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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리뷰 총점9.5 리뷰 107건 | 판매지수 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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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49위 | 소설/시/희곡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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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82g | 128*188*30mm
ISBN13 9788925577609
ISBN10 8925577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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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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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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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조금 놀랐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
--- p.25

모계 가족의 기질은 반드시 대를 걸러 유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엄마는 너무도 정숙한 외할머니에게 반발해 그것과는 정반대로 파란만장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고, 그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반발해, 또 그것과는 정반대인 평범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셀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엄마가 하얗게 칠한 부분을 딸은 열심히 검게 덧칠하고, 그 딸인 손녀는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노력한다.
--- p.73

그 작은 공간을 책가방처럼 등에 메고,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와 식당은 일심동체. 일단 껍데기 속에 들어가 버리면 그곳은 내게 ‘안주(安住)의 땅’이다.
--- p.75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때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길가에 뒤집어진 공벌레를 구해 주는 것이 행복했다. 닭이 갓 낳은 계란을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도,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의 다이아몬드보다 예쁜 물방울을 발견하는 것도, 대나무 숲 입구에서 발견한 레이스 컵 받침처럼 아름다운 비단그물버섯을 겨된장에 넣어 먹는 것도.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신의 뺨에 감사 키스를 보내고 싶은 사건들이었다.
--- p.79

얼마 동안이나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을까. 잠시 후 달그락, 하고 식기와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커튼 너머로 식당을 들여다보니 할머니가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사과겨된장절임을 천천히 입에 넣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식전주가 아주 약간 줄었다. 나는 굴과 옥돔 카르파초를 올릴 접시를 얼른 꺼냈다.
--- p.106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엄마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 엄마를 싫어하는 마음은 그 외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에너지와 거의 동등할 만큼 깊고 무거웠다. 그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었다. 사람은 항상 맑은 마음으로만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의 마음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흙탕물이다.
--- p.173

어쨌든 중요한 건 무심해지는 것. 제일 싫어하는 네오콘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 사실을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싫어하는 감정은 반드시 맛에 반영되니까, 마음도 머리도 비우기로 했다. “초조해하거나 슬픈 마음으로 만든 요리는 꼭 맛과 모양에 나타난단다. 음식을 만들 때는 항상 좋은 생각만 하면서, 밝고 평온한 마음으로 부엌에 서야 해.” 할머니가 곧잘 해 주시던 말씀이다.
--- p.205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단두대처럼 내 목에 차가운 칼날을 들이댄다. 행복에 대한 기대의 실을 무자비하게 뚝 끊어 놓는다.
--- p.210

세상에는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안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큰 강물에 휩쓸려 흘러내려 가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좌우된다.
--- p.216

그날 일을 더 떠올리면 내가 망가져 버릴 것 같다. 그러니 조금만 생각하도록 하자. 정말로 소중한 것은 내 가슴속에 넣어 놓고 열쇠로 꼭꼭 잠가 두자. 아무에게도 도둑맞지 않도록. 공기에 닿아 색이 바래지 않도록. 비바람을 맞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 p.252

인스턴트식품에는 감정이며 생각이 전혀 없어서, 과민해진 내게 아주 적당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인스턴트식품만 먹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요리를 만들어도 맛이 나지 않았다. 문어가 자기 발을 먹고 배를 채우는 것처럼, 고양이가 자기 성기를 핥는 것처럼 뭔가를 먹고 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요리는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영양이 되는 것이다.
--- p.266

먹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리를 만들자.
--- p.27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 전 세계 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밀리언셀러
★ ‘일본 힐링 소설의 원조’ 오가와 이토의 눈부신 데뷔작

“이 소설을 번역하는 동안 참 행복했다.
그 행복이 고스란히 독자 여러분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
― 권남희(번역가)


소설은 주인공 ‘링고’가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텅 빈 집과 맞닥뜨리면서부터 시작된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같이 살던 연인이 전 재산과 가재도구까지 몽땅 싸 들고 사라져 버렸다.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인지 갑자기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는다. 별안간 실어증 환자, 빈털터리 외톨이가 돼 버린 링고는 할 수 없이 십 년 전 스스로 달아나듯 떠나 온 고향에 돌아간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엄마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p173)”고 표현할 만큼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딸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돼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상처뿐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곳으로. 무슨 일을 해서 이 난국을 타개할까 고민하던 링고는 일생일대의 각오를 하고 엄마의 집 창고를 빌려 작은 식당을 열기로 한다. 요리라면 잘할 수 있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다.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이곳,
달팽이 식당의 주방에서.


