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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외

귀향 외

[ 리커버 개정판 ] 책세상 문학의 세계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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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소설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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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10쪽 | 246g | 128*205*20mm
ISBN13 9791159318641
ISBN10 1159318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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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노프는 눈을 감았다. 기진맥진해서 넘어지는 아이들을 더 이상은 애처로워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 순간 갑자기 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의 내부에 갇혀 평생을 힘겹게 뛰고 있던 심장이 그의 전신을 뜨거움과 전율로 휘감으며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듯했다. 갑자기 그가 예전에 알던 모든 것이 좀더 정확히 그리고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의 이기심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라는 울타리 속에서 바라봤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타인의 삶이 열린 가슴을 통해 다가왔다.
---「귀향」중에서

“너를 잘 보살펴달라고 하더라. 또 그쪽 일이 끝나면 돌아오던가, 아니면 너를 그쪽으로 부르겠다고 하더라.”
“무슨 일 말인가요?” 프로샤가 물었다.
“모르겠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잘 알고 있다던데. 공산주의나 뭐 그런 거겠지.”
프로샤는 자기 방으로 들어와 창틀에 배를 대고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얘야!” 그녀가 소년을 불렀다. “이리 들어와!” (...) 프로는 잠옷 차림으로 거실 한가운데 혼자 서 있었다. 그녀는 꼬마 손님을 기다리며 미소를 지었다. “표도르, 잘 가요!”
그녀는 아마도 어리석은 여자여서 그녀의 인생을 돈으로 환산하면, 아마도 2코페이카밖에 안 되고,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거나 보살펴줄 가치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2코페이카를 2루블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그녀뿐일 것이다.
“표도르, 잘가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꼬마 손님이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그녀는 소년을 방으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의 손을 잡고 바닥에 앉아 그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소년이 표도르가 그녀에게 언젠가 정겹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 바로 그 인류人類일 것이다.
---「프로」중에서

나는 지금 꿈속에서 그녀의 남편인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무사하고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니키타가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옆에서 자고 있다는 생각에 편안해진 니키타는 잠시 잠이 들었다가 이내 다시 눈을 떴다. 류바는 조심스럽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그녀는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고통을 억누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니키타는 고개를 돌려 이불 아래 불쌍하게 몸을 웅크린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류바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니키타는 침묵을 지켰다. 슬픔이 다 진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슬픔 가운데는 심장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지고 난 뒤 긴 망각의 시간을 보내거나 일상의 생활고에 마음이 산만해져야 잊혀지는 그런 슬픔이 있는 것이다. 새벽이 되어서야 류바는 울음을 그쳤다. 니키타는 잠시 기다렸다가 이불 끝자락을 들어올려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눈가에 말라버린 눈물 자국이 보였다. 그녀는 이제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포투단강」중에서

그는 이제 자기 자신조차 잘 느끼지 못했고, 머릿속에 우연히 떠오르는 것들만을 조금씩 생각했다. 가을이 올 무렵이면 그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주변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 움직임에 대해 어떠한 관념도 갖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이곳에서 그는 지知의 결핍 속에 아무런 기억도, 아무런 느낌도 없이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고향의 온기를 느꼈고 죽음과도 같은 슬픔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유치장에서 나온 뒤 하지가 지나자 밤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니키타가 규정대로 화장실 문을 잠그려고 할 때 거기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이, 잠깐만 기다리게! 여기서 뭐 훔쳐갈 거라도 있단 말인가?”
니키타는 그 사람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다름 아닌 아버지가 빈 보따리를 겨드랑이 밑에 끼고 나오는 것이었다.
---「포투단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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