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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요리

그럴수록 요리

: 슬퍼도 배는 고프고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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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14g | 125*188*20mm
ISBN13 9791197157264
ISBN10 1197157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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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칼럼 쓰는 일과 뮤지션 일을 계속하면서 미미했지만 안정된 수입을 위해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왜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하느냐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보잘것없는 자존심과 남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기대를 버리기 위해서는 손발을 움직여 일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새 너무 흔들려 존재조차 위태로워진 ‘인생의 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 p.18

더는 누구를 먹여 살릴 일 없는 자유 속에서 나는 매일 내가 먹을 것을 즐겁게 만든다. 갓 삶은 뜨거운 감자 껍질을 물에 손가락을 살짝 담궈가며 벗긴다. 감자의 열로 숨이 죽은 양파의 풍부한 향을 음미하며 재빨리 버터를 섞는다. 나는 이런 평범하고 간소한 생활의 반복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마음속 깊은 호수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하찮다고 생각했던 어두운 시간 동안에는 물건도, 거리도, 다른 사람의 배려도, 나 자신도 무엇 하나 사랑이 없었다. 아침 해가 뜨고 괭이갈매기가 우는, 사랑하는 고양이 세 마리가 평온하게 누워있는 이 집에서 나는 오늘도 부엌에 선다.
--- p.23

머리를 비우고 양배추를 숭덩숭덩 썰어서 냄비에 꾹꾹 눌러 담는다. 수면 부족으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로 수프를 만들다 요리하기를 좋아했던 작가 단 가즈오의 요리 에세이 《단 가즈오식 쿠킹》의 통쾌한 레시피가 떠올랐다. “이런 건 적당히 집어넣으면 돼요.” 그래, 이 말대로다. 항상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만들 시간이 없다고 제대로 먹지 않으면 몸은 쇠약해지고 마음도 덩달아 휩쓸리고 만다.
--- p.43

당시 엄마는 말기 암 환자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매일 병원에 다니면서 내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쓰러지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로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엄마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우선은 목숨을 구하는 일만 생각하고 나중 일은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의연하게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를 돕겠다는 학생 몇 명과 함께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너무 앙상하고 작아서 틀림없이 새끼 고양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당히 나이가 많은 암컷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빈사 상태의 나이 많은 고양이를 양팔로 끌어안게 되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 병원에서 묻자 무심결에 나는 “이오… 네코자와 이오로 할게요”라고 대답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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