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9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426g | 128*188*30mm |
ISBN13 | 9791191803082 |
ISBN10 | 1191803082 |
발행일 | 2022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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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426g | 128*188*30mm |
ISBN13 | 9791191803082 |
ISBN10 | 1191803082 |
1부 내 안의 어떻게도 할 수 없게 차가운 어떤 것 6 2부 푸른 어둠 168 12월 20일 170 12월 21일 200 12월 22일 244 12월 23일 290 12월 24일 340 지은이의 말 380 옮긴이의 말 384 |
친구란 참 이상하다. 오랜 시간 만나 우정을 키웠다고 생각한 사람이 뒤통수를 칠 수도 있고, 만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곁에서 위안이 되고, 위로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친구라는 단어가 참 묘하다. 따뜻한 느낌과 감사한 느낌이 들면서도 때론 가까이하기 힘든 관계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상대를 친구라 생각하지만, 상대는 나를 친구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친구란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내 주변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 같은 사람이 존재하고, 곁에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와카타케 나나미다. 나나미는 직장을 그만두고 짧은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나나미가 열차에서 만난 화려하고 강한 인상의 ‘그녀’와 하루를 보내게 되고 집으로 돌아온 나나미는 열차의 그녀를 잊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고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받는다. 나나미는 얼떨결에 함께 보내자고 대답을 했고, 며칠 후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녀의 가족은 그녀가 자살 기도를 했고, 지금은 의식이 없다고 말한다. 전화 통화를 한 날 그녀가 보낸 수기가 나나미에게 도착한다. 수기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나나미는 하루를 같이 보낸 그녀를 위해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고 사건을 알아가기 시작하는데.. 나나미는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남자들의 직장생활도 힘들겠지만, 여자들의 직장생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하지만 승진이나 연봉 협상에 자유롭지 못하고, 사내 연애를 하게 되면 남자보다 더 눈치가 보인다. 나는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남의 말을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인지, 직장생활을 즐겁게, 재미있게 했다. 상사도 좋은 분이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걸로 인해, 일하는 것에 지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딘가에선 이런 일로 힘든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겠지? 더군다나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 그래서 누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넘치는 곳이라면 더욱.
결벽증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 한쪽에 결핍이 가득한, 그래서 타인을 결핍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 사람도 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진짜 자기 생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기에 진짜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의 잘못을 알지만 믿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또 다른 희생자가 있음을 안 사람도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처음부터 알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들과 큰 무리 없이 잔잔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잔잔하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친구라는 것도, 관계라는 것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것보다는 그 자체로 놔두는 것.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 사람에 집착하지 말 것.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자. ^^ 이 작가의 책은 ‘불온한 잠’을 읽었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얼마 전 일이다. 같이 근무를 서던 이가 나에게 물었다. 예전부터 친했던 이가 승진을 해 팀장, 과장이 되면 아무래도 예전과는 관계가 달라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시원스레 답하지 못했다. ‘친하다’의 정의가 무언지를 되묻고 싶었다. 과연 상대가 나를 아는지가 궁금했으며, 역으로 내가 그를 안다고 말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우린 서로에 대해 과연 무얼 알고 있는가! ‘나의 차가운 일상’이라 제목 붙은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당시가 떠올랐다. 이야기 자체도 오묘했지만, 사건의 중심에 본의 아니게 놓이고야 마는 주인공의 입장이 나로서는 이해하기 난해해서 그랬던 듯하다.
주인공 와카타게 나나미가 이치노세 다에코를 알게 된 건 우연과도 가깝다. 그 전까지 두 인물 사이에 왕래가 있었던 거 같진 않다. 회사를 관둔 주인공이 갑갑한 마음을 떨쳐내고자 떠난 여행, 다에코는 서슴없이 말을 건넸고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대화는 이어졌다. 거기까지였으면 딱 좋았을 텐데, 둘은 한동안 함께 도시를 거닐었으며, 급기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기로 약속까지 잡았다. 전화 통화를 통해 “관찰자, 실행자, 지배자”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이 말을 들을 무렵에는 별 의미 없었으나 다에코가 자살을 시도했다가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모든 건 어긋나고야 말았다. 찜찜했어도 나 같았으면 연을 끊었을 것 같다. 딱 한 차례, 그것도 의도하지 않았던 만남만이 있었을 뿐이므로 신경을 아니 쓴들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은 나와 달랐다. 유언과도 같은 ‘수기’가 도착해서 더더욱 발을 빼기 힘들었던 건지,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스스로 사건을 파헤치고자 작정하고 나섰다.
