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런 ‘타협하는’ 마음으로 잘 살다가도 울컥울컥 다른 감정, 다른 마음이 밀려온다는 데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할 용기, 모두가 아니라고 말해도 고집스럽게 밀고 나아가려는 열의 같은 거 말이다. (…) 이 책은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마음을 지켜낸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만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철학자’라고 부른다. 사실 철학자라는, 꽤 거창해 보이는 단어의 이면에는 불완전한 인간이 있다. 이들 역시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와 똑같이 실수하고, 불안해하며, 후회하고, 아파했다. 다만 꼭 필요한 순간, 그들은 우리와 달리 용기를 발휘하여 물러서지 않았을 뿐이다.
---「프롤로그」중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알고 있다.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한 번도 증명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검은 백조를 발견한 순간, 기존의 모든 ‘답’은 무너지고 당신이 증명한 새로운 ‘명제’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모두 포기하고 싶은 충동, 남들의 기준과 기호에 맞춰 마음 편히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견디는 것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지만 말이다. 검은 백조는 분명 있다. 윤기 나는 깃털을 꼭꼭 숨긴 채, 당신이 새로운 길을 뚫고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며 말이다.
---「검은 백조는 분명 있다 _ 포퍼」중에서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섯 가지가 있다고 믿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인간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신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둘. 죽은 뒤를 걱정하지 말아라.
셋. 사랑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해라.
넷. 정치를 멀리해라.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 인간이 가져야 할 물질적인 것들은 매우 적음을 깨달아라.
다섯. 고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라.
여섯. 사람들이 믿을 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라.
어떤가. 시대의 변화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 우리에게 와닿는 내용이 많지 않나? 에피쿠로스와 그의 학파는 철학이 단순히 이론을 만들고 사유하는 과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철학이 사람들에게 ‘실천적 지혜’로 활용되기를 바랐다. 현재를 긍정했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두려움을 멀리했다.
---「행복의 시점 _ 에피쿠로스」중에서
노자는 이런 시대를 직접 겪으며 생각했던 듯하다. ‘세상을 이처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라고 말이다. 노자가 만약 지금 되살아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자신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여전히 혼란한 시대 상황, 그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다. 그는 우리를 보며 이런 조언을 할지도 모르겠다. “잠깐만 내려놓고 지내보는 건 어떻습니까? 너무 바쁘고 지쳐 보여서 무어라 조언도 못 하겠고 제안도 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흘러가는 건 흘러가도록 놔둬봅시다. 그런다고 세상 끝나는 거 아니지 않나요?”라고 말이다.
---「비어 있어야 생기는 쓰임 _ 노자」중에서
그렇다면 로캉탱, 아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기꺼이 선택하고, 상처받고, 아파하라. 그리고 또다시 선택하라. 그것이 인간인 당신에게 부여된 특권이자, 당신이 당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삶에는 선택하지 않아 후회했던 것들투성이다. 시험이 다가올 때마다 미리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으며, 이별의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고, 조금 더 선한 삶을 살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했다. (…) 만약 지금 당신도 망설이고 있다면, 조금만 용기 내어 ‘선택’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 아니 결과까지 아프더라도 최소한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후회하지는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나의 미래를 선택한다 _ 사르트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