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를 활용한 코딩기업들은 전통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시장을 무섭게 먹어치우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 역시 돌이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모바일 업종 등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코딩기업들이 이제는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딩기업이 전통기업들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죠.
카카오는 택시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도 카카오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헤어숍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헤어숍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택시나 헤어숍 등의 실물경제에 투자하지 않고, 카카오의 뼈대인 ‘코딩’에 투자하고 있는 ‘코딩기업’입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배달음식까지 시켜먹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는 음식을 만들지 않는 코딩기업이죠.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대형 음식점 체인의 그것보다 큽니다. 이들이 코딩으로 알고리즘을 바꾸게 되면, 많은 음식점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배달의 민족이 고객들이 주문한 빅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자체 음식점 체인을 만들게 된다면, 이 역시 기존 음식점들에 어마어마한 타격이 되겠죠. 나아가 배달의 민족이 가끔 시켜먹는 배달에서 벗어나 매일같이 먹을 수밖에 없는 신선한 식재료를 배달하면 어떻게 될까요?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요? 빌 게이츠의 우려를 현실로 만든 구글이 사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주식시장에 상장하던 2004년, 하버드 대학교 학생이던 마크 저커버그는 기숙사에서 개발한 페이스북이란 서비스로 회사를 세웁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역시 구글이 따라올 수 없는 사업 영역을 구축하였죠.
이를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통 기업을 무지막지하게 먹어치우는 코딩기업이 두려워하는 상대는 이미 약점을 파악하고 있는 경쟁회사들이 아니고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개발해 내는 신생회사란 사실이고, 두 번째는 코딩 능력만 있으면 차고나 기숙사나 심지어 고시원 방에서조차 세상을 바꾸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진 것이라곤 컴퓨터와 코딩 실력밖에 없던 괴짜들이 차고나 기숙사, 허름한 사무실 등에서 만들어낸 성공 스토리만 써도 수십 권 이상의 책이 있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감히 만져볼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부(富)를 창출하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이런 세대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이들을 신인류, ‘코딩 세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코딩세대는 자신의 생각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세대입니다. 부모님 세대에서 컴퓨터는 정보를 얻는 도구에 불과했다면,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아이디어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서 글로벌하게 공유하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코딩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팔고 자신의 브랜드를 높이는 흐름은 점점 가속화될 것입니다.
제4차산업혁명을 말하기에 앞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조언해 줄 때 현재의 눈으로 미래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 분야를 직접 경험해 보고 그 분야가 어떻게 되는지를 자세히 조언해 주면 실수가 적겠지만, 대부분은 현재의 인기 등을 바탕으로 자녀에게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는 잘못된 판단인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현재’라는 가정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갈 2030년에는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65%의 아직 생기지도 않은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데, 현재의 눈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일까요?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세상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바로 부모의 현 시대적 기준으로 자녀의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면, 당사자인 자녀들이 미래에 큰 오차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코딩교육을 함에 있어 우리 아이들이 겪게 될 제4차 산업혁명을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인공지능(AI)은 그야말로 코딩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박사나 엘론 머스크 같은 유명 인사들이 경계할 정도로 어쩌면 인류에게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컴퓨터에 적어도 수십 년 이내에는 지지 않을 거라던 인간의 바둑이 2016년 초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에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 것입니다. 알파고가 무서운 건 인간으로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백 수천만 기보를 단기간에 학습하며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코딩교육을 함에 있어서, 아니 코딩 이전에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내적 엔진을 꺼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열정’이라는 이름의 이 엔진은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할 때(want to) 시동이 켜지고, 해야 한다(have to)고 강요할 때 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요하면 어느샌가 시동이 꺼져서 그 이후부터는 부모가 뒤에서 밀지 않으면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코딩은 컴퓨터를 일하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컴퓨터가 알아듣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명령어를 짜서 컴퓨터에 전달하는 것이지요. 그 언어는 C, C++, JAVA, JavaScript, Swift 등 종류도 매우 많습니다. 각각의 언어가 다른 만큼 문법도 조금씩 다르지만 하는 일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컴퓨터 프로그래밍, 즉 코딩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코딩은 손가락일까요, 아니면 달일까요? 코딩은 손가락, 즉 수단입니다. 그럼 달은 무엇일까요? 바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즉 메이킹(Making)이죠.
그것은 바로 ‘코딩교육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코딩을 가르쳐 주어야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교육이 될까?’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입니다. 철학은 어렵고 딱딱합니다. 하지만 철학이 딱딱하게 아래를 받쳐주고 있어야 그 위에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철학이 중요한 이유는 높이 쌓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코딩교육의 목적은 ‘사고력 향상’에 있다고 교육부의 지침에도 나와 있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동일한 커리큘럼에 동일한 것을 주입식으로 배우는 아이들은 사고할 만한 여지가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코딩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의 생각을 코딩(Coding)이라는 수단을 통해 만들(Making)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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