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7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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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1126g | 229*270*20mm |
ISBN13 | 9791160408324 |
ISBN10 | 1160408327 |
발행일 | 2022년 07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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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1126g | 229*270*20mm |
ISBN13 | 9791160408324 |
ISBN10 | 1160408327 |
서문_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 “한 사람이 사슬에 묶여 있다면 우리 모두가 사슬에 묶여 있는 것이다.” ● 난민과 이민자, 모든 지구시민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불법인 사람은 없다.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사람마저 불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이 어떻게 불법일 수 있는가” ● 여성의 해방과 자유, 참여를 위해 “여성은 티백과 같은 존재이다. 티백이 뜨거운 물을 얼마나 잘 견디는지 직접 넣어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 성 정체성이 금지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만약 내 머리에 총알이 들어오거든, 그걸로 모든 벽장 문을 박살내주시오.” ● 전쟁과 핵무기로부터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쟁을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사상과 이념이 감옥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권위에 대한 무분별한 존경은 진실의 가장 큰 적이다.” ● 피부색으로 우열을 가리지 않는 세상을 위해 “증오는 감당하기에 너무 큰 짐이다. 증오를 받는 이보다 증오를 품는 이에게 더 해롭기 때문이다.” ●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각종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는 두 개의 지구를 가진 것처럼 자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플래닛 B’는 없으므로 ‘플랜 B’도 있을 수 없습니다.” 후기_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창의적으로 저항하고 조롱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삶의 환희가 탄생한다.” 참고문헌 감사의 말 |
저항.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팀. 저항의 의미를 다시 헤아려본다.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않는 일. 어쩌면 이것은 그대로 예술이 하는 일이 아닐까.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작품 앞에서 이런저런 새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는 것이 늘 흥미롭다. 평안과 위로를 주는 작품도 좋지만, 자꾸만 불편한 마음을 품게 하는, 세상의 질서와 가치관을 의심하는 작품을 만나는 일이 실은 더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알아간다. <저항의 예술>이라는 책 제목 앞에서 뭉클했던 이유다.
"평화를 어지럽히러 예술가들이 왔다."
-제임스 볼드윈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이 문장에 가슴이 뛴다. 평화를 어지럽히는 일. 평온하고 즐거운 내 주변의 일상이 실은 커다란 아픔, 말도 안 되는 차별과 편견, 폭력과 파괴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일. 예술가들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끝없이 그 일을 해내는구나.
책에는 이렇게 '예술이 해내는' 저항과 투쟁의 역사가 담긴 140여 개의 포스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난민, 여성인권, LGBTQ, 전쟁, 자유, 인종차별, 기후 위기 등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가장 첨예한 이슈들을 다룬 지난 100여 년간의 포스터들을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 아니쉬 카푸어의 서문이 반갑고 좋았다. 작품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늘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해 온 그는 이 책이 '다수를 차지한 이들의 단순화한 언어로 모든 사람과 명분을 깎아내리려는 수단의 공동성을 거부한다.' (p.10)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공동성이란 때로는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다수가 만들어낸 단순한 언어의 보편화, 그 차가운 통념이 얼마나 많은 아픔과 비극을 가져오는지 팩에 담긴 포스터를 마주하며 아프게 깨닫는다.
첫 장에 등장하는 1918년 아르메니아 학살 사건을 피해자를 위한 모금 캠페인 포스터. '우리를 살려주세요. LEST WE PERISH'라는 단순 명료한 문장 위로 두 팔을 쭉 뻗고 선 두려움에 가득 찬 소녀의 표정이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붙든다. 포스터란 이렇듯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강하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여성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들에게는 참정권이 없습니다.
참정권 아틀리에 1913년경, 영국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라서' 참정권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목판화로 제작되었다는 이 포스터는 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주정뱅이, 범죄자 등 자격 없는 남성들의 모습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긴 글과 설명 보다 크게 다가오는 사회의 불공정과 부조리. 포스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 제작된 이 포스터가 유독 인상적인 것은 여성들의 끝없는 저항과 투쟁을 통해 마침내 이룬 1967년 여성 피임의 합법화, 그리고 1975년 낙태법의 통과라는 뜨거운 역사적 흐름이 21세기 한복판 미국에서 어떤 결과로 퇴보하였는지를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담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기득권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평화를 어지럽히러 예술가들이 올 것이고, 그 저항과 투쟁이 결국 새로운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20세기 초의 사회정치적인 배경들을 보여주는 포스터로 시작하는 책에는 계속되는 성소수자 인권 침해 사건과 관련한 무지개색 포스터라든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자의 날을 기념해 진행하는 캠페인 포스터 등 지금 우리가 사는 동시대의 편견과 차별에 맞선 저항을 담담하지만 날카롭게 드러낸다.