‘내 가게’를 갖는 것은 링고의 오랜 꿈. 가재도구도, 조리 기구도, 돈도, 갖고 있던 것은 모두 잃어버렸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게 있다. 솜씨 좋은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귀중한 레시피들과 다양한 음식점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링고의 몸에, 피와 살과 손톱 사이에 나이테처럼 남아 있다. 조용한 산골 마을의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링고는 달팽이 식당과 함께 삶을 재건할 의지를 불태운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이번에는 오롯이 혼자 힘으로. 남자 친구의 배신으로 그동안 노력해 쌓은 모든 걸 잃어버린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이 컸지만, 링고는 그 일을 계기로 인생이 크게 한 걸음 전진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부지런히 식당 오픈을 준비하며 새로운 희망을 그려나간다.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때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길가에 뒤집어진 공벌레를 구해 주는 것이 행복했다. 닭이 갓 낳은 계란을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도,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의 다이아몬드보다 예쁜 물방울을 발견하는 것도, 대나무 숲 입구에서 발견한 레이스 컵 받침처럼 아름다운 비단그물버섯을 겨된장에 넣어 먹는 것도.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신의 뺨에 감사 키스를 보내고 싶은 사건들이었다(p80).”

이름은 ‘달팽이 식당’. 정해진 메뉴는 없고 손님은 하루 한 팀만 받기로 한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손님의 성격과 사연에 딱 맞는 요리를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먹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온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덕분일까. “달팽이 식당의 요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수십 년째 상복 차림으로 슬픔에 잠겨 지내는 할머니, 거식증에 걸린 토끼를 구하려는 소녀, 은밀한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온 커플, 가출한 아르헨티나인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구마 씨까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고 찾아온 손님들은 마법을 부린 듯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링고의 요리를 먹고 새로 태어난 듯 벅찬 마음으로 달팽이 식당의 문을 나선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영원할 것 같던 고독에서 벗어나고, 누군가는 다신 볼 수 없을 것 같던 사람과 재회하고, 누군가는 두 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이룬다. ‘살아 있음’의 행복을 맛있는 음식으로 깨닫게 해 주는 곳, 이런 식당이 과연 존재한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까?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p.245)”라며 링고가 정성을 쏟아 만들어 내는 음식들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며 독자를 기분 좋은 상상 속으로 이끈다.

아무도 모르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가와 이토가 보내는 따스한 힐링 메시지


『달팽이 식당』은 오가와 이토를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나게 한 대표작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십 년 가까이 습작에 매진했다고 한다. 여기저기 공모전에 응모해 봐도 그럴듯한 성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 보고 안 되면 그만둘 각오로 혼을 담아 쓴 소설이 바로 『달팽이 식당』이었다. 『달팽이 식당』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독자들의 끝없는 요청으로 이뤄진 12년 만의 국내 재출간을 기념하며 쓴 서문에서 오가와 이토는 한국 독자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이렇게 표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고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됐습니다. 제게는 정말로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제 원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달팽이 식당』이 한국에서 재출간돼 새로운 독자들을 만난다니 기쁩니다(p.5).” 『달팽이 식당』은 오가와 이토 표 위로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놓쳐선 안 될 필독서다. 작가 자신이 계속된 시련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희망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녹록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지듯 따스하고 다정한 문장들에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진다.

회원리뷰 (107건) 리뷰 총점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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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식당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y*******2 | 2023.02.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달팽이식당지금은 리커버된 책인데요,도서관에는 10여년 전의 책이 있네요.이 책도 따님이 픽!한 책이지만 따님은 스킵한채 저에게 왔습니다??ㅇㅇ식당. 하면 왠지 편안한 느낌이 드는데(저만 그런가요???)음.....이 책이 왜 리커버 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건지는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어요.일본 특유의 특성을 이해 못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요??음.. 야간, 《오후3시,오잔호텔로오세;
리뷰제목
#달팽이식당

지금은 리커버된 책인데요,
도서관에는 10여년 전의 책이 있네요.
이 책도 따님이 픽!한 책이지만 따님은 스킵한채 저에게 왔습니다??

