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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아름다움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슬픔과 아름다움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 양장 ] ARCADE-0016이동
전병준 | 파란 | 2022년 10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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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8쪽 | 424g | 138*210*20mm
ISBN13 9791191897272
ISBN10 119189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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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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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은 글들을 쓰는 동안 아마도 나는 인간의 필멸성이라는 주제에 관해 자주 골몰했던 것 같다. 나서 자라 결국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왜 그리 많은 번뇌에 시달리고, 증오와 질투와 시기 같은 것들로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걸까. 언제라도 죽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영원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마음을 움직여 그리도 많은 일들을 벌이게 했겠지. 때로는 자부심이 때로는 허탈함이 찾아왔겠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이 새로운 욕망으로 이끌었겠지.

마냥 글 읽기가 좋고, 재미난 이야기 듣는 게 좋아 문학을 업으로 삼게 된 이후 끊길 듯, 끊길 듯하면서도 글쓰기를 계속 이어 왔던 건 아마도 필멸성에 대한 깨침과 순응과 거부가 번갈아 가며 내게 깃들었기 때문일 게다.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이 좀 더 나은 글쓰기와 좀 더 좋은 글 읽기로 이어졌고, 그래서 열심히 책을 읽는 만큼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했다. 읽는 만큼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어서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놓고 보니 소박하다 싶기도 하다.

발터 벤야민의 “신념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인생이 공허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구절을 주문처럼 되뇌며 공허함과 더불어 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공허함이라는 절대무(絶大無)를 당해 낼 재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했고, 절망했다. 어쩌면 그 좌절과 절망이 글의 행간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좌절과 절망 속에서 슬픔을 느꼈을 테고, 또 슬픈 만큼 아름다움에 대한 간절한 소망도 싹 텄을 것이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고 한 김수영의 말처럼(「봄밤」) 위대한 업적을 바라지 말고, 바라지 말자는 마음도 버리고, 버리겠다는 마음도 잊고 한동안 지내 볼까 한다.
---「책머리에」중에서

슬픔과 아름다움은 우리 삶을 심연에서 지탱하고 있는 두 기둥이다. 슬픔은 아름다움으로 길을 내고, 아름다움은 슬픔을 끊임없이 다시 해석하게 하는 바탕이자 근거이다. 슬픔과 아름다움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변주되는 것, 곧 슬픔과 아름다움의 론도가 우리의 삶이다. 그러니 슬픔과 아름다움은 우리 삶을 움직이게 하는 고통스러운 축복이며 선물이 아닌가. 슬픔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그리고 아름다움을 어떻게 새로이 만들어 낼 것인가. 이것이 우리에게 남은 일이다.
---「슬픔과 아름다움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중에서

오래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버리는 데서 시작할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이 거리에 뿌리박을 것, 불굴의 의지를 지니되 우정을 지닐 것. 그리하여 “고통과 폭력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랑이 될 것. 그럼에도 기존의 체제에 대해서는 비타협의 자세를 유지하며 긴장할 것.
---「참으로 중요한 것은 비타협을 유지하는 일이다」중에서

희망과 용기는 누군가 우리에게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우리 안에 있다는 믿음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희망과 용기에 대한 믿음이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것이다. 새로운 빙하기를 건너기 위해서는 희망과 용기가 한층 더 견고해져야 한다. 그 견고함이 어둡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비추는 등불이 될 것이다. 오래전 우리에게 도착한 한 편지에 대해 이제 우리가 응답해야 할 때이다.
---「새로운 빙하기를 건너는 법」중에서

시와 사유는 폐기 처분되어 무대의 전면에서 쫓겨난 지 오래이다. 제 이름과 제 장소를 빼앗긴 채 사막에서 유형을 이어 나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오래전 스스로 사막으로 유배를 떠난 시인이 있지 않았던가. 파리 코뮌을 유일하게 찬양하면서도 모더니즘의 미학을 이끈 랭보. 어쩌면 미래를 상속해야 할 우리의 임무는, 시학과 정치학과 혁명을 결합해야 할 우리의 과제는 그의 행보에서 이정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시와 사유를 창안하라」중에서