마지막 장,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다루는 포스터들이 철렁하다.
방독면을 쓴 자유의 여신상 모습을 담은 이 포스터가 무려 50여 년 전에 제작된 것이라니 놀랍다. 자유의 여신상을 휘감으며 '숨 쉴 자유, 대기오염을 억제하라.'라는 문구도 내용뿐 아니라 그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킬러 백 Killer Bag
오물에 반대하는 서퍼들, 플라스틱 없는 해변. 2014, 영국
플라스틱이 얼마나 심각하게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지, 특히 바다 생물들에게 비치는 끔찍한 일들이 어떤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실은 뉴스와 각종 매체를 통해 하도 들어와서 이제는 염려된다기보다는 덤덤한 편이다. 그런데 실제 다이빙을 하던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라는 이 생생한 포스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철렁하게 플라스틱의 공포를 보여준다. <킬링 백> 시리즈를 통해 진행한 일회용 봉투 사용 중단 캠페인은 실제 2015년 영국에서 비닐 사용에 요금을 부과하는 법안으로 이어졌다니 반가운 일이다. 물건을 사며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일은 편안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봉투를 사용하고 버려도 내 주변의 평화가 조금도 손상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구도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깊은 바닷속에 생명체처럼 떠다니는 비닐 한 장이 어떻게 내 삶의 평화를 어지럽힐 수 있는지 이 포스터는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경고한다.
책에 수록된 포스터들은 국제앰네스티와 저자 조 리폰이 선정했다. 케테 콜 비츠와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나 사진도 담겨있고 현수막, 구호, 거리의 벽화 등 다양한 형태의 포스터를 만나볼 수 있는데 한 장 한 장 살펴보는 일이 뻐근하기도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바라보고 함께 생각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해서 참 좋았다.
여기는 아니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 Not Here. But Now.
국제앰네스티의 후기에 등장하는 이 시리즈 포스터를 잊을 수 없겠다. 지금 나는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의 집에서 책장을 넘겨보고 있지만 내가 사는 지구의 어디선가, 같은 시간에, 누군가가 겪고 있는 참혹한 일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인권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며,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에 뿌리내리고 있는 규칙으로 인간성, 평등, 진실, 정의의 가치를 반영한다' (p.171)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본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내가 믿고 공유하는 진리와 정의의 가치를 따라 오늘 이 시간 나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품으려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언가로 자꾸 감추고 가리며 위장하는 세상의 평화를 어지럽히러 오는 예술가들을 뜨겁게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재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저항의 예술>은 '저항'보다는 '예술'에 끌린 책이다
두 단어를 합치고 떠오른 작품이라면, 피카소의 '게르니카', 고야의 '1808년 5월 3일' 정도?(기억을 더 세삼하게 뒤지다 보면 뭔가 더 있을수도 있지만..)
책 소개의 '포스터로 읽는' 부분에선 포스터를 어디까지 예술이라고 부르는걸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상업과 예술의 경계의 구분이 늘 헷갈리는 일반인이다 보니..
이 책에서 중요한 건 누가 그린 것이라든가 예술성의 정도가 아니라(그렇다고 예술성이 없다는 게 아니다) 포스터가 담고있는 "저항의 메세지"니 메세지에 집중을!
<저항의 예술>은 소수의 인권을 위해 편견과 불의에 맞서 투쟁하고 저항한 역사를 담은 포스터를 보여준다
여성의 투표권을 위해 싸우고, 전쟁에 반대하고, 인종차별과 동성애에 대한 억압에 맞서고,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난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변하지 않을 문제들에 용기있게 나선 사람들의 메세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포스터들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달라질 세상에 대해서, '나하나는 괜찮겠지'가 아니라 '나부터'여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들..
<저항의 예술>에 담긴 포스터들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낮은지 깨닫게 되었다
나 스스로는 깨어있진 못해도 기본적인 상식과 의식은 있는 줄 알았는데, 좋은 사람은 아니어도 괜찮은 사람은 되는 줄 알았는데.. 휴 절레절레..
