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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큰글자도서)
[도서] 인간 실격 (큰글자도서)
다자이 오사무 저/유숙자 역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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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1쪽 | 186g | 120*188*20mm
ISBN13 9788932040950
ISBN10 893204095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즉 저는 인간 생활의 영위라는 걸 여전히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셈이 되겠습니다. 제 행복 관념과 세상 모든 사람의 행복 관념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듯한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마다 이리저리 뒤척이고 신음하며 거의 발광 지경에 이른 적도 있습니다. 저는 대체,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적부터 참으로 빈번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저 자신은 늘 지옥에 사는 느낌이고, 오히려 저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아예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안락한 것처럼 보입니다.
---「첫번째 수기」중에서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 그런데도 인간을 도저히 단념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익살이라는 줄 하나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끊임없이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가까스로 이루어질 법한 위기일발, 진땀 나는 서비스였습니다.
---「첫번째 수기」중에서

서로 속이면서, 더구나 어느 한쪽도 신기하게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참으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해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는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는 그다지 특별한 흥미도 없습니다. 저 역시 익살로 아침부터 밤까지 인간을 속이고 있거든요. 저는 도덕 교과서적인 정의니 뭐니 하는 도덕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서로 속이고 있으면서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지닌 듯한 인간이 난해합니다. 인간은 끝내 제게 그 오묘한 진리를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수기」중에서

“시게짱은, 하느님에게 무얼 받고 싶어?”
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머리를 돌렸습니다.
“시게코는, 시게코의 진짜 아빠를 갖고 싶어.”
섬뜩 놀라, 어찔어찔 현기증이 났습니다. 적敵. 내가 시게코의 적인지, 시게코가 나의 적인지, 아무튼 여기에도 나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어른이 있다! 타인, 이해할 수 없는 타인, 비밀투성이 타인. 시게코의 얼굴이 다짜고짜 그렇게 보였습니다.
---「세번째 수기」중에서

아아! 인간은 서로, 상대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완전히 잘못 보고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 여기며, 평생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게 아닐까요?
---「세번째 수기」중에서

이제 그만 저는, 죄인은커녕 광인입니다. 아니에요, 절대로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아아! 광인은, 대개 자신에 대해 그렇게 말하기 마련이라는군요. 요컨대 이 병원에 넣어진 이는 미치광이, 넣어지지 않은 이는 노멀이 되나 봅니다.
신에게 묻는다. 무저항은 죄인가?
호리키의 그 이상스레 아름다운 미소에 저는 울었고, 판단도 저항도 잊은 채 자동차를 탔고, 그러고는 이곳으로 끌려와, 광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머잖아 여기서 나간들, 저는 여전히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각인이 이마에 찍히게 될 테지요.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세번째 수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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