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이는 자신의 배꼽에 달린 주머니를 경멸했다. 감정이 사라진 모습은 마네킹과 비슷했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했고, 지난 일의 기억으로 지칠 대로 지친 몸일지언데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쉬지 않고 분출했다. 정신분열의 기미까지 더해졌다. 지윤이는 아무도 없는 건너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가장 갈망하는 누군가를 보호적 차원으로 만들어내며 생기는 심각한 상태였다. 자신이 만들어낸 대상 이외에는 누구의 접근도 꺼렸다. 지윤이는 여성마저도 경계의 대상으로 삼았다. --- p. 81
지윤엄마는 지윤아빠의 입장이 되어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그놈이 울타리를 넘기 전, 분명 그이는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매일매일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매상에 우리의 미래의 행복도 탄탄해진다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상황에서 그이는 의미 없는 손님들을 받고, 의미 없는 돈을 벌며 그 무엇의 행복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처럼 쓸데없는 공상 속에 힘들어하며 하루하루를 원망과 분노로 보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윤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이 무거운 짐을 어찌 감당했을까? 그래서였을까? 스스로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했던 이유가. --- p. 134
“험한 일을 당했다, 그래요.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의 부주의가 지윤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달라진 건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여전히 우리는 함께 여행을 다닐 겁니다. 여전히 우리는 함께 TV를 볼 테고, 여전히 우리 가족은 함께 웃을 겁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입니다. 당신들이 누리는 당연한 것들, 우리도 다시 찾을 겁니다. 달라진 건 없어요. 그것을 이해 못 하시는 겁니까? 부모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하시겠어요? 물론 자기 아이에 대한 걱정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부정적인 시선으로 지윤이를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이들일까요? 아이들은 지윤이를 좋은 친구로 생각합니다. 그 선을 그어버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 지독함을 알려주는 것은 바로 우리 부모라는 사실이 믿기시나요? 우리가 지금 순수한 아이들에게 편견을 교육합니다. 지금 우리는…….” 도라에몽이 말을 하다 멈췄다. 조금씩 목소리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급하게 복도에 놓고 온 헬륨가스통으로 향하려는 순간, 그녀에게 안겨 있던 지윤이가 도라에몽을 붙잡았다. 지윤이가 훌쩍거리며 이 분위기가 무서운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집에 가자.” 모두가 침묵했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지윤엄마도, 도라에몽도 마찬가지였다. 침묵 속에 지윤이가 도라에몽을 잡은 손을 다시 흔들며 말했다. “아빠, 집에 가자.”
한 아이의 아빠로 소설을 읽었다. 초반부터 분통 터지는 마음을 이겨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나는 지윤아빠라는, 지윤엄마라는 존재를 담은 이 소설이 성서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면……. - 고창석 (영화배우, 연극배우)
소설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 소중했다. 글을 읽는 내내 분노와 눈물, 감동, 기쁨, 슬픔의 감정이 함께 공존했다. 감성의 마법사? 사람의 감정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이 소설은 묘한 마력을 갖고 있다. 이 소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 김경호 (가수)
소설을 읽으며 생각했다. 음악이었더라면? 아! 이 음악은 그 누가 부르더라도 멋진 곡으로 사람들에게 남을 수 있겠다!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한 사람으로, 예술이라는 순수를 동행하는 작곡가로 살아가는 이 삶을 누군가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행복의 조건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 윤일상 (작곡가)
우울한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재원 작가 특유의 문체와 구성은 나에게 눈물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희망적 메시지를 주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 임주환 (연기자)
작가는 가장 고결한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다. 아! 어찌 이 아름다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강유미 (개그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