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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숲과 바다

제주는 숲과 바다

: 따로 또 같이 여행한 너와 나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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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28g | 128*188*20mm
ISBN13 9791190061315
ISBN10 119006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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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말, 제주 책 써볼까?”
이럴 때마다 아미와 나는 빠르게 일심동체가 된다. 아미는 바다를 좋아하고 나는 숲을 좋아하니 제주 언택트 여행 콘텐츠로는 최적이지 아니한가! 이미 제주 여행책은 차고 넘치고, 코로나 시국에 무슨 또 여행인가 싶기도 해서 조심스러웠지만. 기획안을 만들고 출판사에 전달해보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걸, 기어이 또 일 하나를 저질렀다. 여행 작가로 코로나 시국을 살아가는 아미와 내가 이 상황에 할 수 있는 최선은 막막한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발걸음을 찾기 위한 작은 시도를 계속 해나가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만난 제주의 속살은 우리를 한층 더 성장하게 했다. 그리고 반복해 만날수록 제주를 바라보는 시선에 이전과 다른 온도 차가 생겼다.
--- p.17

이 책은 아미가 없었다면 애초에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파트너가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하듯, 좋은 동료이자 친구인 아미는 내 삶을 건강하게 일구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이 세상에 대한 나의 시선을 더욱 넓혀준다. 함께 제주를 누리는 동안 우리 세계는 조금씩 넓어진 것만 같다. 산이나 숲에 관심 없던 아미가 산에 오르는 걸 보면, 물에 관심 없던 내가 아미를 따라 수영장에 가는 걸 보면 말이다. 제주 여행을 마쳤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제주를 ‘아름답고 특별한 천혜의 여행지’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되었다. 거칠고 척박한 자연 속에서 생을 지켜내고 삶을 일군 수많은 제주 원주민들에게 깊은 감사와 진심 어린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그들의 인내와 정성이 오늘날 제주를 만들어준 것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걸으면 걸을수록 이들이 얼마나 고단한 시간을 견디어냈는지 또 버텨왔는지 그 깊이를 가늠할 길이 없어서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 p.138

한번은 광치기해변에 갔다가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 사람도 없는 해변가에 온갖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날따라 파도가 엄청 셌는데, 그 파도가 해변에 쓰레기를 뱉어놓은 것이었다. 철썩철썩 파도가 칠 때마다 부러진 나뭇가지, 플라스틱 잔해, 찢어진 그물, 소쿠리, 낚싯줄, 스티로폼 같은 것들이 쓸려와 여기저기 나동그라졌다. 보아하니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 같지 않은 물건들도 꽤 있었다. 아마도 바다에서 어업을 하는 배에서 버려진 쓰레기일 터였다. 이것들은 이 넓디넓은 바다를 얼마나 오래 방황하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아니, 지금도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을까. 광치기해변의 거센 파도는 마치 소화불량에 시달리다 못해 비어져 나온 욕지기같이 느껴졌다. 철썩철썩 파도치는 소리가 내 귀엔 고통의 신음으로 들렸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바다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그걸 외면하고서, 나는 ‘제주 바다가 이렇게 예뻐요. 많이 많이 오세요’라고 말하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려는 건가. 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슨 일이든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벌떡 일어났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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