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8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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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82g | 138*203*30mm |
ISBN13 | 9791157403400 |
ISBN10 | 1157403409 |
발행일 | 2022년 08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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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82g | 138*203*30mm |
ISBN13 | 9791157403400 |
ISBN10 | 1157403409 |
로즈 셀라비 시드니 레벤튼 호가스 기타 등등 개정판 작가의 말 |
소설가이자 영화 비평가인 저자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짧은 단편을 올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소설집 "대리전", "태평양 횡단 특급",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논픽션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을 냈습니다. 저자가 쓴 <제저벨>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로즈 셀라비'는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시작합니다. 외계 종족들을 떨구고 가지만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변비 행성인 대마젤란은하 크루소 알파b에 7년 전 도착한 주인공은 공항 구실을 하며 아자니를 받아주는 올리비에가 있다는 말에 그리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 근방엔 엄청난 입장료를 받아 배를 불리는 시티가 있어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일 없이 얼쩡거리고 있는데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의사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곰돌이 인형 같은 외관을 지닌 선장을 처음 만났습니다. 주인공의 기술을 보고 선장은 제저벨에 머물겠냐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내고 있습니다. 제저벨은 에너지 걱정 없고, 식사도 괜찮고, 어디에 박혀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워도 뭐랄 사람이 없는 빈둥거리기에 딱 좋은 배입니다. 선장은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며 돈을 벌었는데, 어느 날 자유함선연합의 바얀 퍼플이 몬테 그란데 부근에 도서관 큐브가 든 가방을 구해서 가져오라는 의뢰를 합니다. 갑자기 들어온 의뢰를 받고 출동한 제저벨, 조난자를 구하면서 동시에 도서관 큐브 가방을 건져냈습니다. 그런데 조난자 중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선장이 전에 일했던 항공모함처럼 생긴 고유의 의지를 가진 배,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고 있습니다.
레벤튼 섬의 사람들은 잠을 잃습니다. 이것은 각성된 상태에서 스스로의 꿈을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며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병입니다. 외부의 물리적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 적에 쫓기고, 존재하지 않는 먹이와 짝을 찾아 허공과 바다로 몸을 날렸습니다. 두 세계를 의식적으로 갈라놓을 수 있는 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레벤튼의 아이들은 그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의지력만으로는 힘들었고, 뇌 수술이나 칩 이식, 화학 요법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뇌를 망치지 않고 잠을 되찾는 아이들은 없었고, 여전히 꿈과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주인공 나에게 해결책은 전쟁입니다. 나는 약물과 칩 없이 크루소에서 살아남았으나 내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고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레벤튼 섬에서 진화한 지구 나비들의 후손인 레벤튼 나비는 진화를 거듭했고, 섬의 식물들은 레벤튼 그에 맞게 열매와 가지 모양을 바꾸고, 포식자들은 나비 날개를 씹고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이와 소화기관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엄마가 죽은 소식을 듣고 이 섬에 방문한 주인공은 그곳 바다 밑에서 무언가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냅니다.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는 이유는 무엇인지, 레벤튼 섬의 바다 밑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저벨>에서 확인하세요.
<제저벨>은 절대 친절하지 않습니다. 로즈 셀라비, 크루소 알파b, 몬테 그란데 섬, 수요일 대륙, 올리비에, 쿠퍼, 아자니 등 책을 읽기 시작한 15줄에 이런 단어들이 나옵니다. 네 편의 단편에서 이를 설명하는 부분도 없습니다. 이렇게 불친절한 SF 소설 <제저벨>은 앞서 출간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세계관을 같이 합니다. 자신과 숙주의 유전자를 조작해 숙주와 환경을 통합하는 바이러스인 '링커 바이러스'는 하나의 종이 아니며 통제도 파괴도 불가능한 바이러스 집합니다. 이 링커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을 개조하여 낯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합니다. 개조한다는 것의 의미는 피부색이 바뀌거나 날개가 돋는 수준이 아니라 뇌도, 신경도 몸의 일부이기에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모두 바뀌게 됩니다. 통합된 생명체들은 어떤 환경에든,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적응합니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이 바이러스가 처음 지구에 확산되고, 알려지고,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간성이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제저벨>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보다 먼 미래에 링커 우주, 즉 링커 바이러스로 환경 통합이 이루어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함선연합의 의뢰를 받고 도서관 큐브를 찾은 제저벨이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항공모함의 추격을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 '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의사가 시드니에게 진 목숨 차용증의 빚을 갚으러 간 그곳에서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서는 이야기 '시드니', 항해사의 고향인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이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 '레벤튼', 제저벨의 선의 플래그가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가는 이야기 '호가스'. 작가는 링커 바이러스로 개조된 생명체들은 어떤 욕망을 가지며,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며, 반대로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지 않을지 등에 대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다행히 지금의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상상은 소설 속에서만 잠시 하고 그치면 되지, 만약 내가 사는 곳이 '링커 우주'라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생명체의 본질과 기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SF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항해사는 서서히 환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함 때문은 아니었다. (...)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전쟁이 허망할 정도로 조악한 가짜라는 것이었다. (p.91)
우리나라 sf소설계의 간판스타 듀나 작가님의 신간소설인 '제저벨'을 읽었다. 사실 나는 sf를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적응하고 이해하기 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으나, 뒤로 갈수록 몰입력이 있어,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마 다음에 sf를 다시 읽으면 한층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크루소는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는' 지긋지긋한 행성이다. 성장하지도 버려지지도 않은 잊혀진 행성에서 작게나마 변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제저벨' 뿐이다. 제저벨은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는 함선으로 선장, 의사, 항해사, 엔지니어, 요리사 등이 승선하여 여러 우주를 떠돌며 불시착한 이들을 구조하는 등의 일을 하는 떠돌이 배다. 이토록 멀고, 낯선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간 본연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여전히 차별하고, 종교를 맹신하기도 하며, 바이러스나 기생충 등에 두려움을 가지기도 하는. 사실 우주라는 다른 세계로 옮겨갔을 뿐, 우리의 현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어 sf의 개연성결핍을 막아주는 기분이었다.
살기 위해 처절히 싸워야하는 것은 현재나 미래나 같은가. 우주 여행을 가벼이 다녀올 생각으로 펼친 책이었으나,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생각을 꾸준히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