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의 우리의 뇌는 소통을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 신경세포 각각, 뇌 속 860억 개 뉴런 각각이 거미줄처럼 가는 케이블을 따라 미세하고 짧은 전압 신호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뉴런들에게 말을 건다. 신경과학자들은 그 짧은 신호를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그 미세한 전기 펄스들은 끝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우리의 뇌를 누빈다. 스파이크들은 보고 듣고 느끼는 중이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중이다. 스파이크는 뉴런들이 대화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뉴런들의 대화는 우리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 p.17
“대단한 것부터 시시한 것까지 우리가 해온 모든 활동은 우리의 겉질을 누비며 흐른 340억 곱하기 10억 개의 스파이크 안에 있다. 만약 스파이크 각각에 단어 하나를 할애하면서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쓴다면, 우리의 평전은 이제껏 영어로 출판된 모든 소설을 다 합친 것보다 길 것이다.”
--- p.19
“대체 왜 스파이크를 전송하는 뉴런들이 있는 것일까? 융통성 있고 연속적인 분자들과 아날로그 전압 신호가 왜 융통성 없고 불연속적인 이진법 신호로 변환되는 것일까? 그 변환에서 유용한 정보가 버려지는 듯한데도, 왜 그 변환이 일어날까?”
--- p.46
“새로운 스파이크 하나의 발생은 다른 많은 스파이크가 뉴런에 도착한 결과다. 그 많은 스파이크 각각이 일으킨 작은 전압 펄스가 모두 합쳐지고 축적되고 조합된 결과로 마침내 뉴런은 임계점에 도달하여 스파이크 하나를 뱉어낸다. 겉질에 있는 뉴런에게 다가오는 스파이크들은 흡사 군단처럼 보일 것이다. 무수한 스파이크들이 도착하여 화학물질을 부려놓음으로써 전압을 요동시킨다. 이 군단은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다. 새로운 스파이크 하나를 만들어내려면 많은 스파이크가 필요하다.”
--- p.75
“스파이크를 타고 어디로 가든 그곳에는 어둠이 있다. 지금 우리는 시각을 담당하는 겉질의 마지막 구역에 접근하는 중이다. 그 구역은 색깔이 모양과 합쳐지는 곳(“밝은 갈색 초콜릿 쿠키!”), 곡선들이 얼굴을 형성하는 곳(“안젤라와 이시미얼이 사무실 문가에 있군. 이쪽을 보고 있지는 않아”)이다. 우리의 스파이크는 지금까지 겉질에 있는 뉴런 수십억 개를 지나쳤다. 그런데 그 뉴런들의 압도적 다수는 우리가 이제껏 뇌를 누비는 1초 동안 단 한 번도 스파이크를 점화하지 않았다. 그 압도적 다수는 아무것도 전송하지 않는다. 심지어 신경과학자들조차도 이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워할 수 있는데, 놀라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제껏 우리의 데이터가 보여준 바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 p.167~168
“뇌의 한 부위를 선명한 동영상으로 촬영함으로써 모든 뉴런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뉴런들의 윤곽을 볼 수 있다. 또한 어떤 뉴런들이 빛을 내는지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빙산의 일각만 기록해온 것이었다. 그 동영상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뉴런의 대다수는 활동하지 않는다.”
--- p.171
“많은 스파이크, 어쩌면 대다수 스파이크는 외부 세계에 있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요청받지 않았는데도 발생하는 듯한 스파이크들을 뭉뚱그려 뉴런의 자발적 활동, 자발적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 눈을 감아보라. 눈으로 들어오는 빛은 없다. 겉질의 시각 부분들로 전송해야 할 것도 없다. 이 순간에 스파이크는 당당하게 휴식을 취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의 시각겉질은 끊임없이 스파이크를 일으킨다. 눈이 떠 있든 감겨 있든 상관없고, 보이는 것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실제로 뇌 영상화가 보여주었듯이, 눈을 감고 고요히 쉬고 있는 동안 피질 구역들로 이루어진 한 연결망 전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 p.265
“우리는 매번 바닥부터 새로 결정하기 위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스파이크들이 이미 그럴싸한 결정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각 정보를 다시 새롭게 수집하지 않아도 된다. 스파이크들이 이미 다음 순간에 유용할 정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각의 운동을 바닥부터 새로 창출하지 않아도 된다. 자발적 스파이크들이 그럴싸한 다음 운동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스파이크들은 우리의 반응을 더 빠르고 우수하고 활발하게 만든다. 꾸물거리면 안 된다. 그러다간 잡아먹힌다.”
--- p.308
“이제 나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간단하지만 상당히 급진적인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모형에 따르면, 외부 세계에 의해 유발된 스파이크들은 자발적 활동을 조정하는데, 바로 이 조정이 그 스파이크들에 담긴 메시지다. 고무찰흙을 주물러 눈사람을 만들고 쿠키를 만들고 이어서 나무를 만들 때, 우리의 손가락 놀림에 의해 똑같은 재료가 그때그때 달라지면서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정은 예측의 오류를 개선한다. 감각과 사건과 귀결에 대한 예측의 오류를 말이다.”
--- p.312
“매 순간, 우리의 자발적 스파이크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몽상과 한가로운 생각, 숙고와 계획, 기억과 묵상이다. 머리카락 일부를 진한 자주색으로 물들이면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보 일까 하고 궁금해하기, 퇴근길에 갑자기 요리할 생각이 없어져 ‘피시앤칩스’를 사기로 마음먹기, 몇 년 안에 기타를 숙달하는 것을 상상하기, 바닷물이 느린 개처럼 부드럽게 발목을 휘감을 때 발가락들을 젖은 모래 속으로 쑤셔박는 것을 몽상하기가 모두 다름 아닌 자발적 스파이크들이다. 우리의 풍부한 내면적 삶은 뇌 전체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스파이크들의 전송과 수용이다. 그렇다면 스파이크에게 가장 중요한 여행은 입력에서 출발하여 출력에 이르는 여행이 아니라 영원한 순환, 영원히 뇌 안에서 맴도는 것이다.”
--- p.316
“미래의 스파이크 연구는 한가한 사변을 밀어내고 확고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스파이크를 기록하게 되리라는 점은 기정사실이고, 지난 여행에서 우리의 뇌를 누비며 마주친 모든 현상에 대하여, 즉 스파이크 군단과 스파이크의 의미와 암흑뉴런과 자발적 스파이크에 대하여 훨씬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 또한 우리는 다양한 스파이크를 얻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양한 뇌 장애 환자에서 유래한 (현재 우리가 전혀 모르는) 스파이크들,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발생한 (우리가 아직 건드리지도 못한) 스파이크들, 주관적 경험의 와중에 발생한 (우리가 아직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스파이크들,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풍부하게 해줄 스파이크들이 확보될 것이다. 우리의 다음 여행은 그런 미래로 향해야 마땅하다.”
--- p.336~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