쓴다는 행위는 곧 읽는 행위이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쓴다는 것은 읽는다는 것을 이미 전제하는 것이고, 그래서 타자를 읽는 행위이다. 내 안에 침투해 있는 타자를 깨치고, 나의 밖에 있는 타자를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쓰기인 까닭이다. 지혜를 사랑하는 자로서 시인은 쓴다는 것이 “동굴을 지나가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동굴 밖 밝은 빛을 경험하고 다시 동굴 속 어둠 속으로 돌아가는 철인(哲人)의 길을 시인도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둠에 속박된 어리석은 이들을 계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어둠을 바꾸기 위해서이다. 밝음은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자신의 눈을 찌름으로써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기를 감행한 오이디푸스처럼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는 뼈아픈 고통과 슬픔을 짊어질 희망을 지녀야 한다. 오직 그때에만 고통과 슬픔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시인이 실천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고통과 함께, 고통을 넘어 시 쓰기 혹은 사유하기」중에서

희망은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절망과 좌절만이 있는 시대에도 시는 쓰일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앞선 세대의 시인들이 자유로이 그들 자신만의 화법을 만들기 위해 고투했다면, 2010년대의 시인들은 그들의 시대가 도저히 희망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였던 까닭에 생존하는 법을 먼저 익히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근원적인 고독과 단절을 뼈아프게 느끼며 시를 써야 했기에 그들의 시에는 무심하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홀로 있음은 더불어 있음을 향한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홀로 존재할 수밖에 없고, 홀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삶은 고독한 것이지만, 그런 고독함이 타인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약속이다. 황인찬과 송승언은 고독과 단절 속에서 시적 여정을 시작한 까닭에 그들의 시는 세계에 무심한 듯, 그리고 타인에게 냉소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이 절망의 시대를 건너기 위한 그들의 시적 전략이 아니었을까. 처참하고 참혹한 비극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던 까닭에 냉소적 이성과 차가운 열정이 그들에게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와 시를 위하여」중에서

내일을 저당 잡힌 채 새로운 희망을 만들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와 만남을 사유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의 비극이다. 경제적 성과를 최우선하는 자본주의적 사고나 효율을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 때문에 개인은 자신만의 안위와 행복에만 치중하게 되었다. 한층 강화되는 경쟁에 내몰려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나와 관련되는 것뿐, 그 이외에 대한 관심은 사치와 낭비로 여기게 된 것이다. 급속도로 진행된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해 개인은 파편화되었고, 공통의 가치는 의문에 부쳐지게 된 상황, 환전 가능성을 지닌 것만 가치를 인정받고 다른 것은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는 상황, 눈앞의 것만 중요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무시되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이 가능한가.

그러나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이야말로 새로운 희망에 대한 가능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희망이란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절망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희망이란 희망 없는 곳에서야말로 제 가치를 지닌다. 사랑이 종말을 가한 시대, 이러한 시대야말로 새로운 사랑을 발명해야 할 때이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어떻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고안하고 타자와의 만남으로서 사랑을 발명할 것인가. 내일은 보이지 않고 사랑은 자취를 감춘 곳에서 어떻게 내일을 ‘지금, 여기’에 가능하게 하고, 또 새로이 사랑에 대한 사유를 시작할 것인가.
---「사이, 관계 그리고 그 너머」중에서

김언은 끊임없이 언어에 대한 물음을 던졌고 그 기록을 우리에게 남겨 놓았다. 어떨 때는 그것이 기존의 체계로 환원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어떨 때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그의 시적 지향은 기존의 언어가 실패하는 곳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모조리 실패”하고 그 이상의 어떤 것, 곧 “다른 문장”을 발견하여 만드는 것인 까닭에 새로운 언어적 기원을 찾고, 다양한 문장을 통한 실험을 이어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것들로 한정될 수 없는 어떤 지점에 가닿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내일의 시를 이미 써 두었고, 어제의 시를 새로 고쳐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란, 어떤 면에서는 전미래적으로 이미 오래전에 써 두었던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유사하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시란, 어제의 시를 끊임없이 새로이 고쳐 쓰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처음은 아직 쓰이지 않았고, 언제나 새로 써야 할 것으로 남아 있다」중에서

