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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

[ 개정판 ]
리뷰 총점9.1 리뷰 26건 | 판매지수 108
얼리리더를 위한 3월의 책 : WOOF! WOOF! 책멍이 마그넷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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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82g | 138*203*30mm
ISBN13 9791157403400
ISBN10 115740340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크루소란 원래 그런 곳이야. 어떤 친구들은 유형지 행성이라고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변비 행성이라고 하지. 난 변비 행성이 딱인 것 같아. 잔뜩 먹어대기는 하는데 배설을 제대로 못하지. 은하계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아자니들이 날아와 빨판상어들을 떨구고 가지만 정작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 곳.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링커들이 끊임없이 유전자 풀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정작 아이들은 거의 태어나지 못하는 곳. 개떡 같은 곳이야. 이곳 달력으로 7년 전 이 행성에 떨어졌을 때는 나도 암담했어. 고향인 마리아 부츠를 떠난 뒤로 15년 동안 난 한 행성에 한 달 이상 머무는 건 상상도 한 적이 없었지. 평생 이렇게 은하계를 떠돌다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재수 없게 변비 행성에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으니 막막한 거지.

탈출하려고도 해봤어. 적어도 이 행성엔 아직까지 공항 구실을 하며 아자니를 받아주는 올리비에가 세 군데는 된다고 들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 근방엔 반드시 엄청난 입장료를 받아 배를 불리는 탐욕스러운 시티가 있기 마련이지. 제저벨의 목적지인 수요일의 맥킨지 블록도 그런 곳이었어. 모든 조난자들이 일단 그곳에 가고 싶어 해. 대륙의 유일한 탈출구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 중 맥킨지 블록의 사기꾼들에게 탈출료를 지불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대부분 근교에 있는 조난자 보호 협회에 등록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가끔 운 좋은 승객들을 싣고 하늘로 솟구치는 아자니들을 바라보면서 말이야. 나 역시 일찍 포기했어. 난 희귀한 도서관 큐브도 가지고 있지 않고 오염 안 된 지구 식물 씨앗도 없다고. 융통성이 있고 임기응변에 강하고 자격증을 딴 뒤로 의사 노릇도 곧잘 하지만 이 짓거리를 하면서 입장료를 버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다 제저벨과 선장을 만났어.
---「로즈 셀라비」중에서

크루소는 편견 때문에 살기 힘든 곳은 아니었다. 1미터짜리 곰 인형도, 2미터짜리 고양이 인간도 특별히 꿀릴 것 없이 살 수 있는 곳이니 인종차별은 무의미했다. 양성의 경계가 붕괴되고 있었으니 지배적인 성차별이랄 것도 없었다. 다양한 종류의 편견과 차별이 존재했지만 그 수명은 대부분 길어도 한 세대를 넘지 못했다. 편견이 그 이상 유지될 수 있을 만큼 특정 무리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지금은 블랙 지하드 때문에 목요일의 평판이 안 좋고, 교회 마피아 역시 그렇게 인기 있는 무리가 아니었지만 이들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생물학적 후손을 남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이 별에서 종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베들레헴들은 예외였다. 베들레헴들은 단순한 정신병자들이 아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종종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행동했지만 정신분열증과는 전혀 다른 병을 앓고 있었다. 아니, 항해사와 같은 베들레헴 옹호자들은 처음부터 그게 병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엔지니어들처럼, 그들은 단지 평범한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정신 구조를 갖고 있었다. 링커들의 장난에 놀아난 두뇌가 어느 단계부터 인간 두뇌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심한 경우 아무도 그들의 동기나 사고방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행동과 말에는 소름끼치는 타자의 흔적이 각인되어 있었다. 고기능 베들레헴 중 일부는 사람들을 속이고 일반인인 척 행세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진정한 정신적 교류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 이러면 문제였다. 대화 가능한 인간의 두뇌를 갖고 있다면 당신들이 곰 인형처럼 생기건 고양이처럼 생기건 상관없다. 하지만 두뇌 자체가 다르다면, 그것도 링커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염병처럼 번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하면서도 다르다면 정말 큰 문제다. 게다가 그 혐오스러운 특성이 링커 바이러스를 통해 수렴되고 증식된다면? 크루소의 수많은 지역에서 그 해결책은 격리였다.
---「시드니」중에서