언젠가는 내 일이 될 수 있는 일에도 뒤로 물러섰고,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나와 다름에 편견의 눈으로 판단했으며,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문제에는 무관심했다 무관심 정도가 아니라 그냥 무지했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을수가 있나 싶다
전하려는 메세지가 명확한 포스터의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 덕분에 이해도 잘 되었지만 충격이기도 했다 심장을 탕! 머리도 탕탕! 맞은 것 같더라니까..
내가 결국엔 우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회에,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지금까지도 열심히 걸어왔지만(나 말고 불의에 목소리를 냈던 많은 분들이)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아름다운 예술을 사랑하지만 시대를 담은 예술은 더욱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저항의 예술>을 봤으면 좋겠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이 책을 펼쳐들고 몇 페이지 읽어가니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과 담임선생님이 생각난다. 아마 미술을 전공하셨던 것 같다. 학교의 환경미화 작업이나 다른 반 미술시간에 가끔 시간을 내 가르쳐주시곤 했던 게 생각나서다. 그 미술 수업 때 포스터 그리기 시간이 있었다. 주제는 가장 흔한 자유였지만 대개 어린 마음에 가장 무서운 게 '불'이었던가? 상당수 많은 아이들이 '불조심' 포스터를 그렸다. 포스터를 그리기 전에 약간의 설명을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주제를 정하고 한눈에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있도록 쉽게 그려라는 이야기였다. 아마 '간결하게' 표현하란 말을 우리가 알아듣기 쉽게 그렇게 표현하셨던 것 같다. 독자는 그림을 꽤 잘 그리는 편이라서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때 가스 밸브를 잊지 말고 잠글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글자 한 자 '꼭!'이란 말을 썼던 것 같다. 옆에 공중에는 화재난 집을 표현했고...
기분 좋은 기억까지 순식간에 소환해준 이 책 『저항의 예술』이 포스터가 담긴 화보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 지구상의 가장 큰 이슈인 7개 문제를 다룬 포스터다. 1920년대 여성 참정권(이전에는 여성들이 투표권이 없었다)부터 최근 기후변화 문제까지 최근 100년 간의 포스터가 이슈별로 들어 있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세계적인 예술가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의 포스터와 「추천사」 겸 「서문」을 마주한다. 그가 서문에서 밝힌 내용은 예술의 정의에 가깝지만 이 책에 담긴 포스터를 대변하기도 한다. “예술은 명령하지 않으며, 단지 참여를 유도하는 다리와도 같아서 관객의 경험과 감성에 의해 의미가 완성된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은 폐쇄된 특이성이 아니라 참여로 완성되는 공동체 행위로서 존재 가치를 지닌다.” 그의 말처럼, 예술은 “목소리를 담은 이미지”이며 고립이 아닌 연결의 행위이고, 우리에게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시대정신을 품는다. 인상적인 서문을 뒤로 하면 앞서 밝힌 주제별로 무려 140여장의 포스터가 큰 판형에 걸맞게 펼쳐진다.
