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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굴러가는 88일간의 자전거 유럽여행

어떻게든 굴러가는 88일간의 자전거 유럽여행

리뷰 총점9.3 리뷰 11건 | 판매지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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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551쪽 | 770g | 141*210*35mm
ISBN13 9788998294007
ISBN10 89982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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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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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앉아서 자라옹은 지로나까지 가는 길을 재차 확인하고 나와 형수님은 새로운 소식들을 SNS로 업데이트 한 후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햇살과 해변의 바다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길을 모르니 그저 자라옹이 가는 대로 열심히 페달만 밟았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자라옹을 따라가다 보니 경찰차 한 대가 따라붙으면서 우리의 주행을 제지했다. 우리가 달리던 C-32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라 매우 위험하므로 다음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빠져 시내로 들어가라고 한다. 지로나로 가는 줄 알았더니 저승길을 가고 있었구나...
---「스페인」중에서

곧바로 두 분 뒤에 따라붙었어야 했는데 때마침 불어닥친 강한 바람에 핸들가방의 뚜껑이 훌러덩 열려버렸다. 황급히 뚜껑을 닫고 재발을 막기 위해 끈으로 고정하며 점검하는 사이 이미 두 분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때까지 퐁피두가 뭔지 몰랐던 나는 지도를 검색했다. 마침 현재 위치 근처에서 ‘Voie Georges Pompidou’ 라고 적혀 있는 길을 발견하고 그
곳으로 달려갔다. “평범한 거리인데 여기에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혼자 투덜대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헤매다가 한참 만에 자라옹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라는 건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라옹 “: 이 무식한 놈... 명색이 디자인과 다녔다는 놈이 퐁피두도 모르냐!”
나 “: 난... 중퇴잖아...”
---「프랑스」 중에서

처음 한국에서 출발할 때 기대했던 자전거 유럽여행의 이미지는 한없이 여유가 넘쳤는데... 달리다가 쉬고 싶을 때는 언제든 자전거를 세워놓고 푸른 벌판에서, 우거진 나무 아래에서 휴식도 취하고... 하지만 현실은 시종일관 하늘 눈치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겐트를 출발할 때부터 거대한 먹구름이 엄청난 비를 쏟아부으며 내 꽁무니를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면서 풍경을 눈에 넣기는 커녕 버스정류장들간의 거리를 계산하느라 바빴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음 정류장이 빠를지 지나온 정류장이 빠를지 선택해서 재빨리 피해야만 했다.
---「벨기에」 중에서

돌아가는 길에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젤라또 매장을 찾아갔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매장에 들어서자 카운터에 있던 아가씨 표정이 굳어지며 날 경계하기 시작했다.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
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계속 내 팔을 흘낏 쳐다보곤 했다. 내가 한국에서 사온 암워머(팔토시)가 문신이 그려진 제품이었는데 그것을 보고 야쿠자 정도 되는 줄 알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기에 손가락으로 워머 끝을 잡고 쭈욱 잡아당겨 문신이 아님을 보여주자 갑자기 혼자 빵 터져서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매장 안의 다른 직원들까지 다 불러서 구경하라고 난리였다. 내가 빅 재미를 선사해줬지만 그렇다고 젤라또 양을 많이 주지는 않았다.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려고 하는데 직원이 오더니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유럽의 카페들은 앉아서 먹으면 자릿세가 따로 붙는다더니 젤라또 가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치사한 녀석들... 내가 그렇게 웃겨줬는데... 매정해...
---「이탈리아」중에서

어디 잘 만한 곳 없을까...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던 중 대형 실내주차장을 발견했다. 건물이 통째로 주차장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늦은 시각이라 주차된 차량은 총 3대! 관리인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주차장 외벽 아래에 자리를 깔고 텐트를 칠까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사람들 눈에 발각될 것 같아 구석구석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다 건물 모서리 끝부분에서 화장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비좁은데다 바닥도 더러워 도저히 누울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문을 닫고 옆 칸의 장애인 마크가 붙어 있는 문을 열어보았다. 헛! 장애인 화장실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지 냄새도 나지 않고 바닥은 깨끗하며 공간도 휠체어를 고려해 무척 넓었다. 한 번 더 주위를 살핀 후 화장실 안으로 자전거와 함께 들어갔다. 텐트를 칠 필요가 없으니 취침 준비도 수월했다. 곧바로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혹시라도 자다가 누가 들어오면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문고리에 신발끈을 묶어 손목에 연결시켜 두는 치밀함까지 놓치지 않았다. 만리타향의 공중화장실 바닥에 누워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탈리아」 중에서

못다 이룬 강태공의 꿈을 가진 자라옹은 또다시 바늘을 들고 선착장으로 나섰다. 미끼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근처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낚시꾼에게 다가갔다. 참... 구걸할 게 없어서 구더기를 구걸하다니...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구더기들을 가리키며 벌레를 좀 얻을 수 없냐고 부탁을 하자 그 낚시꾼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라옹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봐... 이건 낚시할 때 쓰는 거야... 먹는 게 아니야...” ㅋㅋㅋ 자라옹의 몰골이 벌레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생겼나 보다.
오해를 풀고 한 줌 얻어낸 구더기를 낚시 바늘에 꿰어 바다 속으로 던져 넣은 지 10여 분... 한국을 떠난 지 74일 만에... 낚시 바늘을 구입한 지 23일 만에 드디어... 믿기 힘들지만 자라옹이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오오오!! 모두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그런데 인증샷을 남기려고 보니 차마 생선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의 엄지손가락 만한 물고기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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