“혹시 말씀의 벌레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아뇨.”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공식적인 발표 없이 소문만 돌고 있으니까요. 로트바르트 연구소를 일탈한 어떤 과학자가 말도 안 되는 발명품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소위 세뇌 벌레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종교적 믿음을 숙주에게 강요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2밀리미터 길이의 기생충을 유전자 조작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는 웃었다.
“네, 말도 안 됩니다.”
대령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링커 우주에서는 그런 부류의 생명체가 2세대 이상 종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모두가 아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 과학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생충을 용케 교회 마피아의 수장인 리우의 카를로스에게 파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우의 카를로스가 그 정도로 무식했냐고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발명가의 핑계에 넘어갔습니다. 그 발명가는 벌레 안에 삽입된 ‘말씀’이 종의 오염을 막아준다고 주장했답니다. 그는 그를 증명하는 방대한 양의 자료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교회 마피아에게 그 자료를 100퍼센트 검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오래전에 올리비에에 통합되었겠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교회 마피아는 믿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쪽 상황이 별로 안 좋지 않았습니까? 블랙 지하드와의 전쟁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지만 믿음의 기반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3년 전이라면 마피아보다 골수 트레키들의 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어떻게든 믿음이 없는 자들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될 때가 된 것입니다.”
---「레벤튼」중에서

“(……) 우린 레벤튼과 목요일의 몬소피아드 정글에서 우리 세계와 비슷한 다른 평행 우주에서 온 우주선의 흔적을 찾아냈어. 서기2245년, 오스트리아/프러시아 연합제국이 쏘아 올린 마리아 테레지아라는 우주선. 그 우주선은 겹겹으로 쌓인 평행 우주들을 바느질하듯 누비다가 5만 년 전에 여기로 떨어졌지. 그 뒤로 이 행성에서는 잠시 링커 진화가 발생했다가 사라졌어. 지금 그 우주선은 없어. 우리가 찾은 건 기껏해야 흔적뿐이지. 그래도 우린 꽤 많은 걸 알아. 그 우주선은 여행 중간에 외계 지성과 접촉했고 그 존재와 융합되었어. 그리고 그 외계 지성은 우리가 링커 기계라고 부르는 종과 많이 비슷하면서도 다르지. 지상종과 비행종이 분화되지 않은 링커 기계들을 생각해봐. 그들이 몇만 년 동안 묻혀 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 거야.”
(……) “생각해봐.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우주는 모두 링커 기계들만의 영토였어. 하지만 그들과 다르고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무리가 바로 이 행성에서 기어 나오려 준비하고 있어. 더 놀라운 건 그들이 희미하게나마 우리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그들은 2245년에 만들어진 지구 우주선과 융합되었어. 저들의 우주는 인류가 링커 기계의 공습을 받기 전에 가르보와 거의 맞먹는 우주선을 개발한 곳이란 말이야. 그쪽 우주에서 저들과 지구인들의 관계가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만약 우리가 그쪽 지구인들과 만날 수 있다면? 아니, 정말 그들이 여기에 와 있다면?”
“그래서?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여기에 마리아 테레지아의 올리비에가 있으니까.”
---「호가스」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곳에 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링커 우주’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


전 은하계와 인근의 두 마젤란은하까지 먹어치운 링커 우주는 진화 생태계가 3천 년을 넘는 곳이 스무 군데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비교적 짧다. 링커 우주는 링커 기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링커 바이러스를 퍼뜨려 새로운 우주 질서를 정립했는데, 그 어떤 시스템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링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종들은 새로운 진화 체계에 맞춰 진화를 거듭했지만 그 변화로 인해 실제로 링커 우주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 곰돌이 친구는 이 낡아빠진 욕조통의 선장이고 전 이곳의 선의가 되겠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운 나쁘게 추락하신 행성은 대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라는 곳입니다. 식민지가 개발된 지는 표준력으로 350년쯤 되었고 여러분이 아주 운이 좋지 않은 한 여기서…… 빠져나가실 수 없습니다.” (14~15쪽)

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 행성, 이곳은 유형지 행성 혹은 변비 행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은하계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아자니들이 날아와 빨판상어들을 떨어뜨리고 가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곳,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살지만 링커들이 끊임없이 유전자 풀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그 어떤 종족도 생물학적 후손을 남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행성이다. 번식을 통한 종의 생존이 불가능한 링커 우주, 멸망의 공포로 두려움에 떨던 종족들은 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선다.

듀나 SF 월드, 그 유연하고도 단단한 세계
기묘한 위험을 즐기는 활달한 모험담


작품은 링커 우주 속 행성 크루소를 배경으로 함선 ‘제저벨’을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위험천만하고 활기찬 그들의 모험담 네 편을 통해 링커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생태계를 조명한다.

자유함선연합의 연락을 받고 고객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은 도서관 큐브를 찾아 몬테 그란데로 향한 제저벨은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함선의 추격을 받게 되고(「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이야기꾼 의사는 시드니에게 진 목숨차용증의 빚을 갚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는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부탁을 받고 전쟁의 대륙 토요일로 향하게 된다(「시드니」). 항해사의 고향이자 생존을 위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은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에 말려들게 되고(「레벤튼」), 제저벨의 선의 플래그는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42호(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간다(「호가스」).

