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늦게 오는 사람

늦게 오는 사람

파란시선-0120이동
이잠 | 파란 | 2023년 0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48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88쪽 | 146g | 128*208*15mm
ISBN13 9791191897463
ISBN10 119189746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청정이란 말은 조만간 국어사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바다가 오염되었으니 생선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생선만 그런가 내가 나를 더럽힌 날들은 또 얼마인가
인터넷을 뒤져 히말라야 소금을 주문해 놨다

아주 오래전 바다 밑바닥이 솟아올라 산맥이 되고
그때부터 바닷물이 버릴 거 다 버리고 히말라야에 남긴 돌덩이
산을 헐어 국을 끓여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을까

손안에서 차돌처럼 반짝인다
흠 없는 몸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돌을 씹어 먹는다

청정하다는 히말라야 산을 입에 물고 녹인다
버릴 거 다 버리고 심심해진 소금 바위 굴러 내려
내 부끄럼들, 사무침들 올올이 녹아내려
창해만리 바닷물로 출렁일 때까지

두 번째 살아 보는 것처럼 한 번을 사는 거다
---「히말라야 소금」중에서

파헤쳐진 무덤 안에서 죽은 이의 삭은 무릎뼈에서 경첩이 나왔다 살아생전 그의 무릎에 쇠붙이를 박은 내력을 아는 이가 가족 중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그와 같이 산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고 자식들은 아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어미를 내친 푸악스런 사내였다는 것밖에 녹슨 경첩을 두고 다른 이의 무덤을 판 게 아니냐고 했다가 관이 뒤바뀐 게 아니냐고 했다가 우왕좌왕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울음을 쏟았다 생전에 그가 한쪽 다리를 뻗고 방바닥에 앉아 생활했던 것이 떠올랐고 약봉지든 뭐든 죄다 손 뻗어 닿을 거리에 놓이지 않으면 불같이 성냈던 것도 떠올랐고 마실 물 떠 나르기서부터 어미가 있었으면 감당 안 해도 될 온갖 잔심부름을 해내느라 종종거렸던 어린 날들도 떠올랐다 그런 아비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집을 떠나 살아온 예순의 딸이었다

사람들은 내밀한 고통을 꾸리고 살다가 혼자 죽어 간다 고통은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뜻밖의 증거물을 남기기도 한다 사람은 사라져도 녹슨 경첩은 남아 한 사람의 고독을 완벽하게 완성해 주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않기 위하여 무덤 안에서 무덤 밖에서 아무도 모르게 견디는 무딘 시간이 있었고 죽어서도 이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남아 있었다
---「파묘」중에서

오 촉짜리 전구 같은 사람을 만나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사랑을 하고 싶다
말없이 마주 앉아 쪽파를 다듬다 허리 펴고 일어나
절여 놓은 배추 뒤집으러 갔다 오는 사랑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순한 사람을 만나
모양도 뿌리도 없이 물드는 사랑을 하고 싶다
어디 있다 이제 왔냐고 손목 잡아끌어
부평초 흐르는 몸 주저앉히는 이별 없는 사랑

어리숙한 사람끼리 어깨 기대어 졸다 깨다
가물가물 밤새 켜도 닳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다
내가 누군지도 까먹고 삶과 죽음도 잊고
처음도 끝도 없어 더는 부족함이 없는 사랑

오 촉짜리 전구 같은 사람을 만나
뜨거워서 데일 일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
살아온 날들 하도 추워서 눈물로 쏟으려 할 때
더듬더듬 온기로 뎁혀 주는 사랑
---「늦게 오는 사람」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잠 시인의 이번 시집은 헨리 밀러의 “쓰면서 나는 독을 빼내고 있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십 년 전 그는 속수무책 절망 속에서 세상과 유리된 채 몸과 마음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그를 찌르고 있었고 그런 자신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두 번째 시집에서 비애와 분노를 자기 것으로 체화하면서 ‘상처 입음에서 온전함으로’의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시적 삶이 문득 내적 성찰로 전환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나는 굳이 묻고 싶지 않다.

“누가 나뭇가지에서 기어 다니는 유충에게 장래의 먹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또 누가 땅바닥에 놓인 고치 속 유충이 여린 껍데기를 깨뜨리는 걸 도울 수 있겠습니까? 때가 오면, 저 스스로 밀고 나와서 날개 치면 서둘러 장미의 품 안으로 가지요.”([괴테, 치유와 화해의 시])

시인에게 있어 시는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에 있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존재론적 자기 성찰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시인의 근거이며, 상처에 대해 뒤늦게 조문하는 마음의 발견일 것이다. 어떤 시인도 시를 벗어날 수 없고 시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그의 시는 다시 살고 더 오래 견디기 위해, 이제 헤아리고 보듬고 스스로를 돕는다. “비로소 풀려나 아무것도 아닌 영원”을 말한다(?조막단지?). 반갑고 고맙다. 삶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그는 내내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는 쓸수록 그가 될 것이다. 언제나 이미(always already).
- 고영민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0,8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