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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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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344g | 154*226*11mm
ISBN13 9791162520680
ISBN10 116252068X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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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네깟 놈이 가기는 어딜 가? 뛰어 봤자 벼룩이지!”
경찰이 미룬다를 덥석 안았다. 그러고는 미룬다의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흐흐, 넌 바로 우리가 찾는 크리미다! 너에겐 백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 소녀보호소에서 너를 멋지게 키워 줄 거다.”
엄마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제발 내 애를 돌려 주세요. 내가 잘 키울게요.”
경찰은 미룬다를 불끈 안았다.
“나는 호주 정부의 혼혈아정책에 따르고 있어. 아이를 보니 애 아빠가 나처럼 백인이겠네. 흐흐, 그러니 너같이 잘생긴 애는 데려가 쓸 만한 소녀가 되게 교육을 시켜야지. 그런데 애 아빠는 어디로 갔지?”
엄마는 땅을 치며 울부짖었다.
“흐흑, 제발 애를 돌려 주세요. 애만 돌려 주면 뭐라도 하겠어요.”
경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경찰이 군화발을 휘둘러 여자를 뿌리쳤다. 여자가 쿵, 나가 떨어졌다. --- p.37

“비단뱀님, 우리 조상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그 순간 캥거루들이 사라지고 거대한 원주민이 불 속에 나타났다. 미룬다가 소리쳤다.
“앗! ‘위대한 영’이시다!”
‘위대한 영’이 팔에 부메랑을 치켜든 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순희도 미룬다와 그를 따라 불 속을 달렸다. 그러나 길이 끝나는 곳에 이르자 불길이 사방으로 에워싸고 달려들었다. 그는 불을 피해 낭떠러지까지 갔다. 절벽 끝에 선 그는 열 손가락을 활짝 펼쳐들고 날기 시작했다. 반대쪽 절벽을 가리키면서.
미룬다도 순희도 눈을 감았다. 온 힘을 다해 힘껏 몸을 굴렀다. 불길이 온몸을 휘감는다고 느낀 순간 새가 된 듯 붕 떠올랐다. 그리고 시퍼런 허공으로 한없이 곤두박질쳤다. 그곳이 물웅덩이라고 느낀 순간, 부연 오색 무지개가 온몸을 받쳐주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이 순희를 휘어감아 올렸다.
어디선가 묵직한 디저리두 음악에 맞추어 순희는 서서히 떠올랐다. 가볍고 부드러운 물살이 한없이 순희를 어루만져 주었다.
--- p.80~81

사람들이 슬픔을 삼켰다. 제일 놀란 사람은 순희였다. 갑순, 갑순…… 꿈에도 잊을 수 없던 이름이었다. 위안소 탈출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갑순이 흰머리로 변했다. 그 위안소에서 살아난 사람이 있었다니! 순희는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미룬다도 언니를 따라 나왔다. 사람들이 수군댔다. 어쩌면 소녀상과 똑같은 애들이라며. 갑순 할머니는 순희를 보면서도 이야기를 계속 했다. 순희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저는 한국에 살면서도 문득 문득 위안소에서 죽은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봉순 언니, 화란 친구 얀센, 내 또래 친구 순희. 특히 그 애가 살아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부질없는 생각이지요. 나 혼자 살아 있다는 게 너무 죄스러웠어요. 이제 다시는 그런 피해자가 없는 세상을!”
갑순 할머니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순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쫓아나가 할머니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쳐 주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꼭 안았다. 순희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연신 중얼거렸다.
‘갑순이. 나야, 나 순희! 꽃막내. 아니 막내꽃이라고!’
갑자기 갑순 할머니가 순희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 울어요. 어쩌면 어린 사람이 이렇게도 노인의 심정을 잘 알아 줍니까? 고맙습니다.”
둘이 껴안고 떨어질 줄을 몰랐다. 미룬다가 나섰다.
“언니, 서둘러. 돌아갈 시간이야.”
순희가 단념을 하고 눈물을 훔치며 돌아섰다. 그러면서도 자꾸 갑순을 돌아보았다.
--- p.16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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