감정이입, 혹은 공감으로 번역되는 독일어 ‘Einfuhlung’은 공감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지적하듯, 안으로(ein) 들어가서 느낀다(fuhlen)라고 풀 수 있다. 누군가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느끼고, 그럼으로써 그와 동일한 상태에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이입과 공감에는 미묘한 과정이 있는 것 같다. 공감이란 우선 말 그대로 같이(共) 느낌(感)이니 느끼는 주체와 느껴지는 대상의 존재를 동시에 상정한다. 어떤 주체가 다른 주체를 대상으로 느끼며 적극적으로 같이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단지 주체의 능동적인 활동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체의 활동에 감화되어 움직이는 수동적인 과정도 동시에 있다. 그런 까닭에 공감에는 능동적 과정과 수동적 과정이 함께 얽혀 있다고 해야겠다. 또한 그것은 과정이며 결과이기도 하다. 어떤 촉발을 통해 주체는 자신의 공감 대상과 같이 울고 웃는다. 이러한 감정의 움직임이 과정이나 결과, 어느 하나로 환원되기는 힘들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정이며 결과이고, 결과이며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감정이입과 공감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능동과 수동이 함께 얽혀 있고, 과정과 결과가 서로 엮여 있는 작용/현상이며 동시에 운동/사건이라고 말이다.
---「시적 공감의 두 양태」중에서

모든 것이 논리적 질서 안에서 조화를 유지할 때 세계는 평화롭다. 그러나 거기에 새로운 가능성은 없다. 기존의 법과 질서에 균열이 생길 때 비로소 시가, 사랑이 발생한다. 정해진 시와 사랑이 아니라 다른 시와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영재가 말하는, “우리가 연 가능성”이다. 우리가 연 가능성이 앞으로 우리가 열어 나갈 새로운 시와 사랑의 가능성이 된다.
---「시를 새로이, 무대 위에 올리기」중에서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멜빌의 이야기는 도저히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고래를 잡으려는 한 선장의 탐험담이자 복수극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탐험과 복수를 넘어선다. 결국에는 죽음으로 끝날 터이지만 안간힘을 다해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처럼 뱃사람의 행동에도 자신의 존재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도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었더냐, 그렇다면 다시 한번’을 외치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자의 강인한 용기가 여기에 작용하는 것이다. 한계에 대한 깨침이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용기로 이어지게 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새로운 욕망에로 끊임없이 자신을 개방하는 이의 행로는 어떤 것이 될까. 늙어서도 영원히 젊은 고래의 도약처럼 운명을 긍정하는 이의 움직임에는 경계와 한계가 없을 것이다.
---「환멸과 동경」중에서

하이데거는 횔덜린을 따라 궁핍한 시대를, 떠나 버린 신들과 도래하는 신 사이의 시대로, 이중의 결함과 무(無) 가운데 놓여 있는 시대로 여겼다. 신적이고 신성한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아직은 오지 않은 위기를 자기 시대의 특징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 또한 자란다고 했던 이도 하이데거-횔덜린이 아니었던가. 지나간 것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도래할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이중 결핍의 시대, 물질적인 풍요는 하늘을 찌르고, 정신적 공허함은 바닥을 뚫을 정도의 시대,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하는 표피적인 문화가 창궐하고 정신적 성숙과 고양을 견인할 심층의 문화는 자취를 감추어 가는 시대. 여기서 시란 어떤 일을 떠맡을 수 있는가. 그리고 시인은, 이 궁핍한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맹문재의 늦은 듯하지만 둔중한 물음을 듣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다. 그것은 그의 시가 요즘 한국 시단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것처럼 여겨져서이고, 또 그래서 그의 시가 이미 지난 연대의 어떤 특성과 닿아 있는 듯 여겨져서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까닭에 시라는 장르의 존재론적 지위를 근본에서부터 묻고 있는 것이 그의 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궁핍한 시대에 무엇을 위한 시와 시인인가」중에서

