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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저주에서 행복으로

가문의 저주에서 행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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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10g | 135*195*30mm
ISBN13 9791192828077
ISBN10 1192828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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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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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역에서 서성이다 새벽 첫 열차를 타고 아들집에 도착하였을 때, 그토록 보고 싶고 사랑하던 아들 정빈이는 막 퇴원하여 돌아와 벽에 반쯤 기대 누운 채 하염없이 무언가를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에는 헛것이 보이고 귀에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 눈동자는 썩은 동태 눈깔처럼 허옇게 풀려 전혀 초점이 없었고, 가까이 오가는 사람에게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무런 의미도 없이 중얼대는 입에서는 세 살배기 아이처럼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전화로 급한 소식을 전해주던 친구는 학교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병원에 함께 다녀왔던 집주인이 이건 퍽 다행이라는 듯 나와 아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할 수 없었다. 이건 결코 무심코 두고 볼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는 그녀를 굳게 믿었지만 솔직히 혹시라도 남의 눈에 띄거나 어떤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그런 만약의 경우까지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내가 먼저 일찌감치 아쉬운 사직을 하고 말았다. 이른바 공무원 명예퇴직이었다. 그러고 나서도 아무런 일 없이 한동안 그녀를 만날 때면 그녀의 입에 밴 불평불만을 성의를 다해 들어주며 서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웬일인지 사랑하는 나에게도 차츰 그녀의 불평과 불만이 슬슬 쌓여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느 날 그녀가 늘 손에 쥐고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버리듯이 나를 향해 앞으로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폭탄선언을 했다. 갑작스런 폭탄선언, 우리는 서로 너무나 오랜 사귐으로 인한 진한 아쉬움과 슬픔을 가슴에 가득 안은 채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조용히 헤어지고 말았다.

거기다가 그녀는 늘 피곤하다던 직장의 일과 상관없이 요즘 밤을 꼬박 새워가며 필시 상대 남자임이 분명한 사람과 통화를 계속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갑자기 새로 만난 남자와의 사랑이 그토록 애절해서일까? 아니면 이상한 정신병에 든 남자가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착한 그녀가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계속 받아주고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그 남자가 사랑을 가장하여 그녀가 몸을 팔아 힘들게 번 돈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그녀가 혼자 사는 여자라고 얕보고 그녀가 감당 못할 무시무시한 협박을 해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도 아니라면 그녀가 무슨 큰 실수를 저질러 지독히 못된 놈에게 뒷덜미를 잡혀서 옴짝달싹 못하고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온갖 추측이 난무하며 그녀에 대한 걱정과 사랑과 미움과 그에 동반한 분노가 어지럽게 머릿속을 혼란시키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변덕스런 내 마음의 변화도 심해졌다. 사랑하는 그녀의 상태가 너무 애처롭고 심하게 걱정이 되다가도 금세 짙은 분노로 변하여 치를 떨게 하며 극한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혼재하며 나를 갈팡질팡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이 여러 번 겹치자 난데없이 아내에 대한 의심과 질투가 타는 불꽃처럼 이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의심이란 하면 할수록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의심투성이가 되며 그 의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한 생각이 자꾸 겹치며 마치 구르는 눈덩이처럼 마구 불어나기 마련이었다.
“아니? 외간 남자와 무슨 속삭일 거리가 저렇게도 많지? 이건 아무래도 뭔가 수상해……”
밥을 기다리던 그가 무척 초조한 듯 문방구의 구석 어두운데서 속살이듯 작은 소리로 흥정을 하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을 보고 이렇게 불평을 하면,
“남 서방은 남자가 융통성이 없이 왜 그리도 쫀쫀한가? 문방구란 것이 자잘한 물건이 저리도 많은데 셈을 하고 흥정을 할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쓸데없는 걱정 말고 이리 와서 어서 점심이나 들게.”
등에 아이를 들쳐 업은 장모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핀잔을 주며 서둘러 점심을 차려주었지만, 준식은 마음속에는 잔뜩 의심을 품으며 셈을 하고 이야기를 계속하는 두 남녀를 흘낏흘낏 지켜보다가 결국 차려준 밥도 먹지 않고 쉴 새 없이 신경질을 툭툭 뱉어내며 휭하니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조현병(정신분열병)과 공황장애와 환청과 환시 등 각종 깊은 정신질환에 더하여 허리협착증, 목뼈이상, 관절염 등 여러 가지 육신의 중한 병까지 겹친 아들의 상태는 실로 그 진한 고통이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제까지는 단지 아들의 개인적 병에 따른 문제라고 억지로 외면하던 사항들이었다. 점점 사랑으로 엮여져 나에게로 다가오는 아들의 너무나 모진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늘 자살을 생각하며 수시로 시도하는 기막힌 상태는 결코 요즘 읽은 욥의 기막힌 상황에 못지않았다.
“전에 자주 듣던 자네 문제에만 집착하여 자네와 헤어진 연인과의 문제와 자네의 심한 속앓이만을 이야기 했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의 문제는 자네 집안과 아픈 아들이 굴비처럼 함께 엮여서 연계된 마귀의 장난이 분명하다네. 이건 바로 자네의 오랜 음란의 문제로 촉발된 가문의 저주야……”
갈수록 친구 목사가 하던 말이 더욱 가까이, 더욱 강하게 나의 멍한 가슴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동시에 아들의 아픔과 진한 고통이 내가 직접 앓는 병처럼 나에게로 급히 전해져왔다. 나는 가슴 속으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줄줄 흘려야 했다.

아들 역시 최근 들어 하나님의 큰 은혜가 자기의 기도 중에 곧 자신에게 임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고 자주 말하여 은혜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 선 듯 큰 기대와 함께 행복에 젖어들곤 했다. 또 어느 날부터인가 혼자서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무척 힘이 있고 우렁차며 과거보다 훨씬 더 자주 들린다고 생각했는데 때를 같이하여 가정예배 때에 기도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많이 쏟아놓고, 예배가 끝나면 이제까지 꽁꽁 가슴 속 깊숙이 숨겨놓았던 많은 애로사항을 맘껏 술술 털어놓았다. 그 중 어떤 말들은 오해와 착각으로 인한 것도 있었으나 우리 부부는 그 진위에 상관없이 일일이 자세한 해명을 해주며 설득을 하여 아들의 소외되었던 마음을 평안하게 가라앉혀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어느덧 아들의 마음속에 잠재하던 쓴 뿌리가 어느 정도 녹았는지 굳게 다물었던 입에서 고마워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라는 감사의 말이 자주 수시로 튀어나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런 중에 더욱 감사할 일은 아들이 매월 들리는 병원 정신과에서 의사가 평소보다 더 오랜 상담을 하더니 복용하는 약의 양을 점점 줄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처음에는 약을 먹지 않아 병이 재발하여 가출을 일삼던 과거가 생각나서 매우 걱정을 했으나 줄인 약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상태가 여전히 빠르게 호전되고 있어 한시름을 놓으며 마음속 깊이 감사가 일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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