나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유독 외국인 이름을 낯설어 한다. 일본인도 마찬가지라, 수시로 앞 페이지를 펼쳐가며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저자는 이런 나를 시험에 들게 하려 작정이라도 한 듯 수시로 미심쩍은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하나하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괜찮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정보만으로 인물들을 파악해야 하는 나에게는 끊임없이 왜곡된 시선이 드리워졌다. 이게 다 ‘수기’ 덕분이었다. 다에코는 자신의 처지를 가감없이 글로 적었으며, 주인공으로서는 이를 통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겠다는 강력한 의도를 매순간 드러냈다. 신기하게도 인물들은 수기 속 등장인물과 닮은 구석이 조금씩은 있었다. 주인공의 의심하는 눈초리가 짙어질수록 나 역시도 불편한 심경을 감추기가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 난 주인공과 연합했고, 우리 사이에서 다에코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의 구현을 스스로 이룩하겠다는 강인한 동기가 마냥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건 아님을 깨달았다. 선이라고 믿었던 게 어쩌면 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저자는 나에게 심어주었으며, 친절하게도 주인공을 통해 나의 의심이 기괴한 게 아니라는 확신을 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졸지에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야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혐의를 벗어가는 과정이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매순간 올곧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주는 충격이 상당히 크기도 했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자체 수사가 이루어진 와중에도 계속해서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나에겐 마음의 짐처럼 작동했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수사에 나섰더라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더라면? 잇따른 희생을 막지 못한 채 무기력한 상태를 고수할 수밖에 없단 사실이 나로서는 심히 불편했다.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이제껏 내가 맺어온 많은 관계들 중 친구라고 언급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다에코 사건에 뛰어든 주인공의 시도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나의 차가운 일상 (2022년 초판)
저자 - 와카타케 나나미
역자 - 권영주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6500원
페이지 - 386p
이런 엄청난 작품이 이제서야 나오다니!
'와카타케 나나미'의 괴이한 일상 미스터리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쌍둥이 겪으로 출간된 [나의 차가운 일상]이 국내 초역이라는 것에 놀랐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들이 꽤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때문에 이제야 나왔을까? 무려 삼십년이 지나 이제서야 빛을 보다니. 작가의 팬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리라.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이후로 나온 작품이지만 [미스터리한 일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오히려 살인곰 서점의 히로인 '하무라 아키라'의 원형겪이랄까. 회사 회지를 편집하기 위해 작가를 찾던(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게 나나미'는 잠시 잊어도 좋다. [나의 차가운 일상]에 등장하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여탐정으로서 하드보일드의 진수를 선사한다.
단 한 번의 만남.
한 통의 전화.
그렇게 사건은 시작됐다.
기차안 우연한 계기로 말을 트게된 와카타케와 다에코는 짧은 대화를 끝으로 서로의 생활로 돌아간다. 이후로 잊고 있던 다에코에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함께 술을 마시자는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하지만 이브를 기다리던 와카타케에게 비보가 날아왔으니. 다에코가 자살기도를 하여 식물인간 상태라는 것. 와카타케는 확신한다. 다에코를 잘 모르지만 결코 자살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와카타케에게 소포 한통이 도착하고.....
소포 안에는 잔혹한 연쇄 독살범의 수기가 들어있었다.
친구의 섞연치 않은 죽음을 파헤치기 위한 여성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회사에 숨은 연쇄 독살범을 찾기 위해 위장 취업한 여성. 그리고 그녀가 맞닥뜨린 진실.
그리고 독자의 뒤통수를 후두려치는 반전....ㄷㄷㄷㄷㄷ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난 아주 제대로 속아넘어 갔다. ㅋ
확실히 1장의 반전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여기는 바. 이어지는 2장부터는 또다른 진실찾기가 시작되어 같은 책을 읽고 있음에도 두가지 중단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처럼 작가 자신을 작품속에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 작가의 성향을 어느정도 투영했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좀 더 몰입의 여지를 주는듯 하다. 도저히 일상스럽지 않은 처절한 일상 미스터리. 문장도 끝내주고 반전도 끝내주고 내용도 끝내주고 캐릭터까지 끝끝끝내준다. 살인곰 시리즈의 팬이라면 '하무라 아키라'의 전신을 절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