듀나가 선보이는 링커 우주의 세계는, 그 예측 불가능성으로 유연한 동시에 정교한 규칙으로 단단하다.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린 세상 얼마나 매혹적인지 끊임없이 알려준다. 거대한 위협과 미지의 공포를 마냥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인물들이,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답을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이야기. 고전적인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이 서사시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를 엿보는 짜릿한 재미와 결합해 ‘스페이스 오페라’의 매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작가의 말

링커 우주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굴리던 아이디어 두 개로부터 출발한다. 하나는 이미 폐기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SF를 쓴다는 게임이다. 나는 중세 천구론에 바탕을 둔 단편을 잠시 쓰다가 포기했는데, 그 세계에서 사람들이 천구라고 믿고 있는 것은 외계인들이 만든 다이슨 스피어다. 그다음에 나는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유전설이 먹히는 세계를 상상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링커 우주의 기반이 된다. 최종 완성된 링커 우주는 라마르크의 학설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

다른 하나는 ‘준비되지 않은 우주여행자’의 개념이다. 게리와 실비아 앤더슨 부부의 텔레비전 시리즈 〈스페이스 1999〉의 고정 시청자(팬은 아니었다)였던 어린 시절부터 이 개념은 나에게 중요했다. 나는 아직도 항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의 우리가 지금의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 세계의 인간들을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정작 그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어렵다. 고로 우주여행의 시기를 살짝 앞당기는 반칙이 필요하다.

회원리뷰 (26건) 리뷰 총점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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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Jegebel) - 듀나 연작소설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오*라 | 2023.01.08 | 추천1 | 댓글1 리뷰제목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언젠가 YES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다가, 김하나 진행자가 듀나 작가의 SF 소설 극찬하시는 걸 듣고, 궁금함이 생겼다. 그러던 중 리뷰어 클럽에서 이 작품이 서평단 모집에 올라왔고, 서평 신청을 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내가 평소에 SF 소설을;
리뷰제목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YES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다가, 김하나 진행자가 듀나 작가의 SF 소설 극찬하시는 걸 듣고, 궁금함이 생겼다. 그러던 중 리뷰어 클럽에서 이 작품이 서평단 모집에 올라왔고, 서평 신청을 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SF 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인데, 인상 깊게 읽은 책이라서 사실 이 책에 더 기대를 했던 것도 있었다.
내가 듀나 작가의 연작소설로 제저벨이 처음이라, 사실 앞 내용을 모른 채로 시작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저벨은 듀나 작가의 SF 월드의 정수 ‘링커 우주’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에 대한 내용이다.

내가 듀나 작가의 연작소설 중 일부분을 먼저 읽느라 좀 적응이 안 된 거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진짜 소설인데 너무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오고, 상상이 안 가서 책이 잘못되었다 싶을 정도로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지? 싶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조금씩 이해가 가면서 그 이후로는 페이지터너가 되었던 것 같다.
기대했던 것만큼 내 취향에 맞지는 않았지만, 듀나 명성에 맞게 작가만의 세계관이 있고 그것을 책 한 권에 잘 녹여낸 작품인 것 같다.
댓글 1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포토리뷰 제저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뽀*맘 | 2022.09.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소설가이자 영화 비평가인 저자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짧은 단편을 올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소설집 "대리전", "태평양 횡단 특급",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논픽;
리뷰제목

 

 

 

 

소설가이자 영화 비평가인 저자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짧은 단편을 올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소설집 "대리전", "태평양 횡단 특급",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논픽션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을 냈습니다. 저자가 쓴 <제저벨>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로즈 셀라비'는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시작합니다. 외계 종족들을 떨구고 가지만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변비 행성인 대마젤란은하 크루소 알파b에 7년 전 도착한 주인공은 공항 구실을 하며 아자니를 받아주는 올리비에가 있다는 말에 그리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 근방엔 엄청난 입장료를 받아 배를 불리는 시티가 있어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일 없이 얼쩡거리고 있는데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의사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곰돌이 인형 같은 외관을 지닌 선장을 처음 만났습니다. 주인공의 기술을 보고 선장은 제저벨에 머물겠냐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내고 있습니다. 제저벨은 에너지 걱정 없고, 식사도 괜찮고, 어디에 박혀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워도 뭐랄 사람이 없는 빈둥거리기에 딱 좋은 배입니다. 선장은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며 돈을 벌었는데, 어느 날 자유함선연합의 바얀 퍼플이 몬테 그란데 부근에 도서관 큐브가 든 가방을 구해서 가져오라는 의뢰를 합니다. 갑자기 들어온 의뢰를 받고 출동한 제저벨, 조난자를 구하면서 동시에 도서관 큐브 가방을 건져냈습니다. 그런데 조난자 중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선장이 전에 일했던 항공모함처럼 생긴 고유의 의지를 가진 배,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고 있습니다.