ㅇㅇ식당. 하면 왠지 편안한 느낌이 드는데(저만 그런가요???)
음.....
이 책이 왜 리커버 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건지는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어요.
일본 특유의 특성을 이해 못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음.. 야간, 《오후3시,오잔호텔로오세요》느낌이랄까요?
엄청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 이하였어요.

책의 반이 넘는 분량을 음식이야기만하고, 말미에는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를 잡는데 너무 자세히 설명해놓아 읽지도 않고 페이지를 넘겨버렸어요??

?? 달팽이 식당은 손님을 하루 한 팀만 받는 조금 색다른 식당이다.

??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 코를 대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각각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떻게 요리를 해줬으면 좋겠니?'하고 묻는다.

#북폴리오 #오가와이토지음 #일본소설 #장편소설
#북스타그램 #푸드스타그램 #초등맘 #중등맘 #워킹맘 #부계정 #책리뷰 #내맘대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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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담긴 요리, 오가는 마음 속에 치유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3.02.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상하게 난 먹는 게 귀찮다. 하루 속히 알약이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자 사람들이 하나같이 야유를 보냈다. 음식을 씹는 질감이 좋다는 사람부터, 알약 하나로 허기를 달랬다가는 삶에 아무런 낙도 없을 거 같다는 사람까지. 이유는 가지가지였다. 그들은 음식을 신봉 아닌 신봉하고 있었다. 음식이 주는 힘이 강렬하단 건 잘 안다. 배가 부르면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어쩌면 두;
리뷰제목

이상하게 난 먹는 게 귀찮다. 하루 속히 알약이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자 사람들이 하나같이 야유를 보냈다. 음식을 씹는 질감이 좋다는 사람부터, 알약 하나로 허기를 달랬다가는 삶에 아무런 낙도 없을 거 같다는 사람까지. 이유는 가지가지였다. 그들은 음식을 신봉 아닌 신봉하고 있었다. 음식이 주는 힘이 강렬하단 건 잘 안다. 배가 부르면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어쩌면 두뇌회전 또한 평소 이상으로 잘 이루어질 것이다. 정성스레 만들어진 음식이 지닌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아마도 저자는 잘 알았던 듯하다. ‘달팽이 식당’이라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 이가 음식의 힘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주인공 린코는 부모의 사랑이라고는 도무니 느껴 본 적 없는 것만 같은 인물이다. 일찌감치 독립했고, 미래를 함께 약속해도 좋겠다 싶은 인도인 남자친구가 그에게는 전부였다.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그는 강렬한 인도의 향신료 냄새를 맡으며 행복에 젖어 들고는 했다. 향긋한 꿈은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았다. 무엇이 원인이었던지 사랑은 깨어졌고, 그는 홀로 남겨졌다. 주변에 대화를 나눌 존재가 전혀 없다 하여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은 일이 비극이 아닌 게 되진 못했다. 살 길을 모색해야만 했다. 돈을 훔쳐 달아날 요량으로 이젠 남이 된 엄마가 사는 집을 침입했다가 그만 발각되고야 말았다. 타협은 역시 불가능했다. 그는 엄마가 기르던 돼지를 돌보는 조건으로 집에 머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엄마는 그에게 식비, 난방비, 월세 등도 요구했다. 돈이 필요했기에 일을 해야만 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 있던 요리를 하기로 했다. 정해진 메뉴는 없다. 예약 받은 손님의 사연에 집중해 요리를 만드는 게 전부다. 그저 취미로 즐기는 것과 타인에게 요리를 내놓고 평가 받는 건 사뭇 달랐다. 어떤 반응이 쏟아질지 긴장의 연속이었으나 그는 제법 성공적으로 식당을 경영한다. 달팽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진다.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

