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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씨 이야기
노박씨 이야기
중고도서

노박씨 이야기

슈테판 슬루페츠키 저 / 조원규 역 | 문학동네 | 2001년 09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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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77쪽 | 212g | 131*191*15mm
ISBN13 9788982814129
ISBN10 898281412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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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maeno18   평점0점
  •  특이사항 : 1999년 오스트리아 청소년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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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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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조원규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독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독일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85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현재 대학 강사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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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로 가득 찬 겨울이었다. 노박 씨는 슬픈 이야기는 혼자서만 간직했다. 그리고 유쾌한 이야기들만 소리내어 말했다. 슬프지만 행복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글로 썼다. 그해 겨울은 참 괜찮은 겨울이었다. 봄을 기다리진 않았다. 그는 나지막이 노래했다.
'나는 행복해. 왜냐구? 행복하니까.'
하하하.
--- p.76-77
사랑 고백,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릴라는 노박 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리고 이내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돌처럼 차갑게 굳은 채 그 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말을 꺼냈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에요.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뿐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그걸로 끝인 거구요.'
--- p.47
볼 거리가 아주 많았다. 큰 쥐, 작은 쥐, 어른 쥐, 젊은 쥐, 기쁜 쥐, 슬픈 쥐, 바쁜 쥐, 느긋한 쥐, 투덜거리는 쥐, 친절한 쥐... 기차들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또 쥐들이 떠나고 돌아왔다. 세상은 생기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노박씨에게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 모든 건 마음속에 있는 거야. 내 밖에 있는 게 아니라구.
--- p.73
그 최악의 일이란, 노박씨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연주를 하다가 콘트라베이스 너머를 볼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날마다 노박씨는 조금씩 작아졌습니다. 크고 강하고 유쾌한 쥐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노박씨는 점점 더 작고 약하며 슬프게 변해갔습니다. 처참하게 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가 릴라양에게 갈 때 낡은 코트는 그의 뒤에서 땅에 질질 끌렸습니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머, 맙소사.' 릴라양이 문을 열고 보더니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녀는 전혀 동정심을 보이지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꿈에 관해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멋진 나라들에 대해서. 자신이 체험하고 싶은 새로운 모험들에 대해서. 키스하고 싶은 새로운 남자들에 대해서.
릴라양이 꾸는 꿈 속의 모든 일들은 새롭고 신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박씨는 그 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놀랄 일도 아니었습니다. 노박씨는 전혀 새롭고 신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우린 어떻게 되지?' 노박씨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줄어드는 걸 느꼈습니다.
--- p.
"내가 책상 위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내가 작고 보잘것없어서? 난 용감하고 힘이 넘쳤어. 다정하고 진실했지. 들쥐녀석을 쫓아냈던 내가 아닌가! 나는 언제나 그녀를 위해 존재했어. 아니, 그 이상이었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주었잖아? 내 사랑 릴라에게 말이야!"
그는 사납게 발을 구르며 책상 위를 돌아다녔다. 갑자기 자신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손톱만한 쥐 안에 담겨 있기에는 그의 분노가 너무도 켰다. 분노와 함께 노박 씨 자신도 커진 것이다. 그는 이제 예전의 크기로 돌아왔다. 그는 발을 쾅쾅 구르며 떠나갈 듯 외쳤다.
"나는 나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바로 너지! 넌 소중한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어!"
그는 책상 위에서 풀쩍 뛰어내려 곧장 욕실로 갔다. 그리고 턱수염을 깨끗이 밀어버렸다.
--- pp.69-70
"내가 책상 위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내가 작고 보잘것없어서? 난 용감하고 힘이 넘쳤어. 다정하고 진실했지. 들쥐녀석을 쫓아냈던 내가 아닌가! 나는 언제나 그녀를 위해 존재했어. 아니, 그 이상이었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주었잖아? 내 사랑 릴라에게 말이야!"
그는 사납게 발을 구르며 책상 위를 돌아다녔다. 갑자기 자신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손톱만한 쥐 안에 담겨 있기에는 그의 분노가 너무도 켰다. 분노와 함께 노박 씨 자신도 커진 것이다. 그는 이제 예전의 크기로 돌아왔다. 그는 발을 쾅쾅 구르며 떠나갈 듯 외쳤다.
"나는 나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바로 너지! 넌 소중한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어!"
그는 책상 위에서 풀쩍 뛰어내려 곧장 욕실로 갔다. 그리고 턱수염을 깨끗이 밀어버렸다.
--- pp.69-70

전문가 리뷰 전문가 리뷰 보이기/감추기

--- 신경숙(소설가)
노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쥐는 사랑지상주의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 하나 번번이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 라는 사랑의 이기적의 공식에 의해 내침을 당하는 노박 씨. 그러나 노박 씨는 철학자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하므로 절대 물러서지 않고 당신이 나고 내가 당신임을 보여주려고 모든 것을 다 내주며 점점 작아진다. 처음에는 무심히 읽다가 점점 어어, 하면서 읽어 들어가게 되는 노박 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의 일급 연주자로 명성이 뒤따르는 일급 작가로 출세를 한 뒤에도 사랑을 잊지 않는 노박 씨로 인해 우리는 어느덧 아직도 사랑이라는 것이 어린애속살처럼 말랑말랑하게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윽고 그래, 당신은 당신, 나는 나이다, 당신은 내 소중한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다, 는 노박의 깨달음은 일요일 오후처럼 소리 없이 조용하지만 여유 있다. 꿀 탄 우유처럼 따뜻해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노박 씨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상큼한 바람 한줄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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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무심히 읽다가 점점 어어, 하면서 읽어들어가게 되는 노박 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의 일급 연주자로, 명성이 뒤따르는 일급 작가로 출세를 한 뒤에도 사랑을 잊지 않는 노박 씨로 인해 우리는 어느덧 아직도 사랑이라는 것이 어린애 속살처럼 말랑말랑하게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이윽고 그래, 당신은 당신, 나는 나이다. 당신은 내 소중한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다, 는 노박 씨의 깨달음은 일요일 오후처럼 소리없이 조용하지만 여유 있다. 꿀 탄 우유처럼 따뜻해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노박 씨 이야기는 상큼한 바람 한줄기를 선사한다.
--- 신경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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