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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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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82g | 152*210*20mm
ISBN13 9788952246875
ISBN10 89522468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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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의 아버지인 엘모는 거대한 세인트버나드종으로서 판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사이였으며 벅은 당당히 아버지의 뒤를 물려받았다. 벅의 몸집은 아버지처럼 크지 않아 몸무게가 63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인 셰프가 스코틀랜드 셰퍼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벅이 영위하는 훌륭한 삶과, 남들로부터 받은 존경에서 비롯된 위엄이 그의 63킬로그램의 몸집에 더해져서 벅은 왕과 같은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벅은 강아지 시절부터 4년 동안 그야말로 귀족적인 생활을 누렸다. 벅은 자부심이 대단했으며 바깥 경험이 별로 없는 시골 신사가 흔히 그러하듯 약간 자기중심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벅은 결코 집이나 지키는 응석받이 개에 머물지 않았다. 벅은 사냥과 야외 활동을 즐긴 덕에 지방 없는 단단한 근육질을 자랑할 수 있었으며, 또한 물을 좋아해서 냉수마찰을 좋아하는 민족처럼 정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 p.11

벅이 이 모든 것을 경험을 통해서만 배운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죽어 있던 본능이 되살아난 것이다. 오랜 세대에 걸쳐 인간과 문명에 길들여지면서 축적되었던 것들은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벅은 희미하게 자기 종족의 저 오랜 젊은 시절, 야생 개들이 무리지어 숲속을 돌아다니며 짐승을 향해 뛰어들어 먹이를 구하던 시절을 기억해냈다. 그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이빨로 끊어내고 자르고 늑대처럼 먹이에 달려드는 법을 깨우쳤다. 그의 잊힌 선조들은 그런 식으로 싸웠다. 벅의 선조들은 벅의 내부에 잠재해 있던 옛 삶의 방식을 되살렸으며 그들이 혈통 속에 각인시켜 놓은 옛 기술들이 벅의 기술로 되살아났다. 벅은 마치 그가 그 기술을 늘 지니고 있었던 것처럼 별다른 노력이나 발견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 p.43~44

벅은 냉혹했다. 자비라는 것은 따뜻한 곳에서나 통하는 것이었다. 벅은 마지막 공격 자세를 취했다. 개들의 원은 그 숨결을 옆구리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개들은 스피츠의 뒤쪽과 양옆으로 당장이라도 달려들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곧장 뛰어들려는 듯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스피츠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정지된 것 같았다. 모두가 돌이라도 되어버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직 스피츠만이 눈앞에 임박한 죽음을 쫓아내려는 듯 주변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결국 벅이 달려들어 끝장을 냈다. 하지만 그는 스피츠를 물지 않고 어깨를 부딪쳐 그를 쓰러뜨리고 물러났다. 달빛이 흐르는 눈 위에서 어두운 원이 한 점으로 줄어들었고 그렇게 스피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벅은 그 자리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는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이 된 것이며 적을 죽이고 만족감에 젖어 있는 원시적인 야수가 된 것이다.
--- p.70~71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손턴은 그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그 이상이었다. 손턴은 가장 이상적인 주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의무감이나 사업상 이익을 위해 자신의 개들을 돌보았다. 하지만 손턴은 개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아꼈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그냥 자연스럽게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손턴은 개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하거나 격려의 말을 잊지 않고 건넸으며 개들 곁에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그는 그것을 ‘헛소리’라고 불렀다?그 시간은 개들뿐 아니라 그에게도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손턴은 가끔 두 손으로 벅의 머리를 움켜쥐고 자신의 머리를 벅의 머리에 기댄 채 좌우로 마구 흔들면서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벅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긴 욕설이었다.
--- p.119~120

분수령을 넘으니 반대편에 드넓은 숲이 펼쳐져 있고 여러 개울들이 흐르고 있는 평지가 나타났다. 둘은 이 평지를 몇 시간 동안 달리고 또 달렸다. 해가 점점 더 높이 떠올랐고 날은 따뜻해졌다. 벅은 미칠 듯 기뻤다. 그는 숲의 형제와 함께 ‘부름’이 왔음이 분명한 곳을 향해 달려가면서 마침내 자신이 그 ‘부름’에 응했음을 알았다. 오래된 기억들이 그에게 빠르게 다가오면서 마치 이전에 그 기억들이 아련한 그림자가 되어 물러나고 곧바로 현실에 뒤섞였듯 이번에는 반대로 벅은 그 기억들에 녹아들어 뒤섞였다. 그는 전에도, 아련하게 기억나는 ‘저 다른 곳’ 어디에선가 지금처럼 똑같이 달린 적이 있었다. 벅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다져지지 않은 땅을 밟으며, 저 넓은 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들고 탁 트인 광야를 자유롭게 달리고 있었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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