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 뭔가 답답하고 일이 안 풀릴 때 수학 문제를 푸신다면서요?
함 - 답답하고 일이 안 풀릴 때가 아니라, 시간 나면 해요. 재미있어요.(웃음) 그게 왜 재미있냐 하면, 원래 하고 싶은 일을 못 했잖아요. 사람은 못 했던 일에 미련이 남죠.
--- p.18
지 - 사모님 일을 그만두게 하고 육아에 전념하게 했던 일 때문에도 방송에서 우셨잖아요.
함 - 지나고 나니 미안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때는 제가 와이프한테 모든 수입의 절반을 나눠주면 된다고 세상을 단순하게 봤던 겁니다. 돈에 대해서 제가 치사하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했고요. 제 눈에는 새로 태어난 아기만 보이는 거예요. 집사람의 미래는 어떻고, 육아가 끝난 다음에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이런 것은 조금도 생각 못했어요.
--- p.60
지 - 홍혜걸 박사님은 “함익병 선생님이 대한민국 피부과 역사를 바꿨다”라고 하셨는데요. 그때 병원을 열고 성공했던 부분이 피부과를 어떻게 바꿨다고 생각하시나요?
함 - 돈 벌려고 열심히 하다 보니까 바뀐 거지 바꾸고 싶어서 바꿨겠어요?(웃음) 일단 벤치마킹을 많이 했죠. 선배들은 어떻게 하나 봤습니다. 그 당시 우태하 피부과, 국홍일 피부과, 그다음에 우리 직계 선배 중에 강진수 선생님이 있어요. 환자 잘 보시고 병원을 잘하세요. 이런 분들을 벤치마킹하는 거죠.
--- pp.103~105
강박적으로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알코올 소독제를 바르거나 하루에 몇 번이고 손을 씻을 이유는 없습니다. 손을 지나치게 씻으면 어디가 바빠져요? 피부과가 바빠집니다. 주부습진으로 환자들이 많이 와요. 이치에 맞게 적절하게 손 관리하면 됩니다. 세수할 때 손을 닦으면 되고, 밥 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겠죠. 눈 비비거나 코를 후비기 전에도 손을 닦아야겠죠. 점막 부분에 오염된 손이 닿으면 안 되니까요. 다음에 남녀가 사랑하기 전에 손을 닦아야겠죠.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 p.165
의사를 잘 이용하는 방법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진찰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적어 와서 물어보면 되죠. 물어보면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진단명이 뭐예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해요? 뭘 해야 해요? 주의할 것이 뭔가요?” 이런 거 물어보면 반갑죠. 해줄 이야기도 많고요. 그런데 그런 것은 안 물어봐요. 두 달 전에 이사한 사실, 자녀가 석 달 전에 시험을 본 사실 등을 얘기하는데, 질병의 진단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웃음)
--- p.169
제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내 이익을 위해서도 아니고, 동료 의사들 밥 굶으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까요. 돈을 벌 때 벌더라도, 버는 방법이 적어도 학문적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너는 뭐로 돈을 벌었냐?”라고 묻는데요. 저는 의약분업 전이라서 번 거죠. 그 이후에는 저도 못 벌었어요.
--- p.187
몇 년씩 고생하다가 한 달 만에 나아서 오면 기분이 좋습니다. 의사는 내 환자가 나았을 때가 제일 기분 좋아요. 그럴 때 큰소리치는 겁니다. “그 봐. 내 처방대로 하니까 좋아졌지?”(웃음)
--- p.230
저는 그런 의사들에게 “욕설은 하지 마라. 내 주장의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지적하면, 대화하고 수정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건전한 시민들이라면,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의원 등을 모두 포함해서 누구나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48
지 - 한 시민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발언하시는데요. 세력화해서 시민운동이든, 정치에 압력을 가하든,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어떤 성향의 분들하고 같이하고 싶으세요?
함 - 대화를 나눌 줄 알고,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pp.276~277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어도 되돌아가고 싶은 때가 없습니다.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내일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하면 좋겠어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고 유물론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 p.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