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은순 (purpleiris@channeli.net)
재미마주의 그림책들은 정성이 가득한 느낌을 줍니다. 뭐랄 까요... 그림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많이 의논하고 생각한 것을 어렴풋이 나마 짐작하게 합니다. 저는 재미마주에서 새로 나온 책을 보면 '이 책은 어떻게 해서 만들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재미마주의 새로운 그림책 '재미네골'은 옛이야기 선집의 첫 번째 것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제목 글씨는 굵은 붓글씨로 쓰여있는데, 꾸밈없이 소박하게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 조선족의 설화를 각색한 것으로 조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중국 길림성에 있는 마을이 무대입니다. 이 마을 이름이 왜 '재미네골'인가 하면요, 이 마을 사람들은 마음씨가 고와 서로 도우면서 재미나게 살았다고 하네요.
이 소문이 용왕에게 전해지자, 용궁 사신은 이 마을 사람 중 하나를 제물로 데려오라는 용왕의 명령을 받고 재미네골로 옵니다. 그런데 사신이 이 마을에 온 목적을 안 이 마을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제물로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사신을 난처하게 만듭니다. 급한 김에 사신은 처녀아이를 데리고 물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용왕은 하고많은 사람 중 앞날이 창창한 처녀아이가 오게된 이유를 묻습니다. 그 이유를 듣고 감동한 용왕은 그 처녀아이를 제물로 삼기는커녕 금은보화를 주어 마을로 도로 보내지요. 그 처녀아이는 용왕이 준 보물을 혼자 가지지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고, 그 일이 있은 후 그 마을은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아 '재미네골'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답니다,그려... 정말 꿈같은 이야기죠.
그림책을 보면 글과 그림의 화풍이 잘 어울리는 것이 있고, 따로 노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 경우는 물론 이야기와 그림이 잘 어울리는 경우입니다. 능숙한 붓 놀림과 책 전체에 사용된 흙빛이 이야기를 한층 살아나게 합니다. 특히 멋진 부분은 용궁 사신이 처녀아이를 데리고 용궁으로 헤엄쳐 가는 그림입니다. 외국 동화에서 볼 수 없는 신비로움과 어떻게 보면 마치 날이 어둑어둑할 때 깊은 숲 속에 들어온 듯한 약간 긴장된 느낌과 동시에 호기심을 일으킵니다. 뿐만 아니라, 바위와 나무들을 보면 붓끝에 실린 힘이 세게, 때로는 스치듯이 지나가 질감이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등장인물을 볼까요?
처음엔 마을의 우두머리인 부락장이 기다란 지팡이를 들고 나타납니다.(부락이란 표현은 '마을'을 일제가 낮춰 부르게 한 말인데, 왜 '부락'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름다운 우리말 찾아쓰기 사전/한길사'에도 보면, 일본말. 일본식 한자말이라는 표시와 함께 '마을', '동네', '고장'이 우리말이라고 되있거든요.) 그리고 목수, 대장장이, 토기장이, 농부, 아낙네 그리고 처녀아이가 나와요. 이들은 자신의 역할 보다 다른 사람의 역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끝까지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뒷면지에 하나하나 소개되있는 물건들인데요, 용궁 샘물 병에서 보퉁이까지 모두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것들입니다. 그 물건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재미마주 책을 유심히 본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뒷 표지를 보면 006이란 번호와 함께 조그만 게가 그려져 있어요. 재미마주 책에는 이렇게 번호와 함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살짝 들어가 있어요. 언젠가 이 그림들에 대해 궁금해서 여쭈었더니, 재미마주 사람들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살짝 넣었다고 합니다. 정말 재미난 발상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