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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90g | 131*187*20mm
ISBN13 9788973817399
ISBN10 897381739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열두 살 때 일이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강아지가 있으면 좋겠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아빠가 딱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고 했다. 그런 때 부모는 보통 날마다 산책을 시켜야 한다, 먹이를 주고 대소변 치우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등, 살아 있는 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책임을 가르치려 한다고 소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읽고 보았는데, 아빠는 다른 말을 했다.
외로움 타는 외톨이 여자처럼 강아지에게 지나치게 애정을 쏟아서는 안 된다. 강아지는 언젠가는 죽는다. 그때, 고독하고 히스테리컬한 여자처럼 울고불고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9년 후 그 강아지가 죽었을 때, 약속을 기억하고 있던 나는 아빠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이 되어서야 나는 깨닫고 말았다. 열두 살 때나 지금이나 나는 외톨이는 아니지만 외로운 여자고, 고독하고 히스테리컬한 여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고독한 여자와 비」 중에서

칭찬이란 하는 사람의 자질을 묻는 것이다. 문장력이 없는 사람에게 글을 잘 썼다고 칭찬을 받아봐야 기쁘지 않고, 미각이 둔한 사람이 어느 레스토랑의 음식을 칭찬한들 신빙성이 없다. 평소 감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옷차림을 칭찬받는 날은 슬퍼지고 만다. 그러니 그 칭찬이 그토록 기뻤던 것은, 내게는 그가 그야말로 여행의 신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여행에 익숙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는 프랑스 어도 능숙하고 역사와 문화에도 조예가 깊다. 여행을 많이 해서 여행지에서 갈팡질팡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는 여행에 익숙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시각이 흐려지지 않고 자기의 원래 모습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는 절대 여행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다만 거기로 간다. 유유하게, 라 하자니 그 말이 너무 부드러워서 표표하게, 라 표현하고 싶은 모습으로.
---「칭찬」 중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데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증명할 수 없지만, 용기는 소모품이다. 날마다 필요하니까 날마다 공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점이 배짱과는 다르다. 배짱은 아무리 부려도 줄어들지 않는다. 뒤집어 말해서 공급할 수 없다.
용기를 공급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 모두 용기가 샘솟는 일이다.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지면 사람은 용감해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신뢰, 그것이 없으면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 그래서 종교가 있는 사람은 용감해지기 쉽다. 부럽다.
---「용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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