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이고 요동치며 파괴적이고 날카롭다. 사강을 수식하는 말일까, 사강의 작품을 설명하는 말일까. 모르는 것, 느끼지 못한 것, 체험하지 않은 것은 쓸 수 없다는 사강을 두고 그의 작품과 그의 삶을 분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강의 문학은 사강의 삶과 함께 완성된다.
여기, 또 하나의 매혹적으로 요동치는 이야기가 있다. 사강의 스물아홉 번째 책, 『황금의 고삐』다. 그는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가 가장 잘하는 질문, 사랑에 대해 묻는다. 정확히는 사랑이라 뭉뚱그린 감정 안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밝힌다.
--- 「추천사, 소설가 신유진」 중에서
나는 어두운 우리의 침실 안으로 몰래 들어갔다. 인도산 천이 둘러쳐진 아주 여성적인 방이었다. 방 안에는 여느 때처럼 감미롭고도 짙은 로랑스의 체취가 감돌았다. 그녀가 어렸을 적, 두세 번의 투베르쿨린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잠잘 때는 반드시 덧문과 창문을 닫아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랬듯이. 로랑스의 체취는 내게 약간의 편두통을 안겨주었다.
--- 「어두운 침실의 저편」 중에서
문득 내가 돈을 내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 아파트에는 한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삶을 공유하는 여자이지, 나의 존재를 완전히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때로는 나를 자신의 일부나 신체의 일부인 양 내팽개치는 여자가 아니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럴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즉시 로랑스와 헤어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짓인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다음에 나를 에워싸게 될 혐오감, 오래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내가 느끼게 될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깊이 생각해야만 했다.
--- 「내 마지막 은신처」 중에서
나는 서둘러 양복점으로 갔다. 7년 동안 로랑스는 어떨 때는 나를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의 의복으로, 또 다른 때는 1930년대 외교관들이 입던 양복으로 입혔기 때문에 나는 약간은 헐렁하고 편안해 보이는 코르덴 양복이 정말 입고 싶었다. 그런 양복을 나는 금방 찾아냈는데, 내게 아주 잘 맞았다. “손님, 머리 색깔과 눈 색깔과도 똑같은 색이군요!”하고 판매원이 큰 소리로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깃에 단추가 달린 미국식 와이셔츠와 그것에 어울리는, 양모로 뜨개질을 한 넥타이 하나를 사면서 그 값을 수표로 지불했다. 로랑스가 자기의 거래 은행에 열어준 예금 통장의 수표였다. 로랑스는 매달 초 바로 그 예금 통장 안에 용돈을 넣어주었다. 딴에는 통장에 넣어주는 것이 현금을 건네는 것보다 덜 쑥스럽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 「아무도 아닌」 중에서
나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로랑스를 보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녀의 목소리도 자연스럽고, 격분한 그녀의 표정은 거의 속되기까지 했다. 나는 이처럼 그녀가 뻔뻔스럽고, 격분하고, 자연스럽고, 냉정할 때가 아주 좋았다. 그런데 그녀는 항상 그런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런 표정을 지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절대적이고, 비물질적이고, 저속함을 초월하고, 지적이고, 순진하고 꿈 많은 여자이기를 바랐고, 또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여성상이 자신이라고 믿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있었다.
--- 「희랍에 없는 말」 중에서
그날은 파리에서는 보기 드문 감미로운 9월 하순의 저녁이었다. 하늘은 짙은 청색, 감색을 띠고 있었고, 바야흐로 밤의 푸른색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늘의 푸른빛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찬란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렇지만 찬란한 만큼 큰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벌써 하늘의 언저리는 분홍빛ㅡ겨울철의 너무 낮게 내려앉은 하늘을 향해 도시의 불빛을 물들여놓는 그런 회색빛을 띤, 물기를 빨아들이는, 또 추워 보이는 그런 분홍빛ㅡ구름떼로 구멍이 뚫려, 포위되고, 너덜너덜 찢긴 천 조각 같았다. 하늘은 곧 구름으로 완전히 뒤덮일 참이었다. 그러나 겨우 안정감을 되찾은 저녁은 벌써 쌀쌀한 겨울 같은 느낌을 주었다.
--- 「우리의 상스브리나」 중에서
또 어째서 나에게는 집에 초대해서 술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없을까? 내게 친구들이 남아 있을 때만 해도 오히려 내 집이 형편없는 꼴이 되어 아무도 못 데리고 오는 장소가 되어버렸을까? 또 무엇 때문에 나는 겨우 산책하러 나가면서도 복잡한 구실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찌하여 내가 외출하는 것이 그녀의 곁을 떠나는 것이라고 이름 지어졌을까? 어째서 그녀의 친구들은 오만불손하고, 어리석고 타협주의자들이어서, 그들이 2세기 전에 태어났더라면 단두대 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가? 어떻게 그처럼 나 자신의 욕구를 저버리고, 무시할 수 없는 법령 같은, 거의 기상학적 풍토와도 같은 그녀의 기분 변화를 재빨리 눈치채야 했던가? 어째서, 어떻게, 또 누구 덕택에, 무엇 대신에 그랬던가? 그래서 오늘날보다 이기적이 되고, 보다 비겁하고, 또 나 자신의 운명에 무관심해져 버린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게 되었다.
--- 「카프리섬의 연인」 중에서
어린 시절이란 축복받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부당하게 지속될 경우 괴상망측하고 끔찍한 게 되어버린다. 반면 어린 시절이라는 이득권이 너무 일찍 오면 그것은 오히려 재미있는 특혜가 된다. 부모에게 창피를 안겨주는 것은 지능발전의 늦음이지, 조숙함 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 「발랑스 부인과의 농담」 중에서
나는 무심코 손깍지를 꼈는데, 그게 정말 내 손이라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고, 그건 이러저러한 어느 가엾은 젊은 남편의 손이었다. 난 창피했다. 난생처음으로 나는 정말 창피스러웠고, 얼굴이 달아올라, 감히 손님들과 카페 주인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나쁜 년이 나를 완전히 망쳐버렸잖아. 난 이제 경마장에도 갈 수 없을 거야.
--- 「시인의 마돈나」 중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되어 있었지만, 그 공포 속에서도 객관적이었고, 아무런 원한도, 말하자면 아무런 사적인 슬픔도 들어 있지 않은 그런 목소리였다. 그녀는 오직 내 앞에서 자기가 겪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고, 거기에 대해 나는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없었다.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 그녀가 마치 암이나 다른 불치병에 걸렸다고 고백이라도 한 것처럼 내 마음이 찡했다.
--- 「무력한 증인」 중에서
시골은 아름다웠고, 피사로의 그림처럼 초록색으로 가득하였다.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 차 문으로 들어오는 시월의 촉촉한 대지의 향기를 들이마셨다. 내 수중에 오천 프랑이 있을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 한 오래 남아 있도록,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길에서 떠돌기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한 푼도 없게 되면, 코리올랑을 찾으러 되돌아갈 것이었다. 그동안 나에게는 공기가 필요했다.
--- 「행복한 후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