이 책은 100년 전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해오고 시급한, 인류 공동의 문제들을 총 7개 장으로 나뉘어 담았다. 물론 작품 설명과 시대적 배경, 공간적 배경, 지역적 배경 설명도 곁들여지지만 주제 설명이 이 포스터 감상의 주된 일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저항'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각 장이 시작할 때마다 '구호'가 하나씩 등장한다. 대개 각 챕터에 관계해 저항했던 인물들의 말이나 작품 속 주장, 세계 주요 인물의 말도 담겨 있다. 각 장의 주제를 따로 확인할 필요 없이 그냥 한 장씩 넘기며 필요한 설명을 눈으로 읽고 감상에 주력하면 된다. 익숙지 않는 독자들은 설명을 조금 더 자세하게 읽는다면 감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난민, 기후변화, 페미니즘, 인종차별, LGBTQ, 전쟁과 핵무기 반대’ 등 20세기 초반의 참정권 운동으로 시작해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격변기,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현대의 각종 저항 시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정치·사회 활동의 여정이 감동적인 글과 그림으로 펼쳐진다. 책에 담긴 140여 개의 이미지들은 모두 국제앰네스티와 조 리폰 작가가 함께 선정한 것들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만든 사진, 포스터, 구호, 현수막부터 길거리 예술가들의 벽화까지 매우 다채롭다. 다른 지역, 다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이 소외된 이들을 위해 어떻게 대신 싸워주었고, 어떻게 기꺼이 무기가 되어주었는지, 흩어진 목소리를 어떻게 상징적인 작품으로 결집시켜주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불법인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구호로 시작되는 1장은 ‘난민과 이민자, 모든 지구시민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장이다. 1차 세계대전 때 폐허가 된 도시의 난민들을 돕기 위해 미국 식량 관리국이 만든 포스터 「프랑스는 격렬한 전쟁에 휘말려 있습니다」(1917년)부터 20세기 초 아르메니아 학살 사건을 피해 망명한 난민들을 위한 포스터 「우리를 살려주세요」(19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미국의 이민자 배척 정책을 반대하며 만들어진 국제앰네스티의 「금지 없이, 장벽 없이」(2017년) 포스터까지 한 세기 동안의 전 세계 이민, 난민, 이주노동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의 주인공은 전쟁을 피해 4년 동안 영국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보스니아계 이슬람교도 난민이다. 그의 귀향은 환희에 가득 찬 모습이 아니라 상실을 암시하는 황량한 흑백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몇 개의 짐을 들고 홀로 서 있는 남성은 화면 밖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비에 젖은 도로 위로 남성의 그림자가 비치고 뒤로는 아직 덜 지어진 집이 한 채 보인다. ‘유럽의 성역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 누가 우리 집에 살고 있나요? 집을 잃어버린 난민의 역경’이라고 쓰인 글귀가 눈에 띈다. 이 포스터는 1997년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보고서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 “누가 우리 집에 살고 있나요?” 집을 잃은 난민들은 왜 고향으로 안전하게 돌아가지 못하는가』와 함께 제작되었다."(p.22~23)
저항 예술에서 '여성'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여성은 티백과 같은 존재이다, 티백이 뜨거운 물을 얼마나 잘 견디는지 직접 넣어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라는 구호로 이어지는 2장은 ‘여성의 해방과 자유, 참여’를 위한 장이다. 영국의 전국 여성 참정권 협회에서 발표한 매우 유명하고 뜻깊은 포스터인 「나팔수 소녀」(1908년)부터 이후 30여 년에 걸쳐 미국(1913년), 독일(1914년), 러시아(1932년) 등에서 만든 여성 참정권을 위한 포스터들이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의 동등한 임금, 출산휴가 등 또 다른 권리들을 위한 「프랑스 노동자 연합 전국대회」(1958년) 포스터, 여성의 낙태와 피임을 위한 사진 「자녀, 내가 원한다면, 내가 원할 때」(1970년), 여성의 무보수 가사노동을 규탄하는 「평등은 가정에서 시작된다(1974년) 등은 지금 보아도 현재진행형 문제들이다. 여성 운동의 역사가 한눈에 잡힌다.
당시의 상투적인 농담은 다음과 같았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여성들은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해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들은 집에 머물러야 하며 쇼핑을 다니거나 요리와 가사 노동을 하거나 자녀를 돌본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하의 여성들은 자유롭다. 온종일 일할 수 있고 일이 끝나면 귀가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요리와 가사 노동을 하기도 하며 자녀를 돌보기도 한다.”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데이킨의 포스터 글귀는 다음과 같다. “3월 8일은 일하는 여성이 부엌의 노예직에 저항하는 날이다. 반복되는 집안일과 억압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포스터의 삽화는 한 여성이 솥과 냄비 등의 가재도구 더미에 깔린 다른 여성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을 보여준다.
성 소수자 권리 주장도 어느덧 6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이 책 포스터를 보면서 깨닫게 된다. 캘리포니아 최초의 게이 정치인 하비 밀크의 구호로 시작되는 3장은 ‘성 정체성이 금지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장이다. 미국의 초기 동성애자 인권단체로서 상징성을 지닌 매터친 소사이어티 뉴욕지부의 포스터 「동성애자는 다르다」(1960년)부터 ‘광부를 지지하는 동성애자 모임’이라는 다소 독특하고 특별한 작품 「광부와 성소수자」(1984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을 기념하는 사진 「나의 모국에서는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면 범죄자가 됩니다」(2018년 작)까지 60여 년에 걸친 다양성 운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독자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문제이기도 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독자를 놀라게 했다. 책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숫자의 트랜스젠더가 살해당했으며 그중 대부분은 유색인종이었다. 같은 해 이라크와 시리아의 게이들은 극단적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라믹 스테이트’, 즉 IS의 명령에 따라 옥상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았다. 그다음 해 미국 올랜도 주의 게이 나이트클럽에서는 49명이 총격당하고 53명이 부상을 입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앰네스티 미국지부는 이 같은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이 포스터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포맷과 디자인 덕분에 SNS에서 쉽게 공유될 수 있었고 폭넓은 대중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박해받고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많은 국가의 지도자나 정부 당국에도 빠르게 유포될 수 있었다.
