스가 이곳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어딘가 차 속에 앉아 있을 수도 있었다. 슬픔 속에 눈물을 흘리면서, 15분마다 관자놀이를 두드리면서.
에릭은 자동차 시동을 껐다. 여기에 온 것이 경계성 침범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모든 방법을 시도해봤고, 맥스가 자살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 맥스는 뒷좌석에서 낡은 푸른색 야구 모자를 집어 든 뒤 머리에 썼다. 즉흥적인 위장이었다. 그는 맥스가 자기를 알아보고 도망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p.278

“맥스 자보우스키가 르네 베빌라쿠아의 살인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에릭은 망설였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맥스와 르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누설하기 싫었다. 맥스의 목숨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긴 하지만 르네의 살인 사건과 엮이게 될 것이다. 에릭은 마음 한편으로 여전히 맥스를 믿고 있었다. 맥스가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으로 유죄를 받게 될 수도 있는 정보를 경찰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에릭이 대답했다. “내가 환자에 대한 기밀 서약의 의무 안에서 말할 수 있는 건, 맥스가 르네 베빌라쿠아의 죽음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 p.353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손에 넣을 때까지 그만둘 생각은 없다.
난 이길 것이다. 완전히 이길 것이다.
이 모든 일이 끝나면 죽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마지막으로 바닥에 쓰러지는 건 그가 될 것이다.
에릭 패리시.
그는 나의 호적수임을 입증했으며, 존중이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면 존중할 수 있을 것 같은 성실함으로 내게 맞섰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쓰러트릴 시간이다. 내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다.
나는 자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 p.484

에릭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폴은 채널을 돌린 뒤 볼륨을 높였다.
라디오에서 뉴마이어 경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시 말해, 패리시 선생의 변호인의 성명서에 대답을 해주고 싶군요. 우리는 패리시 선생이 의사로서 비밀유지 서약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리시 선생이 어제 아침 래드너에서 교살된 채 발견된 열여섯 살 소녀, 르네 베빌라쿠아가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알고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릭은 경감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사건에 대해 사람들 앞에서 이토록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에릭이 살인자를 비호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자리에 있는 우리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의 희생자들과 크나큰 슬픔에 잠긴 가족들을 결코 잊지 않습니다. 르네 베빌라쿠아 살인 사건의 모든 단서들을 쫓아 수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패리시 선생의 변호사가 의사로서의 특권을 주장했을 때 화가 치솟은 건 맞습니다. 우리는 한 어린 소녀의 죽음을 절대 가볍게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 p.49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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