스토리는 간결했다. 린코와 엄마와의 불편한 관계가 밋밋한 이야기에 굴곡으로 작용하긴 하나 매우 비중이 높지는 않다. 나에게는 오히려 저자가 요리의 과정을 묘사하는 일에 보다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비추어졌다. 그가 어떠한 재료를 사용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음식을 완성했는지, 저자는 아낌없이 독자들에게 펼쳐 놓았다. 특히, 자신이 마음을 나누던, 어쩌면 유일한 친구와도 같았던 돼지 엘메스를 이용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끔찍할 정도로 상세했다. 아,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비둘기를 요리하는 대목도 마찬가지. 비록 글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상상하게 됐다. 이런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면 과연 어떤 맛이 날까. 닫힌 마음이 열리고, 심지어 사랑에까지 빠졌다면 음식 말고도 혹 다른 요인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이어지는 궁금증은 많았고, 평소 요리와 담을 쌓고 지내온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어지는 ‘초코문’은 달팽이 식당을 방문한 손님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었다. 가지각색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방문이 이어진다던 달팽이 식당. 초코문의 주인공은 게이 커플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우연히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돼 방문한 그 곳의 주인은 이들의 허니문 소식을 어떠한 편견도 없이 받아들였으며,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최상의 요리를 제공했다.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어쩌면 처음으로 누렸을 행복한 시간. 맛깔스러운 요리에는 이들을 향한 배려가 가득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솟구치는 듯했다. 식당 주인의 마음과 손님의 마음이 만나 빚어낸 기적이야말로 달팽이 식당이 지닌 무기였다.

맛난 음식은 비쌀 때가 잦다. 이미 널리 알려진 탓에 오래도록 긴 줄을 형성한 채 기다리기도 한다. 돈을 지불한 만큼 제공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순간 식사는 거래로 전락한다. 어디 식사 뿐인가. 많은 관계가 그러했다. 내가 이만큼 너에게 주었으므로 난 너로부터 이 정도는 받아야만 한다는 계산적 사고에 얽매이는 순간 나는 너로부터 멀어졌고 ‘우리’는 ‘남’이 되었다. 그렇게 양산된 많은 실패를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되돌아보게 됐다. 그 과정은 묘했다. 나는 지금 달팽이 식당을 방문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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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따뜻함과 감동이 있는 힐링소설, 오가와이토의 달팽이식당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방 | 2023.01.30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내 이야기를 듣고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오직 나만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차려 내 오는 달팽이식당, 진짜 감동적이고 맛있는 한끼를 대접 받는것 같은 따뜻한 소설! 함께 살던 남자친구가 모아둔 돈과 살림살이까지 몽땅 들고 사라져 버리자 빈털털이가 된 주인공 링고는 할머니가 남긴 겨된장항아리를 들고 오래전에 도망쳐 나온 시골로 돌아가게 된다. 목소리마저 잃어버려 필담으로;
리뷰제목
내 이야기를 듣고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오직 나만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차려 내 오는 달팽이식당, 진짜 감동적이고 맛있는 한끼를 대접 받는것 같은 따뜻한 소설!

함께 살던 남자친구가 모아둔 돈과 살림살이까지 몽땅 들고 사라져 버리자 빈털털이가 된 주인공 링고는 할머니가 남긴 겨된장항아리를 들고 오래전에 도망쳐 나온 시골로 돌아가게 된다. 목소리마저 잃어버려 필담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하는 링고는 엄마의 돼지 엘메스를 돌보며 자신만의 식당을 오픈하기로 한다.

어릴적 추억이 가득한 고향의 것들을 조우하며 자연에 널려있는 신선한 식재료로 딱 한팀만을 위한 식탁을 차리는 달팽이식당, 첫손님은 떠나버린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구마씨, 오랜 시간 상복을 입고 살아가던 할머니,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셔다드려야하는 가족, 사랑을 이루고 싶어하는 연인등 각자만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입맛을 살펴 차려낸 음식은 손님들에게 감동을 준다.

어느새 달팽이식당은 사랑과 소원을 이루어주는 식당으로 소문이 나지만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엄마의 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그와중에 엄마는 첫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겠다며 피로연 음식준비를 링고에게 맡긴다. 식재료는 자신이 기르던 엘메스! 어쩌면 링고에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나 싶지만 결코 무심하기만 한 엄마는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숲을 걷다가 얻게 되는 열매와 버섯, 혹은 누군가 정성껏 기른 식재료들로 정성껏 음식을 차리는 과정들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소설, 주인공과 함께 숲을 걷고 열매를 따고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것같은 그런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엄마의 결혼 피로연 음식으로 기르던 돼지를 버리는것 없이 정성껏 요리해내는 과정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다. 또한 초코문이라는 번외 단편은 달팽이식당의 손님은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책 표지로 다시 태어난 오가와이토의 달팽이식당, 다시 읽어봐도 감동적이고 힐링이다.








댓글 0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한줄평 (9건) 한줄평 총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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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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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j**********g | 2023.03.24
구매 평점5점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준비할때 설레는 그 마음.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b********y | 2023.02.14
구매 평점5점
따뜻한 소설입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v******9 |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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