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술가. ‘그림책 예술놀이 활동가’를 줄인 말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제가 만든 신조어이지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놀고 싶은 선생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도서관, 지역센터, 복지관 등 다양한 곳에서 그림책으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님, 그림책으로 아이와 놀고 싶은 부모님들을 부르는 저만의 애칭입니다. ‘금술가’라는 줄임말 속 ‘금술’이라는 단어는 ‘금실을 몇 겹으로 꼬아서 만든 술’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예술놀이가 사이좋게 꼬여 있는 그 중요한 부분에 우리 금술님들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책과 놀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림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놀게 될뿐더러 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 방법을 안내하는 주체 역시 그림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른인 우리가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어떻게 놀까?’는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른의 그림책 놀이는 처음 시작은 놀이였더라도 놀다 보면 어느새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교육적인 활동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분명 즐겁고 가벼운 놀이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놀다 보면 무겁고 정적인 놀이가 되어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놀이가 흘러가는 것은 바로 우리가 ‘함께’ 놀지 못하고 ‘놀아 주려’ 했기 때문입니다. 놀이를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가진 ‘결과물을 위한 활동’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림책으로 자유롭게 상상하고 즐겁게 표현하며 놀려면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놀이에 ‘풍덩!’ 함께 빠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그림책 예술놀이를 더 많은 금술가들이 새롭게 시도하고 변형하고 확산하여 우리 아이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림책 예술놀이를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이나 센터, 복지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에서도 그림책이 펼쳐지고 정답 없는 예술놀이를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새 학기, 연극예술 강사로 학생들과 만나는 첫 수업 날이면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오늘은 그림책 읽고 놀 거야. 공부 시간이지만 너희들과 재미있게 놀 거야. 놀면서 하는 공부, 나도 모르게 하는 공부, 이런 공부 해 봤어? 막 신나게 놀았는데 저절로 공부가 되는 거야. 공부 안 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공부를 하고 있는 거야. 자, 우리 그렇게 특이하게 놀아 보자!”
그리고 놉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놀지요. 분명 독후 활동이지만, 놀이 성격이 짙어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합니다. 책을 읽고 자신만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놀이의 기본은 ‘자유로움, 즐거움, 흥미, 재미’입니다. 어른들이 바라는 ‘집중력, 상상력, 창의력, 표현력’들은 놀이에 보너스처럼 따라옵니다. 그러니 실컷 놀게 해 주세요. 아이가 행복하도록.
---「그림책으로 신나게 놀아 봅시다」 중에서
그림책 예술놀이를 할 때 금술가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림책이 담고 있는 주제나 메시지의 방향성, 작가의 의도를 너무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똥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은 배변 훈련을 돕는 목적으로 만든 그림책일 수 있지만, 감정표현이나 몸 놀이, 규칙 만들기 놀이를 하기에도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있습니다. ‘배변 훈련’이라는 이야기의 주제나 이야기 속 목적, 혹은 작가의 의도에 갇혀 화장실에서의 주의사항이나 뒤처리 방법을 익히는 것에 중점을 두면 그것은 놀이가 아닌 배변 방법을 배우는 교육 시간이 되어 버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놀고 싶은 그림책이 생겼다면 그림책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세요. 이야기 전체를 공유할지 그림책 한 장면에 멈춰 놀지, 주인공의 말 한마디를 가지고 놀지 그림책 속 그림의 배경에 초점을 맞춰 놀지, 전체 이야기를 공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놀지 그냥 표지만 보고 놀지, 없는 텍스트(해설이나 대사 등)를 만들며 놀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놀지 등을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다양한 각도와 새로운 시각으로 그림책을 펼치면 새로운 놀이가 탄생할 겁니다.
---「그림책으로 신나게 놀아 봅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