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할 수 있어, 이미 했잖아, 늘 하는 일이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익숙한 붉은 커튼이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새삼 눈앞에 버티고 있다. 매번 그러듯이, 공포를 이겨 내고 두려움을 몰아내며, 흔들거리는 간이 의자에 올려놓은 작은 거울을 마지막으로 마주 봐야 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가짜 웃음을 지었고, 그 상태로 굳어 버린 얼굴 때문에 인형처럼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두 손에 용기를 그러모아 커튼을 젖혔다. 전투가 시작됐다.
--- pp.9~10
가장 간파하기 힘든 거짓말은 진실이 배어 있는 거짓말인 법이고, 바로 그런 까닭에 그 누구도 당신의 위조 신분을, 가명을 꿰뚫어 볼 수 없다. 그 위조 신분의 개인사가 당신의 개인사가 될 때까지, 그 사람과 당신 자신이 혼동될 때까지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하라.
--- p.65
「저세상의 심령들이여, 제가 한 번 더, 달도 뜨지 않은 이 밤에, 그대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너무 일찍 떠났던 그대들이여, 우리를 이끌기 위해 돌아와야 합니다. 오, 가엾게도 우리는 얼마나 무지하고 유한한 존재들인가!」
그녀가 잠시 눈을 감고 기다렸다.
「오, 산 자들 사이로 돌아온 망자여, 당신이 누구에게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제게 알려 주어 그 사람을 고를 수 있게 하소서.」
--- pp.74~75
제니는 자신을 괴롭히던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폭스 자매 건으로 누가 10만 달러를 내려고 하는 거죠?」 제니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캐물었다.
「마거릿에게나 신경 쓰고 보상금을 회수하는 노고는 회사에 맡겨요. 그저 당신이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다면, 그에 따른 수당을 받게 되리라는 것만 알아 두고.」 그는 그런 대답을 던지고는, 책상 위에 널려 있는 서류 더미 속에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 p.182
「팀을 파견해요.」 제니가 계시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뭐라고?」
「데이비드의 아내가 시장에서 산 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늘 3인분의 고기를 구입한다는 사실을 알 거예요. 등심 세 개, 달걀 여덟 개 혹은 닭 한 마리가 그들에게는 고작 한 끼 식사거리네요. 강낭콩과 감자의 양이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아요.」
--- pp.224~225
「당신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이 조사 때문에 다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쓸 준비가 되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해 봐요.」
제니는 가방에 한 손을 올려놓았고, 침착하게 몸을 일으켰다.
「진실이요. 난 진실 추종자예요. 난 이 이야기의 진상을 원해요. 내가 직접 자매들의 입에서 진상이 튀어나오게 해야만 만족할 수 있으리라는 걸 아니까요.」
--- p.227
목소리 주인이 한 발 앞으로 내딛더니, 손에 든 작은 통으로 그녀를 떼밀었다. 윌리엄이 거울에 석유를 흠뻑 뿌리는 중이었다. 제니가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매듭이 어둠 속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터라, 줄에 묶인 그녀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깨어날 시간이란다, 얘야.」
카우보이가 가죽신 뒷굽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인 뒤, 거울을 향해 던졌다. 성냥이 닿는 순간, 술에 취해 잠들었던 제니는 총소리가 들려 갑자기 잠에서 빠져나왔다.
--- pp.314~315
「거짓말.」
「당신의 심령이 틀렸어요.」
새로운 딱 소리가 울렸다.
「거짓말!」
영매가 벌떡 일어섰는데, 달빛을 왕관처럼 쓴 음울하고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우리가 만난 뒤로 진실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당신이, 그런 일은 내게 단 하나도 털어놓지 않았어. 이제 다 말하든가 아니면 떠도는 심령들의 분노를 받아 보든가!」
케이트는 정말로 무시무시했는데, 은빛 후광에 싸인 산발 머리는 제니가 빠져 있는 혼란의 메아리 같았다.
--- p.324
「아빠, 신호 하나만, 내가 한 이 모든 일이 헛짓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것, 아무거라도요. 이 끝에 나를 위한 뭔가가 있다고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없었다. 제니는 주먹을 쥐고 있는 힘껏 묘석을 내리쳤다. 한 번 내리치고, 무력한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채 또 한 번 내리쳤고, 곧 손가락이 피부가 벗어지며 피투성이가 되었다.
--- p.432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어려운 일, 그건 함께 일할 좋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거지.」
--- pp.571~572
진정한 마술사는 공연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살아가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가능한 것에 대해 갖는 인식을 바꿔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관객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가운데 현실 세계의 규칙들을 비트는 데 성공하고, 관객이 믿어 왔던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관객 스스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계를 그들에게 제공한다.
--- pp.605~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