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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너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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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52g | 128*188*20mm
ISBN13 9791192579153
ISBN10 11925791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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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세계는 이 세계에서는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의 세계야. 그러니 아이의 용기는 반드시 어딘가의 세계에서 보답받고 있을 거야. 다른 세계에서 맺어진 아이도 같은 아이야. 그건 즉 아이의 고백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 p.15

“고요미.”
맨 처음엔 그것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연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나는 쭉 혼자서 등하교를 하고 있었고, 학교 행사가 있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는 당연하다는 듯 성인 ‘다카사키’로 불렸다. 방과 후에 아무 용건도 없이 친하지도 않은 여학생에게 갑자기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내 고등학교 생활에서는 일어날 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귀에 들어온 그 말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잡담의 일부라고 판단하고 가방을 가지고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내 팔을 붙잡자 무시할 수 없었다. 내심 상당히 놀라면서 돌아보았다.
“고요미, 왜 무시하는 거야?”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 팔을 잡고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은 반 친구인 다키가와 가즈네였던가 하는 아이였다. 까만 긴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묶고 안경을 쓴 여학생. 성적이 우수한 A반 안에서도 늘 1등을 유지하는 우등생으로 내가 사퇴한 신입생 총대표 역할을 받아들인 학생이기도 했다.
--- pp.78~79

예를 들어 0의 세계에서 책장 제일 위 서랍에 지우개를 넣어뒀다고 하자. 그걸 사용하려고 서랍을 열었는데 어째서인지 그곳에 없다. 어라 이상하다, 확실히 이곳에 넣어뒀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번째 서랍을 열어봤더니 그곳에 지우개가 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사용한다……. 그건 지우개를 넣어둔 후에 가까운 평행세계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그 세계가 두 번째 서랍에 지우개를 넣은 세계였다는 거다. 이러한 평행세계 이동을 ‘패러렐 시프트’라고 부른다. 지금은 착각이나 건망증의 원인 대부분이 이것 때문이 아닌가 여긴다.
--- p.92

솔직히 말하자. 나는 아직 이 사건이 끝나길 바라지 않았다.
“왜?”
천천히 돌아보았다. 다키가와는 내 쪽을 보지 않고 이미 텅 빈 잔의 빨대를 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너 일단 다카사키 고요미인 거지?”
일단이고 뭐고 나한테 있어서는 나야말로 다카사키 고요미다.
“응. 그런데?”
“그럼 고요미가 하는 생각을 알겠네?”
“……내가 생각하는 거라면 알지만.”
“넌 다카사키 고요미잖아.”
“응, 뭐어…… 일단 그렇지.”
스스로 일단이라고 말하고 말았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 알려줘. 고요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이대로는 머지않아 헤어질지도 몰라…….”
그건 무척이나 이상한 상담이었다. 평행세계의 자신의 연인이 평행세계의 자신과 잘되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런 걸 어떻게 조언해야 한단 말인가. 이 세계의 나한테는 여자 친구가 생긴 적조차 없는데 말이다.
--- pp.94~95

픽션 속 존재이기만 했던 이 개념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도 당연히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두고 가차 없이 변해갔다. 변혁을 받아들인 혹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새로운 세상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세계는 당연하게도 하나의 거대한 의문점에 부딪치게 되었다.

즉, 평행세계의 자신은 자신이 맞을까?
--- p.140

문득 가즈네가 자신의 IP 단말기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말을 멈추었다.
“왜 그래?”
내 물음에 아무 말 없이 단말기를 보여주었다. 수치는 어느새 000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 잘 다녀왔어?”
“잘 다녀왔어. 역시 전혀 눈치 못 채겠네.”
눈으로 봐도, 대화 내용을 되짚어 봐도 대체 언제 가즈네가 돌아왔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분명 옆 세계에서는 가즈네가 아주 조금 다른 장소에 캔을 놓아뒀을 테다. 언제 돌아왔는지는 모르지만 가즈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역시 거의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뜻이다. 근거리 패러렐 시프트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사소한 실수를 조금씩 유발시킨다.
--- p.161

“……확률로 따졌을 때 1퍼센트의 꽝을 두려워해서 99퍼센트의 당첨 기회를 버리는 건 엄청 아까운 일이라고…….”
“그러니까 그건! 당신이 꽝을 뽑은 적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소리라고!”
가즈네의 양손이 내 목덜미를 세게 졸랐다. 나를 ‘당신’이라고 부른 가즈네의 안경 너머로 눈동자에서 흘러넘치는 눈물을 보았다. 양쪽 눈은 마치 절망을 본 것처럼 어둠을 띠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하다. 어째서 가즈네는 이렇게까지 1퍼센트의 꽝을 두려워하는 걸까?
--- pp.22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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