베트남과 최근 중동,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에만 있었던 '반미' 운동의 역사도 꽤나 길다. 어쩌면 미국이 제 2차 세계대전 후 최강국으로 등장하면서 세계인들의 눈에는 미국에 의한 독재라는 인식이 깊게 심어졌나 보다. 독자에게 미국은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게 한 고마운 나라로만 생각해 왔는데 다른 곳에선 전쟁 등 만행을 저지렀는지 유독 반미 포스터가 많다. 우리에겐 과학자로 익숙한 아인슈타인이 무분별한 권위를 비판하면서 던진 구호로 시작하는 5장은 ‘사상과 이념이 감옥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장이다. 20세기 초 미국 광부들의 인권을 위한 포스터 「콜로라도는 과연 미국인가?」(1904년)부터 프랑스 68운동의 상징 같은 포스터인 「경찰은 미술 학교를 점령하고 학생들은 거리로 내몰리다」(1968년), 베트남 전쟁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이들을 위한 풍자물 「미국을 믿지 말라」(1970년), 빈곤계층과 유색인종을 더욱 가혹하게 형벌하는 미국의 형사체벌 제도를 지탄하는 「너무 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있습니다」(2016년) 등 갖가지 사상과 이념, 지위로 차별·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붓을 든 투쟁가들의 분투가 담겨 있다.
"포스터는 흑백으로 황량하게 표현되면서 절망감을 더하고 단순한 선으로 그려져 좌절감을 더 구체화한다. 아키야마 카즈오가 그린 원화는 작품 속 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히로시마 평화 기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어머니는 투하 지점에서 1,300미터 떨어진 텐마초에 있었는데, 폭탄을 피해 달아나려고 했지만 바닥에 쓰러졌고 온몸에 화상을 입으면서도 두 자녀를 보호하려고 했다. 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핵전쟁에서 의료 지원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내용도 쓰여 있다."
이 책은 예술이 어떻게 '반인류', '비인간', '비민주'에 저항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포스터이니만큼 선동적 모습과 다소 폭력적인 그림도 있지만 이를 예술적으로 소화시키는 것은 예술가들의 몫일 터, 잔인한 폭력은 포스터보다 훨씬 냉혹하게 저질러질지도 모른다. 힘 없는 다수는 소수의 정의에 연결되면 엄청난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예술이다. 서문을 쓴 조 리폰의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저자 : 조 리폰(Jo Rippon)
“예술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를 도전하도록 만들며, 새롭게 연결시킨다.” 작가이자 편집자.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과 크리에이티브 아트 대학을 졸업했다. 11살 때 처음으로 행동주의에 참여했으며, 우연한 기회에 황폐해진 열대 우림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삼림을 마구잡이로 개간하는 대기업에 맞선 것을 시작으로 환경과 인권, 소수자 권리를 위한 활동에 오랫동안 힘써오고 있다. 예술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이끄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역자 : 김경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학과 졸업하였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세계 문화 여행: 프랑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전략적 UX 라이팅』이 있다.
기획 :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적으로 인권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비정부 인권기구다. 인권의 침해와 정의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국제 인권 기구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61년 노동법 변호사인 피터 베넨슨 변호사가 설립하여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77 년에는 고문 반대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1978년에는 국제 연합 인권 상을 받았다. 한국에는 1972년에 지부가 설립되었다.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받거나 반정부 시위로 갇히고 고문받는 등 국가 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을 위해 일하는 세계 최대의 인권 단체다. 전 세계 160개국, 1,000만 명의 회원과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이다. 존엄성을 해치는 위협으로부터 모든 사람이 모든 인권을 누리는 세상을 위해 국적·인종·종교를 초월해 활동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