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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86g | 134*200*14mm
ISBN13 9791165346447
ISBN10 116534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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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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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인스타그램 DM이 또 와 있었다. ‘끈질긴 놈들이군.’ 하고 생각하며 DM을 확인했다.
[이상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나요?] 나는 고개를 돌려 방을 둘러보았다. 창문은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천장에도 카메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맥도날드 종업원의 말이 떠올랐다.
‘눈 주변이 까만데요?’ 방 안에 있는 탁상 거울을 들어 눈 주변을 다시 보았다.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내 눈 아래에 있는 것은 다크서클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알 수 없는 다른 ‘무언가’였다.
---「1」중에서

집에 도착해서 가방과 옷을 침대 위로 던졌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찝찝한 생각들을 씻어내고 싶었다.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거울로 가서 내 얼굴을 보았다. 그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 사실은 꽤 무감각하게 다가오다가 점점 커다란 충격과 감당할 수 없는 문제로 바뀌었다. 아침에는 분명 지겹게 봐온 사람의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티브이에서만 봤던 판다 얼굴로 변해 있었다.
“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도 옆집에서 내 비명을 듣고 문을 두드릴지도 몰라 입을 틀어막고 한참을 거울을 바라보았다. 내 얼굴은 털로 뒤덮여 위화 감을 주고 있었다. 나는 손을 올려 얼굴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털이 만져졌 다. 얼굴에서 떼어낸 손에서 하얀 털이 수북하게 빠져 욕실 타일 바닥에 떨어졌다. 꿈을 꾸는 듯했지만 현실이었다.

욕실을 빠져나와 휴대폰을 집었다. 그리고 DM을 보내온알 수 없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썼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얼굴이 이렇게 변할 거라는 걸. 그녀는 내 메시지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내 얼굴이 변할 거라는 걸 알았죠?] [이제 좀 궁금하신가요?]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왜 이렇게 된 거죠?] 흥분해서인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죠. 지금 강남역으로 오세요. 저를 만나면 당신의 궁금증이 풀릴 거예요.] [알겠습니다. 강남역 어디로 가면 되죠?] [10번 출구. 얼마나 걸리죠?] [택시 타면 20분 내로 갑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1」중에서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될까요?”
“해보게.”
“이 일을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나의 질문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내 갈 사장은 작은 부리를 열어 말을 시작했다.
“음…… 동물 얼굴로 변하는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그저 벽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없는 벽. 그 벽으로 인해 우리는 때론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돼. 하지만 인생은 그 길만 있는 게 아니라네. 분명 다른 길로 가도 우리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네. 운이 좋으면 다른 길에서 또 다른 행운과 행복을 만날 수도 있고 말이야. 난 벽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그걸 알려주고 또 도와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네.”
그의 말이 좀 어려웠지만 왠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난 고개를 떨구고 내 오른쪽 다리를 어루만져 보았다. 진 요원의 치료제 덕인지 갈 사장의 대답 덕분인지 다리에 있던 통증들이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전 이제 어떻게 돌아가죠? 집에 가서 쉬고 싶네요.”

(…) “저기…… 이곳에서의 이야기는 비밀로 해야 하는 거죠?”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네. 이곳에서의 기억은 자동 으로 지워질 거라네.”
“자동적으로요?”
“그래, 아주 서서히 잊게 될 거라네. 마치 어린 시절 기억들 처럼 말이야.”
갈 사장은 나에게 손을 올리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난 웃으며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검은 머리 갈매기로 변해버리는 인간. 그 기억이 서서히 지워질 거라니 왠지 아쉽기도 했다. 난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조금 열어보았다.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 있었고 도로의 차들은 각자의 빛을 내뿜으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일요일 밤, 이 세계의 사람들도 돌아갈 집이 있는 것이다.
---「6」중에서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저 캐비닛 안으로 들어가시면 다시 원래 세계입니다. 그 편의점에서 나가 집으로 돌아가시면 돼요.”
“뭔가 이렇게 헤어지다니 아쉽기도 하네요.”
“다 그런 거죠, 뭐.”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내 머리 앞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이 내밀어 졌다. 우린 캐비닛 앞에서 마지막으로 악수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가늘고 부드러웠으며 차가웠다. 전혀 싸움과 어울 리지 않은 손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심지어 이 아름다운 손이 잘리기도 했었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쓰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캐비닛 문을 열어주었다. 난 그곳에 조심스럽게 몸을 구겨 넣었다. 인간의 머리로 돌아왔지만 캐비닛 안은 여전히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가세요.”
진 요원의 목소리가 캐비닛 밖에서 울렸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기도 전에 캐비닛 문은 닫혔다. 캐비닛 문을 닫자 모든게 어둠으로 변해버렸다. 난 어둠 속에서 숫자를 셌다.
‘10, 9, 8, 7, 6…….’
---「6」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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