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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노인 실종사건

황 노인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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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356g | 135*200*20mm
ISBN13 9791169090384
ISBN10 1169090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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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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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으면 잇몸으루 살구, 내 꺼 없으면 남의 껄루 먹구살면 돼, 안 그래요? 아무리 늙구 없이 살아도 무릎하고 틀니만 있으면 살 만해. 어디서 뭐 먹으러 오라 그러면, 틀니는 끼고 나서야 할 거잖아. 무릎 더 망가지면 집으로 가져오라 그러지 뭐. 요즘은 도시락 배달해주는 데들도 있더라구. 나더러 목소리 크다고 죽은 영감이랑 애들이랑 평생 뭐라고 했는데, 난 하고 싶은 소리 다 하고 살아서 맺힌 게 없어.
--- p.47

심장 박동도 빨라져 있구나. 인식은 틀어쥐고 있는데, 몸은 제멋대로 무조건적 반응을 한다. 쪽대문과 화장실 들어오는 문까지는 떨리지 않았다. 긴가민가하며 찾은 문들이 열려주기까지 해서 다행이라는 느낌만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떨리는 사람이구나, 나도.’
--- p.60

아닌 말루 진짜 나보다 나을 것두 없는 사람들이야. 서방이랑 새끼들 앞세워 보낸 여편네들도 많구. 그 한 푼을 벌겠다고 나랑 같이 꼭대기 진흙탕 언덕길을 다라이루 연탄 배달 벽돌 배달을 하던 여자들이야. 그러다가 찌이이익 미끄러지면서 연탄들이 떼구르르르 굴러떨어지면 서로 잡아주고 일으켜주고 주워 담아주구 하면서 같이 엉겨붙어 울다가 깔깔대구 웃다가 그랬던 여자들이야. 그렇게 번 돈을 나한테 빌려준 건데, 그걸 못 갚겠다고 나자빠진 건데, 그 여편네들이 또 그렇게 나랑 새끼들을 살려주드라구. 요즘은 그런 동네도 그런 사람도 없을 거야…….
--- p.116

“그래요” “그럼” “그런 거지 뭐” “그럴 거 같아” “다 그래요”…… 인터뷰 중간중간에 추임새 삼아 말을 섞으면서도 머릿속은 백열전구를 켜놓고 따로 ‘관찰’이라는 걸 하는 여자다, 미경은. 황문자는 저 혼자서 마저 다 털고 있더라. 여든셋 할망구의 저 속 까뒤집기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다. 안 하구는 못 살겠어서 남 핑계 대고 혼자 털어내고 있는 거다.
--- p.127

자신 안에 있는 딱딱한 이기의 깡치.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가장 우선. 목숨은 내놓을 수 있어도 자아는 포기할 수 없음. 응어리라는 표현으로는 도무지 성이 안 차는, 새까맣고 딱딱한 알갱이다. 과거만이 아니고 지금도 결정적 계기에 무엇이 어떻든 그러하며, 그 알갱이가 지금의 미경을 만들었다. 얼마간의 가책과 죄책으로 남아 있는 노인에 대한 마음을, 할 수만 있다면 그를 붙잡고 당시의 절박함을 세세히 설명하고 싶다. 용서니 화해 따위가 아니라 해명하고 싶다. 그가 이해해도 좋고 뒤늦은 욕이나 훈계를 해도 좋다. 자신을 설명하고 싶다.
--- p.180

늘 싸울 것인가 체념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고, 늘 그 사이 어디 즈음에서 적당히 다음으로 간다. 늙어 죽어가는 과정과 같다. 결론 없이 질문이 이어지다가 끝이 올 것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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