 

레벤튼 섬의 사람들은 잠을 잃습니다. 이것은 각성된 상태에서 스스로의 꿈을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며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병입니다. 외부의 물리적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 적에 쫓기고, 존재하지 않는 먹이와 짝을 찾아 허공과 바다로 몸을 날렸습니다. 두 세계를 의식적으로 갈라놓을 수 있는 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레벤튼의 아이들은 그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의지력만으로는 힘들었고, 뇌 수술이나 칩 이식, 화학 요법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뇌를 망치지 않고 잠을 되찾는 아이들은 없었고, 여전히 꿈과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주인공 나에게 해결책은 전쟁입니다. 나는 약물과 칩 없이 크루소에서 살아남았으나 내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고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레벤튼 섬에서 진화한 지구 나비들의 후손인 레벤튼 나비는 진화를 거듭했고, 섬의 식물들은 레벤튼 그에 맞게 열매와 가지 모양을 바꾸고, 포식자들은 나비 날개를 씹고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이와 소화기관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엄마가 죽은 소식을 듣고 이 섬에 방문한 주인공은 그곳 바다 밑에서 무언가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냅니다.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는 이유는 무엇인지, 레벤튼 섬의 바다 밑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저벨>에서 확인하세요.

 

 

<제저벨>은 절대 친절하지 않습니다. 로즈 셀라비, 크루소 알파b, 몬테 그란데 섬, 수요일 대륙, 올리비에, 쿠퍼, 아자니 등 책을 읽기 시작한 15줄에 이런 단어들이 나옵니다. 네 편의 단편에서 이를 설명하는 부분도 없습니다. 이렇게 불친절한 SF 소설 <제저벨>은 앞서 출간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세계관을 같이 합니다. 자신과 숙주의 유전자를 조작해 숙주와 환경을 통합하는 바이러스인 '링커 바이러스'는 하나의 종이 아니며 통제도 파괴도 불가능한 바이러스 집합니다. 이 링커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을 개조하여 낯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합니다. 개조한다는 것의 의미는 피부색이 바뀌거나 날개가 돋는 수준이 아니라 뇌도, 신경도 몸의 일부이기에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모두 바뀌게 됩니다. 통합된 생명체들은 어떤 환경에든,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적응합니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이 바이러스가 처음 지구에 확산되고, 알려지고,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간성이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제저벨>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보다 먼 미래에 링커 우주, 즉 링커 바이러스로 환경 통합이 이루어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함선연합의 의뢰를 받고 도서관 큐브를 찾은 제저벨이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항공모함의 추격을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 '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의사가 시드니에게 진 목숨 차용증의 빚을 갚으러 간 그곳에서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서는 이야기 '시드니', 항해사의 고향인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이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 '레벤튼', 제저벨의 선의 플래그가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가는 이야기 '호가스'. 작가는 링커 바이러스로 개조된 생명체들은 어떤 욕망을 가지며,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며, 반대로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지 않을지 등에 대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다행히 지금의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상상은 소설 속에서만 잠시 하고 그치면 되지, 만약 내가 사는 곳이 '링커 우주'라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생명체의 본질과 기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SF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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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제저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책****곰 | 2022.09.22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항해사는 서서히 환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함 때문은 아니었다. (...)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전쟁이 허망할 정도로 조악한 가짜라는 것이었다. (p.91)      우리나라 sf소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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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는 서서히 환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함 때문은 아니었다. (...)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전쟁이 허망할 정도로 조악한 가짜라는 것이었다. (p.91) 

 

 

우리나라 sf소설계의 간판스타 듀나 작가님의 신간소설인 '제저벨'을 읽었다. 사실 나는 sf를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적응하고 이해하기 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뒤로 갈수록 몰입력이 있어,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마 다음에 sf를 다시 읽으면 한층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크루소는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는' 지긋지긋한 행성이다. 성장하지도 버려지지도 않은 잊혀진 행성에서 작게나마 변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제저벨' 뿐이다. 제저벨은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는 함선으로 선장, 의사, 항해사, 엔지니어, 요리사 등이 승선하여 여러 우주를 떠돌며 불시착한 이들을 구조하는 등의 일을 하는 떠돌이 배다. 이토록 멀고, 낯선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간 본연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여전히 차별하고, 종교를 맹신하기도 하며, 바이러스나 기생충 등에 두려움을 가지기도 하는. 사실 우주라는 다른 세계로 옮겨갔을 뿐, 우리의 현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어 sf의 개연성결핍을 막아주는 기분이었다. 

 

살기 위해 처절히 싸워야하는 것은 현재나 미래나 같은가. 우주 여행을 가벼이 다녀올 생각으로 펼친 책이었으나,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생각을 꾸준히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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