가고 옴 사이에, 나고 나이 듦 사이에 무어 그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거기에 무시할 수 없는 내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앞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나이 먹고 늙어 왔다. 그래서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가 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지랑이 하늘하늘 오르는 봄”에 “미움 없이/인사를 보내”는 행동에는 기원에 대한 동경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를 예비하는 강인한 힘이 내재해 있다. 시인이 이 시를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것은, 일찍 여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그러한 무의식의 원형으로부터 이제 벗어나려는 발걸음을 내디뎠음을 드러내기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이 쉽지 않은 결단이 전윤호 시의 앞날을 비추리라고 예상한다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 전윤호는 이제 다시 자신의 새로운 시학의 뿌리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고 있다.
---「시적 낭만주의의 한 행로」중에서

김언의 시를 읽으며 내도록 드는 질문은 이것이다.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시인이 언어의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언어를 매개로 하는 예술가가 자신의 도구인 언어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탐구하지 않을 수 없을 터, 그런 까닭에 진정한 시인이라면 누구나 언어를 문제 삼고, 언어를 자신의 문학적 재판정에 소환할 수밖에 없었음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러한 물음은 김언이라는 한 시인만이 제기하는 물음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한 시인들이 끊임없이 제기한 물음과 연장선에 있다 해야겠으나 김언이 시적 여정을 시작할 무렵부터 최근까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을 한시도 내버려 두지 않고 끊임없이 갱신해 왔음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물음을 던지며 그는 비로소 비중 있는 시인으로 탄생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지형은 언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그에 대한 치열한 탐구에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언어의 성배를 수호하는 기사의 편력」중에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와 [명왕성 되다]와 [벌레 신화]를 펴내는 동안 이재훈은 기원에 대한 동경과 ‘지금, 이곳’에 대한 성찰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느라 온갖 고투를 마다하지 않았다. 동경이 과거와 미래로 향하고 성찰은 오늘의 현실로 침투하기 마련이니, 동경과 성찰 사이, 그 광막한 사이를 비틀거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나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주유하느라 얼마나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을 것이며, 발 딛고 선 대지의 허약함에 얼마나 위태로움을 느껴야 했을 것인가. 동경이 큰 만큼 성찰은 자신이 디딘 발밑의 지반을 허물기에 충분하고, 성찰이 튼튼한 만큼 동경이 쏘아 올리는 화살은 더 멀리 가닿기 마련이다. 그러니 동경과 성찰은 서로를 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한 실체의 두 양태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겠다.
---「먼 곳을 꿈꾸는 이의 운명」중에서

시인과 독자는 가장 멀리 있는 곳에서 서로 이웃한다. 시인도 나를 모르고, 나는 더욱 시인을 모르니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한 타자이다. 그러나 시인은 고독한 자이며, 그의 시를 읽는 우리도 고독한 자임은 마찬가지이다. 가장 고독한 순간에 시인은 시를 쓰고, 독자는 시를 읽는다. 시라는 매개를 통해 가장 멀리에서 가장 고독한 순간에 만난다. 시인과 철학자가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서로 이웃하듯 시인과 독자는 가장 멀리서 가장 고독한 순간에 서로 이웃한다. 시인의 시를 읽기 위해 독자는 가장 낮고 외롭고 쓸쓸하게 되어 가며 시인의 시를 읽어야 한다. 가장 고독한 순간에서야 비로소 시가 우리에게 말을 잠깐 건네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러한 말함과 들음을 주고받으며 잠깐이나마 서로 함께 있음을 느끼며 새로운 함께 있음을 꿈꾸기 시작한다. 새로운 시작이 우리 사이에, “맨 처음의 나와 마지막의 나/사이에”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에” 있다.
---「이민하 시를 읽는 한 가지 방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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