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호리 다쓰오는 1904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열아홉 살부터 폐결핵을 앓았다. 1925년 도쿄제국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해 나카노 시게하루와 동인지 [로바]를 창간했으며, 졸업 후 1930년 《성가족》으로 문단에 데뷔한 후 본격적으로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 나가노 현 가루이자와의 요양소에서 약혼녀를 잃은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이 분다》를 집필하였다. 《바람이 분다》를 통해 순수한 사랑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며, 이후 《아름다운 마을》, 《하루살이의 일기》, 《나오코》 등의 대표 작품을 남겼다. 1953년, 폐결핵으로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역자 : 남혜림
서강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동시통역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일본어 전문 통역?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좋은 책을 발굴하고 번역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마음 다스리기, 명상에 길이 있다》, 《검증 미국사 500년의 이야기》, 《중국사, 한 권으로 통달한다》 등이 있다.
인생이란 네가 늘 그래왔듯 모든 것을 그저 다 내맡겨 버리면 돼. ……그러다 보면 미처 바라지도 못했던 것들까지 우리에게 주어질지도 모르잖아……. ---「봄」 중에서
내 곁에서 희미한 온기를 지닌 채 그윽한 향을 풍기는 존재, 조금 빠른 그 호흡, 내 손을 잡고 있는 그 보드라운 손, 그 미소, 그리고 또 이따금씩 나누는 평범한 대화, ─만약 이러한 것들을 지워 버린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만 같은 단순한 날들이었지만,─우리의 삶이란 것이 본디 그 요소라고 해 봤자 사실 이 정도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이토록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가 그러한 것들을 이 여인과 함께 나누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나는 굳게 믿고 있었다.
2년 전 여름, 주인공은 세쓰코를 우연히 만난다. 그들은 사랑으로 약혼을 하지만 그녀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다.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함께 요양원으로 간 주인공은 그녀를 돌보며 소중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연인과의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 그는 소설을 쓰기로 한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면서 남아 있는 온힘을 다하여 애써 밝게 살아가려 하는 세쓰코의 모습을 통해 뒤에 남겨질 사람의 슬픈 마음을 자신의 마음속에 비추어 보면서 자신은 행복 속에서 죽어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죽음을 예감하면서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그들……. 그러나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면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남겨 두고 짧은 생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